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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10-15 조회수714 추천수10 반대(0)

사제 생활 50년을 하신 신부님께서 회고록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신부님이시고, 늘 겸손한 모습을 보여 주신 신부님이십니다. 회고록을 읽으면서 정말 어려운 시대를 인내와 희생으로 이겨내신 신부님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의 시대는 지금 우리의 시대와는 참 많이 달랐습니다.

첫째, 식민지와 전쟁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피난을 가야했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오랜 박해의 시대를 견뎌온 교회는 이제 겨우 세상을 향해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습니다. 이별, 죽음, 질병은 오랜 친구처럼 늘 가까이 있었습니다.

둘째, 가난한 시대였습니다. 한국전쟁은 가난한 대한민국을 황폐화 시켰습니다. 분단은 큰 상처와 분노를 주었습니다. 피를 나눈 형제를 원수로 여기면서 살아야 했습니다. 차로 가면 2시간이면 갈 고향을 70년이 넘어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셋째, 홀로 서야했습니다. 50년 전에는 성당도 많지 않았습니다. 신자도 적었습니다. 사제들의 숫자도 별로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 그림을 그려야 했습니다. 길을 내야 했고, 마을을 만들어야 했고, 성당을 세워야 했고, 공장을 지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래도 내세울 것들이 있는 것은, 지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삶의 기반들은 모두 그분들의 수고와 땀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입니다. 그분들이 걸어온 지난 50년을 보면 그분들의 인격과 그분들의 열정과 그분들의 신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14년 지금 제가 있는 교회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첫째,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우리의 문화, 우리의 역사, 우리의 예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류는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까지 소개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물건들이 우수한 품질로 세계 시장에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둘째,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민주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남과 북의 관계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갔습니다. 스포츠, 문화, 경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있었습니다.

셋째, 우리 사회는 많은 인프라가 생겨났습니다. 교통, 물류, 통신, 도시의 수준은 세계 어디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가톨릭 신자는 500만이 넘어섰고, 어디에서나 조금만 가면 성당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풍요로운 시대에 과연 우리 시대는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앞으로 27년이 흐른 뒤 제가 회고록을 쓴다면 과연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이제 우리가 맺어야 할 열매는 어떤 것일까요?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맺어야 할 열매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성령의 열매입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 나의 미래는 알기 어렵지만 내가 걸어온 길을 보면 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花無十日紅이고 權不十年이라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곧 사라지고 마는 것들 때문에 중요한 것을 잃어버립니다. 돈 때문에 소중한 가족을 등한시하기도 하고, 권력 때문에 우정을 팔기도 합니다. 세상의 것을 추구하다가, 영원한 생명을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蘭香千里 德香萬里라는 말이 있습니다. 난의 향기는 멀리가야 천리이지만 사람의 덕은 만리까지 간다는 뜻입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는 5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영성의 향기를 진하게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희생, 사랑, 나눔, 봉사는 아름다운 향기가 되어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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