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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4-10-10 조회수1,056 추천수10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4년 10월 10일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If it is by the finger of God that I drive out demons,
then the Kingdom of God has come upon you.
(Lk.11,20)
 
 
제1독서 갈라 3,7-14
복음 루카 11,15-26
 

요즘에는 운전하면서 거의 모든 분들이 교통 안내를 해 주는 내비게이션을 이용하십니다. 굳이 지도를 찾아볼 필요도 없고, 더군다나 위험한 구간을 친절히 안내까지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내비게이션이 점점 업그레이드되면서 이제는 일일이 목적지를 다 적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한글 자음만 쳐도 목적지를 찾아줍니다.

어떤 형제님께서 경기도 가평에 있는 ‘유명산’ 근처 캠핑장에 모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에 ‘ㅇㅁㅅ’이라고 입력했고 안내에 따라 운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길로 가는 것 같더랍니다. 그래도 ‘나보다는 내비게이션이 믿을 만하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대로 쫓아갔습니다. 약속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는데 유명산에 가까워지지 않아서 속도를 더 냈습니다. 결국 형제님께서는 깜짝 놀랄 일을 경험했습니다. 글쎄 도착한 곳은 경기도 가평의 유명산이 아니라,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이었습니다. 자음만 입력했던 ‘ㅇㅁㅅ’은 유명산뿐 아니라, 용문산에도 해당되는 것이었지요.

목적지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목적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속도를 내면 낼수록 원래 가려는 목적지와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의 삶도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우리의 목표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엉뚱한 길로 갈 수 있으며, 바쁘게 속도를 내면서 살면 살수록 더욱 더 원래 가려는 목표와는 다른 곳으로 나아가서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 삶의 목표는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래서 주님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며, 주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야 목표를 향해 제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를 목표라고 하면서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주님의 뜻이 아닌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군중 몇 사람이 예수님께서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서 마귀를 쫓아낸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주님의 뜻보다는 자신의 뜻이 더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토록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가르쳐줘도 계속해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보여 달라고 청했던 것이지요.

주님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될 때에 우리는 주님의 편에 설 수 없게 되어 주님을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뜻보다는 세상의 뜻을 더 윗자리에 두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목표인 하느님 나라에 더욱 더 멀어지게 됩니다.

다시금 나의 목표를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목표를 잡고 나아가야 가장 빨리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 목표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는 모두 특별하며, 때문에 목표와 포부도 다르다. 똑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이 없듯 우리가 세상에 남길 지문도 다르다. 누구도 대신 인생 횡단 지도를 그려 줄 순 없다(에릭 J.아론슨).


 

꿈을 대신 이루어 준 어머니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가 붕괴되는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때의 사건으로 고인이 되신 이승영 자매의 사연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당시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었는데, 강북에 있는 초등학교에 교생 실습을 나가고 있었지요. 출근 닷새만이던 그날 아침도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길이었습니다.

사실 그 일이 있기 11개월 전, 군인이던 아버지가 과로사로 돌아가셨습니다. 남편과 딸을 거의 동시에 잃은 어머니. 누가 그 슬픔을 어찌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고 직후 어머니는 딸의 유품을 챙기다가 일기장을 열어보게 되었습니다. 그 속에서 발견한 것이 '내가 일생동안 하고 싶은 일'이란 구절 밑에 빽빽하게 적힌 '14가지 소원'이었습니다.

장학금을 만든다.
이동도서관을 강원도에 만든다.
복지마을을 만든다.
한 명 이상을 입양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
장기를 기증한다.
신앙소설을 쓴다.
........

그때부터 어머니는 딸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한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죽으면 장기를 남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장기 기증을 위한 시한인 6시간을 이미 넘긴 뒤여서 고려대 의과대학에 시신을 해부 실습용으로 기증했습니다.

손에 쥔 보상금 2억 5천 만원 전액을 남서울 교회에 장학금으로 기부해 '승영 장학회'를 만들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신학대학원생 50여명이 목숨과 바꾼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장학금을 받은 사람들 중에는 본인이 청각장애인이면서 같은 처지의 장애인을 모아 공동체를 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암을 이겨낸 뒤 말기 환자 병동에서 기타로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65세 이상 노인 11명을 모아 '작은손길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생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동도서관'의 꿈은 군인 아버지를 따라 강원도 전방 부대를 다닌 어린 시절 기억이 만든 소원이었는데, '승영장학회'에세 이동도서관 차량 무쏘를 기증함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신앙소설을 쓴다는 꿈은 어머니가 승영양의 초등학교 시절에 쓴 시를 묶어 '연기는 하늘로'란 제목으로 출간함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무언가 한다는 꿈은 점자책 보급을 시작하면서 조만간 이루어지게 됩니다.

한 명 이상의 아이를 입양한다는 꿈은 올해 초 결혼한 동생이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상태고요.

딸의 소원 실현을 위해 사는 어머니는 교회 근처 연립 8평 원룸에 살면서 호스피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찾아간 기자에게 "나는 한 일이 없기 때문에 해줄 말이 없다.... 세상에 사랑이 이어지고 있으니 우리 딸, 아직 살아있는 것 아니냐"는 말만 남기고 더 이상의 질문도, 사진 촬영도 응하지 않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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