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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막의 오아시스 -사랑이 넘치는 수도가정- 2014.9.17 연중 제24주간 수요일(순례29일차),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18 조회수1,038 추천수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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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17 연중 제24주간 수요일(순례29일차), 1코린12,31-13,13 루카7,31-35

                                          
사막의 오아시스   -사랑이 넘치는 수도가정-

어제 순례28일차, 
리 순례일행은 800km, 2000리 산티아고 광야 순례여정 중 약600km, 1500리를 걸어 
마침내 사막의 오아시스, 
사랑이 넘치는 수도가정인 우리 오틸리엔 연합회에 속하는 형제수도원에 도착했습니다. 
라바날 델 카미노(Rabanal del Camino)인 
베네네딕도 수도원(Benedictine Monastery of San Salvador del Monte Irago)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산티야고 까지는 약10일, 200km를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전 처음으로 우의를 입고 걸은 후 자주 비구름 가득한 하늘이었고, 
어제 이곳 오아시스 수도원에 도착한 이후엔 저희를 위해 참아왔던 비가 줄기차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스톨가 지나서 라바넬 델 카미노가 우리 연합회 수도원입니다. 
그곳 성당과 맞은 편에 수도원이 있습니다. 꼭 들르세요."

도착 전, 우리의 순례여정을 눈여겨 보던 블라시오 아빠스님의 카톡 문자였습니다.

"도중에 우리 연합회의 라바넬 수도원에서 2-3일 머무를 수 있게 시간과 힘을 안배"
순례를 떠나기 전 빠코미오 원장님의 당부였습니다. 
"제겐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신부님 축복의 시간이시길, 너무 행복하시지요."

작년 순례중 이곳을 다녀간 김미자카타리나 자매님의 카톡 문자였습니다. 
하여 원래는 하루 묵고 떠날 참이었는데 하루 더 묵어 2박을 청했고, 
두분의 수도형제(파비안 신부, 비오 신부)도 기뻐하며 쾌히 승락했습니다. 

가 오고 추워지니 짐처럼 생각됐던 자켓도 반가이 꺼내 입었습니다. 
이냐시오 도반은 한국의 집이 생각나는 듯, 자주 침묵에 잠겼습니다. 
거의 한달간 가정을 떠나 있으니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원래 베네딕도 수도원이 손님 환대로 유명하지만 여기의 환대는 정말 따뜻했습니다. 
쾌적한 피정집의 특실 같은 침실에 
점심, 저녁식사 시 충분한 영양 공급을 받으니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씻긴 듯 사라졌습니다. 
정말 자랑스런 우리 베네딕도회 형제 수도원이었습니다. 
수도형제들이 운영하는 알베리게 역시 
다녔던 알베리게 중 최상의 조건을 구비한 쾌적하고 청결한 분위기였습니다.

사랑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요, 추상 명사가 아니라 구체적 동사입니다. 
오늘 1독서, 바오로의 사랑찬가가 이를 입증합니다. 
늘 읽어도 공감이 가는, 고백성사 시 보속으로 묵상하라 드리는 구절들입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친절은 모든 종교의 핵심이라는 티벳 라마승의 언급도 생각납니다. 
환대의 사랑, 환대의 섬김, 환대의 친절입니다. 
환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랑을 구비한 여기 수도원입니다. 
피정집을 관리하는 수녀님과 손님을 환대하며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두분도 
늘 따뜻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마침 피정집에는 네명의 젊은이들이 있었고 저희를 포함 모두 9명이, 
점심은 파비안 원장 신부님이 정성 가득 요리한 음식을 들었고, 
저녁은 수녀님이 요리한 양도 질도 충분한 음식을 들었습니다. 

순례28일차 하느님 주신 놀라운 사랑의 행복입니다. 
끼니때마다 원장님과 수녀님은 섬김의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인위적이 아닌 자연스런 일상과 같은, 몸에 밴 사랑의 실천이었습니다. 

수도원 성당 역시 족히 수백년은 되어 보였습니다. 
인위가 전혀 없는 고풍스럽고 소박하고 편안했습니다. 
볼수록 정답고 마냥 머물고 싶은 영혼의 고향집 같은, 저절로 힐링이 이루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바로 주님의 집인 이곳이 사랑의 진원지임을 깨닫습니다. 
이곳에서 저녁기도와 끝기도를 함께 바쳤습니다. 
늘 수도복을 입은 두 신부님이 양쪽 코러스에서 아름다운 음성으로 노래했고 
나머지는 음미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에 풍성히 머무르게 하십시오. 
지혜를 다하여 서로 가르치고 타이르십시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를 불러 드리십시오."(콜로3,16).

저녁기도 시 독서로, 영어, 한국어, 스페인어, 독어, 불어 등 5개 국어로 읽었고 
한국어 독서는 제가 했습니다. 
말 그대로 글로벌 전례 수도가정 공동체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모두를 가능케 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바오로의 말씀대로 정말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 삶에서 사랑이 빠지면 온통 허무와 무의미의 어둠일 것입니다. 

비오 신부님은 작년 순례자는 스페인, 프랑스, 독일, 이태리에 이어 한국이 5위였다며 호의를 표하셨고, 
레온에서 만난 태권도 한국인 사범은 2700명으로 한국 3위였다고 말한 것도 생각납니다. 
웬만한 알베리게 접수 봉사자들이나 많은 순례객들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하며 우리 한국인들에게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들과 율법교사들은 한 마디로 사랑 부재를 반영합니다. 
정말 회개가 필요한 이들입니다. 
사랑의 명의이신 예수님의 진단이 정확합니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았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사랑이 결핍되면 저절로 무감각에 무감동입니다. 

요한에게는 '마귀가 들렸다.'하고 
예수님께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라면 사사건건 붙잡고 늘어집니다. 
사랑 부재로 정체성이 약화된 결과입니다. 
사랑이 사라지면서 큰 소리와 화도, 짜증과 신경질도 잦아지기 마련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광야 인생 여정 중인 우리를 당신 생명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믈가로 나를 이끄시네."
(시편23,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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