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수호천사기념일(2014년 한국남자 수도회 수련자 대회 파견미사)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인영균끌레멘스신부님 2014년 10월 2일
작성자이진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4-10-02 조회수810 추천수5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제1독서

<나의 천사가 앞장설 것이다.>
▥ 탈출기의 말씀입니다. 23,20-23


복음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8,1-5.10



수호 천사 기념일
(2014년 10월 2일, 2014년 한국남자 수도회 수련자 대회 파견 미사)

천사는 하느님의 명을 따르는 영적 존재들입니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듯이 수호천사들은 우리 각자를 선의 길로 인도합니다.


일반 신자들은 우리 수도자를 ‘천사’처럼 봅니다. 천사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이런 시각은 틀리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옳기도 합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절대로 천사가 아니지요. 여러분 중에 천사가 계십니까? 우리 수도자들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웃다가도 울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넘어지고 일어나고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는 분명 ‘천사같은’ 존재입니다. 천사는 누구입니까?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하느님께 사랑받고 있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깊이 아는 이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천사들은 하느님이 자신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진정 아는 이들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전적으로 따를 수 있습니다. 신자들은 우리 수도자들을 천사처럼 보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임을 깊이 감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하신다는 이 사실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이것이 우리의 근원적인 부르심입니다. 우리의 성소는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이 사랑에 전 삶을 통하여 응답하는 사람이 바로 수도자입니다. 이 사실을 몸으로 깨닫는다면 정말 기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련은 어떤 덕을 닦거나 어떤 기술이나 재능을 익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깊이 감사하며 사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는 은총의 시기인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비하면 우리 존재는 얼마나 나약합니까?

그러나 이러한 삶은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복음에서 우리가 만나는 제자들은 정말 참으로 못나고 못난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가시는 길과는 정반대로 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에게 하는 질문도 꼭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질문만 골라서 합니다. “하늘 나라에서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큰 떡만 좋아하는 사람들었습니다.


주님은 어린이를 본보기로 내세우십니다. 어린이가 되라고 하십니다. 영적 어린이가 되라고 하십니다. 영적 어린이는 누구입니까? 어린이가 부모에게 의지하듯이, 하느님의 자비를 몸으로 알고 온전히 내맡기는 존재입니다. 지난 8월 16일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열린 ‘교황님과 함께 하는 저녁기도’에 참석했습니다. 4000명이 넘는 남녀 수도자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입장한 교황님은 미소년같은 맑은 미소와 유머 섞인 친근한 말투와 자유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으셨지요. 시간 관계상 교황님은 우리와 저녁기도는 하지 못했지만(교황님이 나가신 후 우리는 그 자리에서 함께 저녁기도를 봉헌했다), 기도와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 자비에 기반을 둔 수도자의 정체성과 복음삼덕에 대한 생생한 말씀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특히 우리 수도자들이 ‘하느님 자비의 증거자’가 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의 자비는 바로 하느님의 자궁과 같은 뜻입니다. 히브리어로 자비는 ‘라하밈’입니다. 라하밈은 ‘레헴’(자궁)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그래서 영적 어린이는 하느님의 모태인 자비하심으로 양육되는 존재입니다. 산모는 오랜 시간 아이를 자기 몸에서 키웁니다. 출산할 때 고통으로 아파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를 보며 기뻐합니다.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봅니다. 하느님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어머니와 같이 자비로운 눈길로 바라보고 계십니다. 어떻게 보면 수련기는 하느님의 모태인 자비하심 안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기뻐 뛰는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하느님 자비의 증거자로 평생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라야 형제들 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자기자신을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아무리 시련이 우리를 엄습해도 이를 너머 하느님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인간적인 수단이나 노력으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짊어지고 가신 그 십자가의 힘으로 우리는 기뻐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하여 두려워 하지 마십시오. 내어 맡기십시오. 그리고 늘 기도를 앞세우십시오. 이런 사람들이 이 땅의 천사들입니다. 하늘을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이 바로 이 땅의 천사들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나보다는 너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과 자비의 사람입니다. 날개 없는 천사들입니다. 우리 자신들이 날개 없는 천사들로 살 때 이 땅에서 하늘이 움틉니다. 우리 모두가 천사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늘 나 자신은 누구한테 천사로 드러날까요? 교황님은 “축성 생활이 교회와 세상을 위한 소중한 보물”이며 “자신만을 위하여 축성 생활을 간직하지 말고 사랑 받는 이 나라 곳곳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가 축성 생활을 나누라” 하며 수도자의 선교 사명을 강조하셨습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