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4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19 조회수747 추천수11 반대(0)

2014년 우리 사회를 가장 뜨겁게 한 것은 세월호입니다.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여객선이 침몰했습니다. 300여명 이상이 숨진 사고입니다. 그 중에는 수학여행을 떠났던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성주간에 발생한 이 사고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가 10명 있습니다. 그러기에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하신 교황님께서도 특별히 세월호의 유족들을 만나셨고, 위로를 해 주셨습니다. 세례를 청하는 이에게는 직접 세례를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사과를 하셨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유족들이 만족할만한 진상규명을 약속하셨습니다. 세월호는 단순한 해상사고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였지만 유족들이 만족할 수 없는 특별법이기에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별법의 가장 핵심 쟁점은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것입니다. 유족들은 원하지만 정부와 거대 여당이 난색을 표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되지는 못 할 것입니다.

 

이번 세월호에는 함께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웃의 아픔과 슬픔에 함께하려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했습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서명에 동참하였습니다. 광화문 광장에는 유족들과 함께 하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종교인, 예술인, 교직자,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에 함께 하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나라를 바꾸자는 것도 아닙니다. 새로운 권력을 찾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를 처벌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요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한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요구입니다. 그래야 차가운 물속에서 숨진 영혼들을 위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 했던 유족들의 한을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만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식하는 사람들 앞에서 피자와 콜라를 드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단식하는 사람들 앞에서 치킨과 맥주를 드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분에게 마치 신포도주를 마시게 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라고 조롱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전체를 위해서는 한 사람쯤 희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예언을 했던 대사제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함께 하는 이웃들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갔던 시몬처럼, 그분의 피와 땀을 닦아 주었던 베로니카처럼 그분과 함께 고난의 길을 갔던 이웃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괴로웠던 사나이는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고백을 생각합니다. ‘만일 그분께서 다시 살아나시지 않았다면 우리의 모든 믿음은 헛된 것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시대의 시몬과 이 시대의 베로니카에게서 다시 살아나시는 그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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