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묵주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10-07 조회수827 추천수6 반대(0)

며칠 전 꿈을 꾸었습니다. 아버님의 생신을 준비하면서 아버님께 선물을 드리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버님께 양복을 사드리고, 한복도 사드리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모이니 집안 청소도 하자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저는 집안 청소도 하였고, 아버님을 위해서 가지고 있는 돈을 어머님께 드렸습니다. 현실의 저는 그렇게 효도를 하지 못했습니다. 현실의 저는 집에 가면 청소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아버님께서는 3년 전에 하느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꿈속에서 아버님께서는 이제 혼자되신 어머님께 잘 하라고 말씀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일에는 소중한 것, 중요한 것, 긴급한 것,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하루 24시간 우리는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요? 먹고 살기 위해서 노동을 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서 우리는 일을 합니다. 본인의 성공을 위해서 우리는 일을 합니다. 저도 맡겨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예비 신학생들을 위해서 미사를 드리고, 면담을 합니다. 성소 후원회를 위해서 미사를 드리고, 모임을 함께 합니다. 신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합니다. 복음화 학교 공동체를 위해서 미사를 드립니다.

 

교구장님께서 지시하는 일은 긴급한 일입니다. 교황님 방한 준비를 위해서 했던 일들은 긴급한 일이었습니다. 그것들은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은 힘들기는 하지만 보람이 있습니다. 로마에서 진행되는 세계 주교 시노드에 추기경님께서 참가하시고 있습니다. 교구장님께서는 신학생과 관련된 통계 자료를 원하셨습니다. 그런 일들은 서둘러서 처리해야 합니다.

 

중요하지 않은 일도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보고, 라디오를 듣고, 친구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노는 일입니다. 물론 그런 일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하루 중 너무 많은 시간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보내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책을 읽으려고 하지만 다른 것들에 시간을 빼앗겨서 아직도 읽지 못하는 책들이 많습니다.

 

소중한 일이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입니다.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하루의 삶을 성찰하는 시간입니다. 공동선을 위해서 함께 연대하는 시간입니다. 책을 읽는 시간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시간입니다. 나의 것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시간입니다. 감사하는 시간입니다.

 

도시에는 많은 차들이 있습니다. 차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서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오래된 차도, 이제 막 나온 새 차도, 서민들이 타는 경차도, 고급차도 차의 목적은 정해진 장소를 향해서 달려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길에도 원칙과 규칙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차라고 해도, 아무리 급한 차라고 해도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신호등입니다. 파란 불에서는 가도 되지만, 황색 불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빨간 불에서는 무조건 서야합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차가, 빨간 불에 그냥 달려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다행히 별일이 없을 수도 있지만, 빨간 불에서 달리면 엄청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사제들이 1년에 한 번씩 피정을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아무리 급해도 빨간 불에서는 서야 하듯이 아무리 급해도 신앙인에게 기도의 시간은 필요한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바로 이런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체험했고, 복음 선포의 사명에 불타올랐지만 바오로 사도는 3년간 기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신이 체험한 예수님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도들을 만나기위해서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마리아와 마르타를 만나십니다. 마르타가 하는 일도 중요한 일입니다. 파란 불에서는 분명히 차가 움직여야 하듯이, 우리의 몸은 움직이고 행동하게 되어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그 만남 속에서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것은 당연한 사명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때로 마리아처럼 조용히 내면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도록 침묵 중에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파란 불이 길고, 빨간 불은 짧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짧아도 빨간 불은 소중한 규칙입니다. 우리가 하루 중에 대부분은 파란 불처럼 움직이고 행동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기도의 시간을 잊어 먹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방향을 잃어버린 차는, 목적지를 알지 못하는 차는 아무리 달려도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소중한 일을 먼저 하십시오. 그리고 중요한 일을 하십시오. 이기적으로 살기에 우리의 하루는 너무나 짧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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