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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음의 용사들 - 2014.9.21 일요일(순례33일차),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21 조회수852 추천수9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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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21 일요일(순례33일차),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지혜3,1-9 로마8,31ㄴ-39 루카9,23-26

                                           

믿음의 용사들


오늘은 산티야고 순례33일차 날이자 한국순교자대축일입니다. 
원래는 어제가 대축일이지만 주일로 이동해 경축합니다. 

어제 순례32일차는 순례여정중 가장 힘들었습니다. 
피레네산맥을 넘을때보다, 엊그제 고산지역을 걸을 때보다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이냐시오 형제는 자켓을 입고 저는 바람막이를 입었지만 
가파른 자갈길 산을 오를 때는 땀이 비오듯했습니다. 

빌리프랑카에서 오 세블에이오까지28.4km를 6:30분에 출발하여 오후 1시에 도착했고 
이중 3시간 정도는 끝없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산길이었습니다. 
좌우간 계속 묵주기도 바치며 우직하게 걸었습니다. 

순교자 성월, 내일의 한국순교자대축일을 앞두고 하느님 마련해 주신 선물로 믿고 걸었습니다. 
마침내 오후 1시, 해발 1296m의 정상에 있는 오 세블에이오, 알베르게에 도착했습니다. 
흡사 묵주기도중 환희의 신비, 고통의 신비를 통과해 영광의 신비에 도달한듯 
산꼭대기 사방 전망이 확트인 알베르게였습니다. 

'눌물로 씨뿌리던 사람들, 환호하며 거두리라' 
오늘 미사중 화답송 후렴, 그대로의 감격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늘 가까이 있는 순례자 숙소는 처음입니다. 
며칠간 잔뜩 찌푸렸던 하늘도 완전히 개어 햇볕 따가왔지만 늦가을의 쌀쌀해진 기온은 여전했습니다. 

이제 산티야고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혼자 순례길이 아니라 무수한 도반들과 함께 주님을 따르는 산티야고 순례길입니다.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예외 없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오늘 복음의 핵심 말씀입니다. 
순교자 성월, 산티야고 순례길에 그대로 어울리는 말씀입니다. 
여전히 미사도구가 들어있는 12kg정도의 제 십자가, 배낭을 지고 주님을 따르는 길입니다. 

어떻게 해야 성공적으로 십자가 순례길을 마칠 수 있을까요?

사랑입니다. 
주님 향한 간절한 사랑이 가장 큰 힘입니다.

오늘 2독서, 바오로의 우리 향한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을 때 샘솟는 사랑입니다. 
늘 읽을 때 마다 새힘이 솟는 감동적인 말씀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 놓을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수 없습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의 사랑이 백절불굴 사랑의 원천이 됩니다. 
이런 사랑에서 샘솟는 그리스도께 대한 열렬한, 간절한 사랑입니다. 
자발적으로 제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기꺼이, 자발적으로 지고 주님을 따르게 합니다. 
그대로 산티야고 순례길은 물론 평생순례여정을 요약한 말씀입니다.

'날마다'라는 말에 주목해야 합니다. 
날마다, 우보천리, 하루하루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생명의 길, 구원의 길, 사람이 되는 길은 이 길 하나뿐입니다. 

자기를 버리고, 막연히 목표없이, 방향없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인도자이시자 목자이시자 도반이신 주님을 따르는 여정입니다. 
이런 모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 손 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다.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바로 제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우리 의인들의 내면을 보여줍니다. 
이런 내면의 깊이에서 샘솟는 힘입니다. 

다음 우리를 격려하는 잠언의 말씀이 큰 위안입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는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이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의 거룩한 이들에게 주어지니, 그분께서는 선택하신 이들을 돌보시기 때문이다.'

주님은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의 사랑을 부어주시어, 
믿음의 용사들인 우리 모두, 제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잘 따를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사람들, 곡식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시편126,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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