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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티아고 입성 - 2014.9.28 연중 제26주일(순례40일차),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28 조회수1,136 추천수13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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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님의 사진.



2014.9.28 연중 제26주일(순례40일차), 에제18,25-28 필리피2,1-11 마태21,28-32

                                         

산티아고 입성


오늘은 순례40일차, 연중 제26주일 입니다. 
이냐시오 형제와 저는 마침내 9,27일 어제 아르카에서 산티아고까지 20km, 
새벽 5:20분에 출발하여 오전10:30분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산티아고 대성당, 주님의 집에 도착했고 
'우리집민박' 김정수 형제의 환대 속에 말그대로 우리집 같은 분위기의 민박집에 안내 받았습니다.

"주님의 집에 가자할 때, 나는 몹시 기뻣노라."

시편말씀 그대로 기쁨에 나는 듯, 발걸음도 가볍게 
단숨에 주님의 집, 주님이 계신 곳, 산티아고에 도착했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 드넓은 광장은 순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온통 축제의 분위기였습니다. 

이어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12시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에 참석했고, 
생장에서 여기까지 800km의 여정중 처음으로 우리민박집에서 점심으로 '라면+밥+김치'라는 
한국 식사를 했습니다. 
민박집 형제의 친절한 환대와 자상한 설명이 온갖 피로를 씻어내어 참 편안했습니다. 
이미 머물고 있는 분들도 한가족같이 따뜻했습니다.

'산티아고 입성'
마치 승전보를 알리듯 한국의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에게 카톡으로 소식을 전했고 
진정성 가득 담긴 축하인사도 많이 받았습니다. 

몇 분 형제의 카톡 축하메시지를 소개합니다.

-오늘 참 기쁜날입니다. 
신부님과 도반님 만세, 예수님 만세, 성모 엄마 만세, 
신부님 오랫만에 만세삼창하니 눈에 이슬이 맺힙니다.-

-신부님 만세! 무사히 잘 다녀오신 것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신 모습 뵈오니 너무나 감사해요. 역시 신부님이 최고세요!!!-

-축하합니다. 성공하셨네요. 건강해보이십니다.-

-입성 축하 알렐루야!! 이수철 신부님 만세!!!-

-축하, 축하, 장하십니다. 하느님께 영광 찬미 드립니다. 역사적인 날입니다.-

-신부님!!! 제가 더 행복합니다. 제가 산티아고에 입성한 것 같은 느낌이예요. 만세!!! 만세!!! 만세!!!-

-제가 눈물이 나네요. 신부님 이젠 긴장을 푸시고 푹 쉬시기를!-

-22년 수도원장 직분보다도 더한 일 하신 것 같네요. 수고하셨어요-

이렇게 감격에 벅찬 축하인사 많이 받아보긴 난생 처음입니다. 
800km 이냐시오 형제와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하느님의 은총에 무수한 형제자매님들의 기도와 사랑덕분임을 깨닫습니다. 

려가는 길이 올라가는 길이요, 비우는 길이 채우는 길이요, 작아지는 길이 커지는 길이었습니다. 

산티아고 입성의 의미입니다. 
바로 필리피서의 케노시스, 비움 찬가가  가르쳐주는 진리입니다.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죄송스럽게도 제가 그분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라도 된 듯 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그 마음을 지니라 주신 산티아고 순례길의 축복임을 믿습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아 지셨습니다. 
사랑의 극치, 겸손의 극치입니다. 

오늘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의미에 대한 묵상입니다.

첫째, 회개의 길입니다.

삶은 회개의 여정입니다. 
산티아고 순례여정은 그대로 회개의 여정, 보속의 여정을 상징합니다. 
저도 800km 끊임없이 기도하며 회개하는 마음, 보속하는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구원의 지팡이 묵주를 들고 기도하며 걸었습니다. 

주님도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해 악인의 회개를 촉구하십니다.
"그러나 악인이라도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버리고 돌아서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그는 자기 목숨을 살릴 것이다.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악을 생각하고 그 죄악에서 돌아서면 그는 죽지 않고 반드시 살 것이다."

마치 우리 모두를 두고 하는 말씀 같습니다. 
바로 산티아고 순례여정은 과거 저지른 모든 죄악을 생각하고 
그 죄악에서 돌아서는 회개의 여정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둘째, 순종의 길입니다.

삶은 순종입니다. 
하느님의 뜻이라 믿으면 그 뜻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들어, 좋아서 하는 순종이 아니라 하느님 뜻이기에, 하느님 사랑하기에 순종입니다. 

아브라함이 좋아서 고향땅을 떠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었기에 순종하여 떠났듯이 
저도 하느님의 뜻이라 믿어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기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리라곤 꿈에도 생각못했습니다. 

하여 조금이라도 주님을 본받고자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신 주님을 생각하며 
오로지 순종하는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가 끝나도 순종의 순례여정은 평생 계속될 것입니다.


셋째, 비움의 길입니다.

영성생활은 끊임없이 자신을 비우는 것이오, 버리는 것이오, 떠나는 것입니다. 
자신을 비우고, 버리고, 떠나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바로 주님을 닮는 길은 이 십자가 길을 빼고는 없습니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아지신 주님이 
바로 순종의 모델, 비움의 모델입니다. 
끊임없는 회개또한 비움의 길입니다. 

바로 복음의 맏아들로 상징되는 세리와 창녀들이 회개의 모델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사실 요한이 너희에게 와서 의로운 길을 가르칠 때에 세리와 창녀들은 믿었다. 
너희는 그것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고 끝내 그를 믿지 않았다."

죄없어 순결한 마음이 아니라 끊임없는 회개로 마음을 비울 때 순결한 마음입니다. 
하여 순결한 창녀라는 역설이 성립합니다. 

회개를 통한 자기비움의 열매가 순결한 마음이요 세리와 창녀들이 마음이 바로 그러합니다. 
산티아고 순례가 끝날 무렵의 순수로 빛나는 얼굴들, 바로 자신을 비워 순수해진 마음의 표현입니다.

40여일의 산티아고 순례여정중 무수히 만나고 헤어졌던 사람들을 산티아고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아, 평생순례여정중 무수히 만나고 헤어졌던 이들을 천국에서 다시 만나겠구나!' 깨닫습니다. 
얼마나 위로가 되는 은혜로운 깨달음인지요.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매일의 순례여정 하늘길을 잘 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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