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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포도밭의 소작인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4-10-05 조회수657 추천수6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오래 전 제가 보좌 신부로 갔던 본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선교사 형제들이 땅을 사고 거기에 본당을 설립하였는데

          이웃에 가난한 가족이 살고 있어서

          땅 한 귀퉁이에 집짓고 살게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곳에 갔을 때

          그렇게 한 동안 살던 이 사람들이

          그 땅의 소유권을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천주교 신자도 아닌 사람들을

          가난하다는 것 때문에 그냥 살게 해 줬는데

          선교사 형제들이 한국 법을 잘 모르는 것을 이용하고,

          선교사들의 순수한 사랑을 악용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은혜를 원수로 감는 격이었지요.

          저는 보좌 신부였기에 얼마 있다가 그곳을 떠났고

          그래서 그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모르지만

          그때의 저는 오늘 복음이 생각나면서

          저도 하느님께 이 사람들과

          마찬가지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주님의 포도밭을

          저도 모르게 제 것으로 삼는 적이 많은지,

          그 순간에는 모르다가 아차! 하고

          뒤늦게 깨닫는 적이 많습니다.

          북한 평양에 평화 봉사소를 세울 때의 얘깁니다.

          몇 년 간의 줄다리기 끝에,

          요즘말로 하면 오랜 밀당끝에

          북측에서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그때 저는 즉시 수도원 경당으로 가 하느님 감사합니다.’하고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주님께 드렸습니다.

          그렇게 감사의 기도를 한참 뜨겁게 드리고 있는데

          문득 제가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깨달음이 왔습니다.

          그 일을 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 일은 제 일이 아니고 하느님의 일인데

          마치 제 일을 제 뜻대로 이룰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도와주셨다는 거였지요.

          하느님의 일을 하느님께서 이루신 것이고

          저는 다만 도구였을 뿐인데

          하느님의 그 중요한 일에

          나를 도구로 써주셨음에 대해 감사드린 게 아니라

          그 일이 제 뜻대로, 제 바람대로

          성사시켜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 겁니다.

          일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일보다도 더 큰 잘못이 사람을

          내 것으로 소유하는 것인데

          저는 사람을 하느님의 사람이 아니라 제 사람으로 착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어떤 때 그 사람 위에 군림하려고 하고,

          어떤 때는 그 사람이 나의 뜻대로 할 것을 요구하며,

          요구한 대로 안 될 경우에는

          무슨 권리가 있는 양 못마땅해 하기도 합니다.

          너무도 흔히 하는 저의 잘못이 바로

          누가 내 마음에 들기를 바라는 겁니다.

          부모에게 자식조차도 자기 소유가 아니고 하느님의 소유인데

          저는 부모도 아니면서 사람들을 마치

          제 것인 양 소유하려고 드는 겁니다.

          프란치스코의 제자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저입니다.

          언젠가 프란치스코가 형제 하나와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점심이 되었는데 먹을 것이 없어

          길가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 먹었고,

          같이 걷던 형제는 도망을 잘 쳤지만 일부러 붙잡혔을까

          프란치스코는 주인에게 붙잡혀 실컷 두들겨 맞았습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는 길을 가는 내내

          두들겨 맞은 것을 즐거워하며

          형제는 잘 먹었고, 프란치스코는

          잘 얻어맞았네.” 하며 가난을 희롱합니다.

          프란치스코는 진정 아무 것도

          자기 것으로 소유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포도밭의 포도도 하느님의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것 따먹는 게지

          남의 것을 따먹는다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가 주인이라고 주장하니 두들겨 맞아 줄 뿐입니다.

          남의 것만 그러면 남의 것도 내 것,

          내 것도 내 것인, 상 도둑의 짓이겠지만

          그는 아무 것도 진정 자기의 것이 아니기에

          더 필요한 사람이 나타나면

          수도원에 하나밖에 없는 성서마저도 줘버리고 맙니다.

          그러지 않으면 하느님의 것을

          가로채는 도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부익부빈익빈의 이 자본주의 시대,

          하느님의 것을 가지고

          사람을 함부로 다루는 이 신자유주의 시대,

          새로운 교황이 프란치스코를

          자신의 이름으로 삼은 이유입니다.

          교황은 세상에 대해서만 그렇게 얘기하지 않습니다.

          교회의 지도자들도 하느님의 포도밭을 잘 돌보라고 합니다.

          진정 사람이건 사물이건 자기 것 삼지 말고

          하느님 뜻대로 돌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 곁에

          하느님으로 같이 있어주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을 때 교황은 오늘

          주님 말씀대로 소작의 자리를 빼앗습니다.

          목자에게는 양의 냄새가 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너무 사치스러우니

          그런 목자는 주교라 할지라도

          그 자리에서 내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는 잘 아시다시피

          주님께서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니 바로 저에게 하신 주님의 말씀으로

          오늘 저도 받아들이겠습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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