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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밀레의 그림을 사 간 룻소(박영식 야고보 신부님의 강론)
작성자김영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27 조회수1,193 추천수2 반대(0) 신고

밀레의 그림을 사 간 룻소(연중 제26주일)


마태오복음 21,28-32)


   

가난한 친구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도록 지혜롭게 도와준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의 사실주의 화가 장 프랑소아 밀레(1814- 1875년)와 당대 저명한 철학가요 문필가인 장 쟈크 룻소의 이야기다. 밀레는 지금은 ‘씨 뿌리는 사람’아나 해질녘에 빨리 집으로 돌아가려고 바쁘게 추수를 서두르던 부부가 삼종소리를 듣고 그 바쁜 손을 멈추고 삼종기도를 바치는 ‘만종’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화가이지만, 처음부터 그의 그림이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그의 그림을 눈여겨 봐왔던 것은 평론가들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라.”라고 외친 룻소였다. 작품이 팔리지 않아 가난에 허덕이던 밀레에게 어느 날 룻소가 찾아왔다. “여보게, 드디어 자네의 그림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났네.” 밀레는 친구 룻소의 말에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밀레는 작품을 팔아본 적이 별로 없는 무명화가였기 때문이었다. “여보게, 좋은 소식이 있네. 내가 화랑에 자네의 그림을 소개했더니 적극적으로 구입의사를 밝히더군. 이것 봐, 나더러 그림을 골라달라고 선금을 맡기더라니까.” 룻소는 이렇게 말하며 밀레에게 300프랑을 건네주었다. 이 돈은 입에 풀칠할 길이 없어 막막하던 밀레에게 생명줄이었다. 또 자신의 그림이 인정받고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리하여 밀레는 생활에 안정을 찾게 되었고, 보다 그림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후 밀레의 작품은 진짜로 화단의 호평을 받아 비싼 값에 팔리기 시작하였다. 경제적 여유를 찾게 된 밀레는 친구 룻소를 찾아갔다. 몇 년 전에 룻소가 남의 부탁이라면서 사간 그 그림이 그의 거실 벽에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밀레는 그제야 친구 룻소의 깊은 배려의 마음을 알고 그 고마움에 눈물을 글썽였다. 가난에 쪼들려 있는 친구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룻소는 남의 이름을 빌려 그의 그림을 사주었던 것이다. 이런 소중한 우정은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밑거름이 된다. 친구는 서로 마음을 주고받음으로써 서로를 알고 우정을 가꾸어나가는 사이다. 친구를 마음으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그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로는 그를 이해하고 사랑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의 전인적인 실존과 그의 전인적인 실존의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마음의 문을 항상 열어두어야 하느님을 자기의 한정된 인생체험이나 지식체계나 사고방식에 가두지 않고, 사람의 지능과 힘을 한없이 초월해 계시는 그분의 신비를 거듭 새롭게 배우고 그분을 체험할 수 있다. 하느님은 인간의 얄팍한 지력을 무한히 능가하고, 그분의 신비를 인간의 좁은 마음속에는 담을 수 없는 영원하고 무한한 분이심을 잊지 말자. 하느님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 순간이라도 만족해버리면 그분은 나를 떠나가 버리신다. 제사장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그러한 사고방식 때문에 하느님을 모르면서도 그 누구보다 그분을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느님이 율법을 통해 당신의 모든 뜻을 밝히셨다고 여기고 예수님을 통한 하느님의 새로운 계시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하느님은 율법에 갇힌, 살아 계시지 않고 경직된 신일뿐이다. 우리도 유다인 지도자들처럼 옛날에 배운 교리지식으로만 하느님을 안다고 자부한다면 그분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도 신앙인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만남과 사건 가운데서 하느님의 새로운 뜻을 찾으려고 애를 써야 날마다 그분의 왕국을 체험할 수 있다.


하느님의 신비, 사랑, 진리, 인격의 존엄성과 같은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보아야만 제대로 본다. 마음으로 본다 함은 믿음의 눈으로 하느님을 체험하고 그분의 신비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하느님을 알기 위해 마음을 많이 쓸수록 그분의 사랑과 심오한 신비를 더욱더 깊이 깨닫고 그분을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다. 이처럼 마음으로 하느님을 날마다 새롭게 체험할 때마다 희열을 느끼고 이토록 아름다운 인생을 주신 그분을 더욱더 사랑하게 된다. 현세생활이나 자기중심주의에서 해방된, 깨끗한 마음이라야 사랑할 힘을 가진다(마태 5,8). 이러한 마음속에서만 사랑이 싹을 내고 자라 꽃을 피울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이 곧 예수님의 마음이요 하느님의 왕국에서 살 자질이라 하겠다.


하느님은 부모님, 선생님, 형제자매들, 친구들, 조언자들을 통해서도 우리가 당신을 닮도록 우리를 부르신다. 그들의 헌신적인 삶이나 말씀 가운데 하느님의 진리와 뜻이 담겨 있음을 인정하고 실천하려고 애쓰는 이가 제2예수 그리스도가 될 수 있다. 그는 룻소처럼 이웃의 마음을 읽고 온 마음으로 그를 사랑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게 되기를 바라지 말자. 친구란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말한다(앨버트 하버드). 가장 훌륭한 만병통치약이 친구이다. 충실한 친구는 하느님의 참 모습이다. 이러한 친구가 되는 사람이 곧 제2예수 그리스도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친구 하나를 얻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잃는 데는 잠시이다. 이처럼 제2그리스도의 모습이 되어서도 한 순간에 이 모습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주님의 부르심이나 친구의 요구에 늘 타산 없는 순수한 마음을 주려고 애쓰자.


내 입에서 ‘아니오’가 아니라 ‘예’만 나오면

주 하느님이 그 가운데 현존하시고

이 세상이 밝아진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 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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