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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희망하십시오. -깨달음의 은총- 2014.9.20 연중 제24주간 토요일(순례32일차),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20 조회수872 추천수5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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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20 연중 제24주간 토요일(순례32일차), 1코린15,37-39.42-49 루카8,4-15

                                        
희망하십시오. -깨달음의 은총-


어제 순례31일차, 폰헬라다에서 여기 빌라프랑카까지 24km, 
아침6:30분에 출발하여 오후12:30분에 선착순으로 도착했습니다. 
이냐시오 도반과 저는 매번 도착지 순례자 숙소에 선착순으로 도착하여 
가능한 좋은 위치의 방을 배정 받아 왔습니다. 

어디나 부요해 보이지는 않아도 아름답고 평화로우며 기품있어 보이는 스페인 나라요 사람들입니다. 
여기 작은 도시도 그대로 역사 박물관 같습니다. 
12세기 이후 거대한 성당들과 건축물, 거리가 자연과 조화되어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 깨달음을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깨달음은 은총입니다. 
깨달음을 통한 앎에 변화요 자유로운 삶입니다.

1.
사람은 정신력과 체력만으론 부족합니다. 
성령 안에서 몸과 맘이 하나될 때의 영력만이 진정한 힘입니다. 
장시간, 장거리 순례를 하면서 절감하는 진리입니다. 

끊임없이 바치는 묵주기도를 통해 
산티야고 순례는 물론 평생순례여정에 묵주기도가 얼마나 아름답고 유익한지 깨닫습니다. 
그 먼거리도 지치지 않고 활력있게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묵주기도의 은총입니다. 
묵주신공과 성로신공은 교회가 전해주는 보물과 같은 보편기도임을 깨닫게 됩니다.

2.
이냐시오 도반이 어느 순례중인 형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허탈해 했습니다. 
즉시 
'아, 말에도 영양가가 있구나. 화려하고 풍성하나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영양가 없는 음식처럼, 
말도, 글도 화려하고 풍요로워 보이지만 영양가 없을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마음 깊이 와 닿습니다. 

읽어도, 들어도 감동이나 통찰이 없는 영양가 없는 글이나 말은 얼마나 많은지요. 
영양가 없는 말이나 글의 주인공은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3.
하여 침묵과 기도입니다. 
산티야고 순례는 침묵과 기도의 순례길입니다. 
걷는 것, 쉬는 것, 먹는 것, 나누는 것, 자는 것뿐이라면 영양가 부족한 순례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침묵과 기도가 필히 동반해야 영양가 풍부한 영적 삶입니다.

4.
길과 여행은 인간의 원형 종교 개념입니다. 
비단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종파를 초월해 무수한 이들이 산티야고 여행길에 오릅니다. 
우리 믿는 이들에겐 산티야고가 상징하는 여행길의 목적지가 하느님이지만 
믿지 않는 이들 역시 그 무엇을 향한 갈망이 있을진대, 깊이보면 누구나 종교인임을 깨닫습니다.

5.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를 찾을 때는 우선 순례자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게 됩니다. 
잘되는 좋은 서비스업인 음식점이나 병원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우선 사람이 많으면 믿을만 하고 편안하며 이런사람 저런사람들 사이에서 체험도 풍요롭습니다. 

많은 이들이 집에서 못한 가정공동체 체험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제 오후 널려있는 오색찬란한 빨래에 곳곳에서 다양하게 펼쳐지는 무장해제된 모습들의 어울림이 
흡사 잔치와도 같이 참 넉넉하고 풍요로워보였습니다. 
주님 안에 이루어진 인류가족공동체를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하느님의 놀라운 기적입니다. 
도대체 이런 한 인류공동체의 모습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런지요. 
스페인 형제들이 애견과 같이 순례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합니다. 
어제는 개와 순례하는 형제의 모습이 재미있어 '개도 순례에 동참하는구나'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6.
사랑하는 분들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는 일도 재미있습니다. 
평생 찍은 사진보다 안식년을 맞이하여 찍은 것이 족히 수백배는 될 것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도 사랑하는 이가 있고 말이 들어가야 의미의 빛을 발하듯 
인류역사의 경우도 똑같습니다. 

인류역사를 배경으로 예수님이 계시고 말씀이 있기에 
비로소 의미의 빛을 발하는 우주만물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말씀이 빠져버린 인류역사라면 참 공허하고 무의미할 것입니다.

7.
머뭄과 떠남은 삶의 리듬입니다. 
밀물처럼 들어왔다 다음 날 아침은 썰물처럼 빠지는 순례자 숙소입니다.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붙잡지 말라'는 불가의 진리가 그대로 실현되는 순례자 숙소입니다. 
잘 머물다 잘 떠나는 삶은 얼마나 중요한지요.

오늘 말씀의 주제는 희망입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둘 때 끊임없는 깨달음의 은총이요 낙천적 삶입니다. 
깨달음과 함께 증대되는 희망입니다. 
여기서 더욱 말씀을 탐구하게 되고 찬미와 감사의 기도와 삶이 뒤따릅니다. 
끊임없는 깨달음, 희망, 찬미, 감사가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농부는 땅을 탓하지 않는다.'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생각납니다. 
진정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깨달음을 추구하는 찬미와 감사의 사람들에게 환경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고정불변의 환경이나 마음은 없기 때문입니다.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서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게 모두의 가능성이자 희망입니다.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의 은총이 깨달음을 촉진하고 희망을 증진시키며 찬미와 감사의 신비가의 삶으로 인도합니다. 

바오로의 심오한 부활에 대한 희망의 깨달음도 여기서 연유합니다.

"죽은 이들의 부활도 이와 같습니다. 
썩어 없어질 것으로 묻히지만 썩지 않는 것으로 되살아 납니다. 
비천한 것으로 묻히지만 영광스러운 것으로 되살아 납니다. 
약한 것으로 묻히지만 강한 것으로 되살아 납니다. 
물질적인 몸으로 묻히지만 영적인 몸으로 되살아 납니다."

주님께서 신비가 바오로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참으로 고무적인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말씀의 풍부한 깨달음의 은총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에게 풍부한 깨달음의 은총과 희망을 선사하십니다.

"하느님 앞에서 걸어가라. 생명의 빛 속에서 걸어가라."(시편56,14ㄷㄹ).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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