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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전례 주년과 성모 공경: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5월 31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07 조회수4,233 추천수0

[전례 주년과 성모 공경]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5월 31일)


그 아름답고 거룩한 만남의 의미

 

 

가장 좋은 시절 5월은 성모성월이며, 교회는 그 마지막 날인 5월31일을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로 지낸다. 마리아가 천사의 계시로 친척 언니 엘리사벳이 아기를 잉태하였음을 알고 예루살렘 남쪽 유다 산골에 찾아가 나눈 기쁨의 상봉을 기리는 날이다(루카 1,39-56 참조). 우리는 이 축일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남’을 본다. 그리고 소박한 두 여인의 기쁨과 감사에 넘친 만남에 흐르는 그 은혜로움과 의미에 깊이 젖어 들게 된다.

 

‘성모 찬송’(Magnificat)이라는 찬미가를 낳은 이 방문의 성서 이야기가 중세기 신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어 이 사건을 전례 안에서 기념하게 되었다. 일견에 의하면 프란치스코회 성 보나벤투라가 1263년 처음으로 그의 수도회에 이 축일을 도입하였다고 하는데 정확하지 않으며, 1386년 프라하 시노드에서 프라하의 대주교 요한 예슈타인에 의해 보편 교회를 위한 교회 일치를 기도하기 위해서 이 축일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당시 교회는 교황이 아비뇽으로 유배되고, 다른 교황이 선출되는 등 여러 가지 혼란을 겪던 상황에서 교황 우르바노 7세는 1390년을 성년으로 선포하면서 이 축일을 도입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교황은 이 축일을 지내기 전에 승하하였고, 결국 1389년 새로 교황이 된 보니파시오 9세가 설정하였으며(그 날짜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일부 학자들에 의하면 성 요한 세례자 탄생 팔일축제 다음 날이며, 마리아의 옷이 보관되어 있다는 발케르네 성지의 축일인 7월2일에 병행해 지냈다고 한다), 비오 5세 교황 때 보편 전례력에 들어오게 되었다.

 

새 로마 전례력에서는 이 축일 5월31일로 옮겨 놓았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3월25일)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6월24일) 사이에 이 사건을 기념하고자 5월 성모성월 마지막 날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마리아의 방문을 받은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주님의 어머니’라 불러

 

사제 즈가리야의 부인인 엘리사벳은 노년에 이르도록 자녀가 없어서 설움을 겪고 지내다가 하느님의 은혜로 아이(세례자 요한)를 가진 지 6개월이 되었을 때 마리아의 방문을 받는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잉태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을 것이고, 엘리사벳이 자녀가 없어 오랫동안 하느님께 열렬한 기도를 바쳤음을 아는 마리아는 하느님 섭리의 오묘하심에 크게 놀라며 축하하고 여러 가지 일도 돌보아 드릴 겸 엘리사벳을 방문하기로 결심하였을 것이다.

 

유다 산골 마을에 가려면 첩첩이 가로놓인 산을 넘어야 하므로 나자렛에서 3~4일이나 걸리는 길을 주저하지 않고 방문길에 나선 것이다. 16살, 쉽지 않은 나이였지만 하느님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고, 은총과 기쁨에 가득 찬 마리아에게 그 여정은 도무지 어려운 여행이 아니었을 것이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의 집에 이르러 그 지방 풍속대로 문안의 말씀을 드리니 엘리사벳의 태중의 아기는 뛰놀고 엘리사벳도 즉시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2-45)

 

성령으로 충만하시며 주님의 어머니로 간택되신 마리아는 잉태된 아기 구세주와 함께 참으로 복되신 분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성모송 전반부에 등장하는 엘리사벳의 이 환영의 환호는 결코 인간적 깨달음이나 논리적 술회가 아니라 의지와 이성을 넘어 성령의 계시로 고백한 기쁨 가득한 환호이다. 그것도 마리아를 ‘주님의 어머니’라 부르면서 성경 안에서 예수님께 대해 처음으로 ‘주님’으로 고백한 것은 엘리사벳의 고백이 성령으로 말미암았음이 분명한 대목이다.

 

이에 화답하여 마리아도 성령으로 충만하여 그 아름다운 노래 ‘성모 찬송’(Magnificat)으로 하느님을 찬미한다. 마리아는 이 찬송을 할 때 우선 자신이 특별히 받은 은총의 선물에 대해 감사드린다. 이에 대한 성 베다 사제의 심오한 강론 일부를 전한다.

 


“내 영혼이 주님을 주를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이다.”

 

우리를 구하신 하느님께 마음 기뻐 뛰노는 사람은 영원한 구원을 주시는 창조주를 생각하는 데 기쁨을 두는 사람입니다. 이 말은 완덕에 도달한 사람들이 모두 합당하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하느님의 복되신 모친께서 특히 그러했습니다. 마리아는 특별한 은혜로 말미암아 당신 태중에 기꺼이 모실 수 있었던 아드님에 대한 영적 사랑으로 불타올랐습니다. 다른 성인들보다도 성모님은 예수님 곧 당신의 구세주께 대한 더욱 큰 기쁨으로 용약할 이유를 지니셨습니다. 마리아는 구원의 영원한 근원이신 분으로 알고 있던 바로 그분을 때가 이르면 자기 몸에서 낳으리라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능하신 분이 큰일을 내게 하셨음이요, 그 이름은 ‘거룩한 분’이시로다.”

 

여기서 마리아는 아무것도 자신의 공로로 돌리지 않습니다. 권능과 위대함 자체이시고 당신의 빈약하고 연약한 종들을 강하고 위대한 인물들로 만드시고자 작정하신 분께로 자신의 온갖 위대함을 돌리십니다. 마리아는 그 이름은 ‘거룩하신 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으로 마리아는 자시 말을 듣게 될 모든 이들에게 그분을 신뢰하고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또 그 이름에서 피난처를 구하라고 권고하십니다. 그들 역시 “그때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마다 구원을 받으리라.”(요엘 3,5)는 예언의 말씀대로 참되고 영원한 구원의 참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제2의 마리아가 되어 이웃에게 예수님을 모시고 가야 해

 

성모 찬송은 전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을 찬미하고 성모의 성덕을 찬송하며 불린 으뜸가는 찬미가가 되었다. 교회에서 매일 성무일도 저녁기도 때 우리 모두 이 성모 찬송을 부르는 것은 훌륭하고 유익한 관습이며, 레지오 주회에서도 매번 까떼나를 바치며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다. 신자들은 성모 찬송을 노래할 때마다 주님의 육화를 상기하고 성모님의 겸손과 성덕을 칭송해야 할 것이다. “주님께서는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셨습니다.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 … 이제부터 온 백성이 나를 복되다 할 것입니다.” 이 말씀대로 성모님께서는 지금까지 그러하셨고, 또 앞으로도 세세대대로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공경과 찬미를 받으시고, 우리 자녀들의 구원을 위한 가장 탁월한 사랑의 전구자가 되실 것이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특히 성령으로 충만하였고 예수님을 모시고 방문하였다. 마리아는 그렇게 우리에게도 참 기쁨의 원천이신 예수님을 모시고 늘 찾아오신다. 마리아를 만나면 예수님을 더욱 은총 가득하게 만날 수 있고, 엘리사벳처럼 기쁨이 솟아나게 된다. 성체를 모시는 레지오 단원들은 제2의 마리아가 되어 이웃에게 예수님을 모시고 가야하고, 그들에게 세상이 주지 못하는 참 기쁨을 안겨주어야 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6월호,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광주대교구 대치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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