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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세상의 권위도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4-10-28 조회수935 추천수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가해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 동쪽과 서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


  
복음: 루카 13,22-30






성모자


부티노네(Butinone) 작, (1490),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 세상의 권위도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 >

 

어제 대장내시경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대장내시경은 두 번째 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대장약과 물로 여러 번 속을 배워내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내시경을 하기 전 날은 흰 죽만 먹으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아침과 점심을 흰 죽으로 먹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강의를 다녀오니 허기가 져서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저녁으로 죽을 먹어도 되는 것을 몰라서 그냥 누가 보내준 피자 몇 조각을 먹었습니다. 빨리 소화시키고 빼내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누군가에게 문자로 피자를 먹었다고 하니 내일 대장내시경 예약을 취소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죽을 먹으라면 그 이유가 있는 것인데 배고픔이 이성적 사고를 이겨버린 것입니다. 일단 예약을 해 놓은 것이니 더 물을 많이 마시며 밤과 새벽에 최대한 빼 내려고 노력했지만 끝까지 찌꺼기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내시경을 했다가는 창피만 당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대장 내시경은 취소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간호원은 어차피 밤새 고생하며 다 빼냈는데 오전에 더 빼고 오후에 하고 가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렇게 세 번 더 빼냈습니다. 정신이 혼미해 지면서 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 이 고생인가하며 후회를 하였습니다.

결국 저는 병원에서 시키는 것을 그냥 병원에서 시키는 것으로 보았지 그것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내 뜻대로 한 것입니다. 세상의 권위가 아무리 그렇게 안 보여도 하느님의 뜻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오늘 사실 그리스도교인들로부터 바오로가 많이 비판받고 있는 사상이 등장합니다. 바로 부조리한 세상의 권위에도 순종하라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바오로는 일단 부모에게 순종하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는 십계명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하느님께서 우리 부모님들을 우리의 부모님으로 세워주셨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그분들을 우리 부모님으로 세워주신 하느님께 원망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종은 주인에게 순종하라고 말합니다. 노예제도는 분명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바오로는 노예제도를 인정하며 한 번 종이 되었으면 주인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순종하되 사람이 아니라 주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순종하라고 합니다. , 종이 되는 것 또한 주님께서 세워놓으신 질서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오로가 혹시 노예제도가 잘못된 것임을 알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요? 아닙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바오로는 주인에게 종들을 잘 대해주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들의 주님이신 그분께서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아 두십시오.”라고 합니다. 이렇듯 하느님도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종에게 주인을 하느님처럼 대하라고 말하는 것일까요? 노예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말해야 옳지 않았을까요? 사실 바오로는 세상의 잘못된 구조도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로마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렇게 써 보냅니다.

사람은 누구나 위에서 다스리는 권위에 복종해야 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나오지 않는 권위란 있을 수 없고, 현재의 권위들도 하느님께서 세우신 것입니다.”(로마 13,1)

당시엔 이스라엘이 로마의 지배하에 있었습니다. 우리와 비교하자면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그 권력에 맞서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도 하느님께서 허락해 주셨기 때문이니 그저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도 로마에게 저항하지 않으셨습니다. 가리옷 유다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가 로마의 압제를 벗겨주고 부강하고 정의로운 새 이스라엘을 세워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약하고 가난하고 권력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때리면 맞고 칼을 대면 목을 내미셨습니다. 불의에 순응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른 뺨을 맞으면 왼 뺨도 대 주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로마의 집정관인 빌라도까지도 이런 예수님을 놓아주고 싶었습니다. 자신들의 나라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파라다이스를 꿈꾸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의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만일 내 왕국이 이 세상 것이라면 내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다인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했을 것이다. 내 왕국은 결코 이 세상 것이 아니다.”(요한 18,36)

   

우리는 정의롭지 못한 것을 나무라야 합니다. 그것은 예언자직입니다. 그러나 우리 종교가 이 세상에서 하느님나라를 건설하는 목적으로 존재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은 알아야합니다. 예수님은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라며 이스라엘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로마에게 세금을 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이 세상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이 세상이 목적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 속하게 하신 하느님께서도 다 이유가 있으시니 이 세상의 권력들도 주님께서 주신 것임을 인식해야겠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셨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불의에 침묵해서는 안 되지만, 그 불의가 하느님께서 허락해주셔서 나타난 것임도 동시에 볼 수 있어야합니다. 분노하다가 자칫 하느님께 분노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권위도 하느님께로부터 주어졌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겠습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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