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미안 미안 미안....... (장재봉 신부)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4-10-26 조회수1,075 추천수9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Meditate on the Gospel



미안 미안 미안.......


자리를 옮긴지 겨우 한 주일인데
지난 시간들이 가물가물... 멀게만 느껴집니다.
얼마 전부터 얼굴이 여위고
얼굴색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내심 ‘살 빠지면 좋지’라고 생각하면서^^
종합검진을 받으라는 주위의 채근을 흘렸습니다.

그러다 찾은 병원에서
당장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는 믿을 수 없는 권고를 들었네요.
순간,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예정 된 스케줄이 줄줄줄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 정리하고
“쉬자” 라는 결정을 내리고 나서야
제 상황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느껴졌습니다.
‘당장’ 치료를 요할 만큼 상해있는 몸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달리면서 몸을 혹사시키는 행위야말로
주님께서 주신 몸을
함부로 대하는 ‘나쁜 관리인’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내 온 것의 주인이신 주님께 진심으로 사과를 올렸습니다.
당신의 것을 함부로 남용한 죄
당신의 것을 내 멋대로 사용한 죄
당신의 것을 아껴 소중히 다루지 않은 죄.......

***

지난여름 시복미사는 저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려서 전구를 청했던 분들의 이름이
복자로 선포되시니 참으로 큰 은총이었습니다.
주문모 신부님 복자품에 오르시니 축하드려요...
이성례 마리아님 복자품에 오르시니 축하드려요...
황사영 알렉시오님 복자품에 오르시니 축하드려요...
이정식 요한님 복자품에 오르시니 축하드려요...
양재현 마르티노님 복자품에 오르시니 축하드려요...
진심으로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언제부터일까요?
저는 늘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께 전구를 청합니다.
저도 그렇게 성실한 주님의 목자가 되기를 원하고 또 원하는
간절한 원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잠을 설치며 전국을 누빌 때에도
최양업 신부님의 노고를 생각하며 피로를 치워내곤 했습니다.
신부님께서 옮겨 다니신 한 걸음 한 걸음에 비하면
차를 타고 달리는 제 수고는 늘 하찮기만 했습니다.
신부님께서 복자품에 오르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에도
서운하기보다 “과연 신부님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신부님,
전국을 떠다니며 교우 한 사람 한 사람을 챙기고 돌보셨으니
‘무명’으로 순교를 당하신 분들의 기막힌 사연을 모르실 리가 없으시니,
그런 분들을 제치고
홀로 복자되고 성인되시는 걸
극구 마다하셨을 것이라 헤아려졌습니다.
그 어여쁜 간청을
주님께서는 기꺼이 허락하신 것이라 믿어졌습니다.
그래요. 제가 마음 깊이 느끼는 최양업 신부님은
백번, 그러고도 남을 분이십니다.

***

저는 잡다한,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에 관심이 적습니다.
더러 읽은 후에 뒷맛이 씁쓸했던 경우가 많았던 탓일 것입니다.
그런 탓에 언젠가부터는
성경이외의 책은 읽는 시간만큼 낭비라는 확신도 가졌더랬습니다.
읽고나면 늘
그 시간에 성경을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따랐던 탓일 겁니다.
물론 소설책도 제가 삼가는 책의 목록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제가 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는 약간 색다릅니다.
유치하다거나 수준이하라거나 따위의 시건방진 이유에서가 아니라

소설을 읽으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을 뺏기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으니
마음을 뺏기고
밤잠을 뺏기고
할 일마저 미루고 싶을 지경이 되고 마니까요. 
그런 함정^^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소설을 멀리하는 것 외에는 뾰족수가 없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즈막에 소설 두 권을 내리 읽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밤잠을 뺏기더라도 할 일을 잠시 미루더라도
이 소설에 빠져들 것을 권하고 싶어졌습니다.

청주교구 이태종신부님의 “차쿠의 아침”과
최보식 씨가 지은 “이벽”
모두 두 분의 처녀작인데요.
사제로 살아가면서 도무지 떨쳐낼 수 없는
선배사제를 향한 존경심이
“차쿠의 아침”이라는 열매를 맺은 것이라 싶어서
많이 샘내고 부러워하며 읽었습니다.
한편 잘나가던 신문기자가
이벽이라는 인물에 마음이 꽂혀서
나아가던 길에서 뚝 멈춰
소설을 써내린 사실은 또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요.
석달을 꼬박 산중에 묻혀서 집필했다는 “이벽”은
천주교사제가 해야 할 몫을
주저대고 머뭇대다 빼앗긴 느낌이었습니다.
쎄게 한 방 맞은, 얼얼한 감정이 책을 읽는 내내 사무쳤더랬습니다.
두 권의 책이 모두
재밌고 흥미롭게
우리 교회사를 이해하고 느끼도록 해 주는 사실이 고마웠습니다.

읽어 느끼는 바는 개개인이 다를 터이나
저는 진심으로 부러웠고 샘이 났으며 또 한편 고맙고 고마웠습니다.
더 많은 사제와 신자들이
이 소설들을 통해서
한국교회를 향한 주님은혜를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원하며
권해드립니다.
이 소설들을 읽은 후에는
모든 신자분들이
한국의 모든 성인들과 함께하는
통공의 은혜에 더 깊이 다가가기를 원하며 권해드립니다.

***

교구청으로 이동한지 딱 열흘 만에
의사선생님의 엄포에 놀라, 뜻밖의 장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덕에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게 되었으니
이 또한 은혜입니다.
딱 열흘만 채우고, 일상으로 복귀할 것입니다.
제 빈자리를 메워주시는 선교사목부국장님께 진 빚이 큽니다.
함께 애쓰시는 직원분들의 수고도 갚을 길이 아득합니다.
이 고마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두루두루...
주님께서 주신 몸을
아껴 소중히 다루며 지내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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