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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22 조회수653 추천수6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4년 9월 21일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Whoever loses his life for my sake will save it.
(Lk.9,24)
 
 
제1독서 지혜 3,1-9
제2독서 로마 8,31ㄴ-39
복음 루카 9,23-26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치하의 유대인 강제수용소는 역사에 인간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곳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생지옥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이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자들도 있었지요. 이 수용소는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가장 비참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 안에서 사람들의 선택은 자포자기 또는 저항해서 매 맞아 죽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최악의 조건에서도 수용소의 오물이 가득한 탁한 물에라도 매일 세수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배급 커피를 다 마시지 않고 남겨서 그 물로 얼굴을 닦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바로 이런 이들이 살아남았답니다. 위생상의 이유로 씻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는 처절한 투쟁이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했던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쉽게 타협하거나 체념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진지하게 살아가는 사람, 특히 주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만이 주님으로부터 최고의 선물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우리 순교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주님을 믿음 그 자체만으로 박해를 당해 죽음을 당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피하지 않지요. 그럴수록 더욱 더 주님의 뜻에 맞게 살려고 했고, 더욱 더 신앙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왜 그러하셨을까요? 유한한 세상에서 주는 기쁨보다는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님을 따름이 곧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임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우리의 순교자들 덕분에 우리들은 죽음의 위협 없이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과 타협하는 우리들의 모습, 세상의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들이 제일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모습에서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간다면 우리의 순교자들처럼 순교를 선택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편하고 쉬운 신앙생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는 우리들의 안일한 모습에서 계속해서 배교하는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어쩌면 고된 삶을 통해서 순교와 같은 신앙을 전할 수 있습니다. 작은 순교는 일상의 삶, 특히 어렵고 힘든 삶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주님의 뜻을 전하는데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순교자들 대축일을 맞이하는 오늘, 내 자신은 일상의 삶 안에서 과연 순교자의 삶을 따르고 있는지를 묵상하도록 합시다.

누군가의 한마디에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 누군가의 한마디로 인생이 바뀌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의 한마디를 버팀목으로 일생을 사는 사람이 있다. 한마디 한마디에 사랑을(다카하시 아유무).

 

한 발 물러나면(‘좋은생각’ 중에서)

중국 송대에 상서(장관)를 지낸 양분이 책을 읽는데 조카들이 뛰어와 말했다.

“숙부님, 심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옆집 사람들이 새 담장을 세웠는데 석자나 되는 우리 땅을 자기 집 마당으로 끌어들였지 뭡니까?”

그 말을 듣던 양분이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자. 옆집에서 땅을 침범하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별 영향이 없어도 경우가 아니잖아요.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양분은 후후 웃으며 창밖의 낙엽을 가리켰다.

“가을이 되니 원래 가지에 속했던 잎이 땅으로 떨어지는구나. 저렇게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 나뭇가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조카들은 그 뜻을 짐작할 수 없어 고개만 갸웃거렸다. 그러자 양분이 말했다.

“우리 모두 머지않아 저 낙엽처럼 떠날 운명이니 한 조각 땅을 두고 싸우는 일이 무어 그리 중요하느냐.”

그제야 조카들은 고개를 숙였다.

“저희는 좁은 마음에 이웃과 소송이라도 벌일 생각이었어요.”

조카들이 건넨 소장을 본 양분이 조용히 타일렀다.

“사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였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이 무엇인 줄 아느냐.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한 발 물러나는 것이다. 내가 딱 한 발만 물러나도 사람들과 날을 세울 일은 없어진다. 그게 세상살이의 이치인 것이야.”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보다는 우리 모두의 이해관계를 잘 풀어나갈 수 있는 것, 어쩌면 그런 삶이 또다른 현대의 순교자 모습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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