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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0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10-26 조회수593 추천수7 반대(0)

 

10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10월에 가장 바쁜 가수가 누구인 줄 아십니까? 가수 이용이라고 합니다. 그가 부른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 때문입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10월이라는 계절에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10월의 마지막 주일에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가족과 가을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잊고 있었던 분들이 있다면, 전화라도 해보고, 한번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저도 며칠 전 우연히 군대생활을 기록했던 추억록을 보았습니다. 군복을 입고 찍었던 28년이 지난 사진들을 보았습니다. 함께 근무했던 친구들이 제대하는 저를 위해 적어주었던 글을 보니 가슴이 했습니다. 부는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과 그리움, 사랑은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어머님을 모시고 고향엘 다녀왔습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강론을 했기 때문에, 저의 말을 실천하고 싶기도 해서, 어머님을 모시고 고향 선산을 다녀왔습니다. 어머님은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조금 멀고 힘은 들었지만 모처럼 어머님과 함께한 가을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내장산 근처에 있는 5대조 할아버님의 묘소를 다녀왔습니다. 증조부 할아버지의 묘소는 고향 선산에 모셔져 있는데, 5대조 할아버지는 박해 때 순교를 했기 때문에 험한 산 속에 모셨다고 합니다. 저도 이번 여행에서 처음 5대조 할아버지의 묘소를 방문했습니다. 험한 산길을 올라, 말없이 계신 할아버님의 묘소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모진 박해를 당했고, 순교하신 조상께서는 사제가 되어 인사를 온 후손을 보시면서 흐뭇해 하셨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고향 어르신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후손들이 조상들의 묘소를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는 것은 조상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조상을 찾은 후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순교하신 조상께서는 이미 하늘나라에 계실 것이다. 우리가 그분들의 묘소를 찾는 것으로 그분들께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우리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조상들은 하늘나라에서 바로 우리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때문이다.’ 저는 고향 어르신의 말씀을 들으면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어쩌다 한번 어머님을 모시고, 고향에 찾아간 것은 그렇게 내세울 일도 아니고, 조상님들께 큰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제게 신앙의 뿌리를 알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었고, 저의 영적인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은 일을 한다고, 희생을 한다고 하였지만 결국 그 결과는 제가 하느님께 더 깊이 나아갈 수 있는 기회였던 것입니다. 고향으로 가고 오는 길에, 어머님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어머님과 깊이 있는 대화를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탈출기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가난한 사람, 고아나 과부를 업신여기거나, 무시하지 마십시오. 그들에게 받을 것이 있어도 무리해서 그들의 처지가 너무 힘들지 않도록 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과부나 고아를 돌보아 주는 것은 우리가 선행을 베푸는 것이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사실 그것은 나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은총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온 마음과 생각과 정성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하십시오. 이것이 가장 큰 계명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몸처럼 여러분의 이웃을 사랑하십시오. 이것이 율법과 계명의 근본정신입니다.’

 

남을 위한 희생과 봉사는 자랑할 것은 아닙니다. 가난한 이를 도와주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생색을 낼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감사할 일입니다. 그러한 삶을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고, 하느님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환난과 박해를 이겨낸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하게 따른 사람들에게 큰 축복이 주어지리라고 말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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