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모든 성인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11-01 조회수604 추천수8 반대(0)

11월의 첫날입니다. 11월은 꼭 저의 작은 형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큰 형은 장남이기 때문에 어른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가문을 이어갈 자손이기 때문입니다. 큰 형은 기대가 큰 만큼 행동도 바르게 하였습니다. 셋째인 저는 막내라서 사랑을 받았습니다. 작은 잘못들은 용서를 받았습니다. 친구들과 다툼이 있어도 형들이 있어서 든든했습니다. 제 앞가림은 하는 저를 부모님께서도 기뻐하셨습니다. 작은 형은 큰 형만큼 기대를 많이 받지도 못하였습니다. 막내인 저만큼 사랑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형은 다리와 같았습니다. 늘 말없이 굿은 일들을 하였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제게 용돈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10월은 풍요와 결실의 달입니다. 단풍도 아름답고, 운동을 하기에도 좋은 달입니다. 본당에서 많은 단체들이 10월 달에 야유회를 가기도 합니다. 산과 들이 무척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농촌에서는 가을걷이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합니다. 풍부한 먹거리가 있는 달입니다. 12월은 한해의 끝이라서 마음이 설레기 마련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난 성탄절이 있습니다. 거리에는 성탄을 알리는 노래가 들리고, 하얀 눈이 내리기도 합니다. 방송에서는 한 해 동안 최선을 다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11월은 크게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텅 빈 들판은 쓸쓸하기 마련입니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는 외롭게 보입니다. 그러나 11월은 10월의 풍요함과 12월의 화려함을 이어주는 다리와 같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11월을 위령의 달로 정한 것 같습니다. 11월은 살아 있는 이와 세상을 떠난 이를 이어주는 다리와 같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삶도 죽음도 하느님 앞에서는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작은 형이 있어서 우리 가족은 더 화목할 수 있었습니다. 11월이 있어서 10월이 더 풍요롭게 보이고, 12월이 더 화려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지난 8월 있었던 교황 방한을 준비하면서 많은 봉사자들을 보았습니다. 시복식 미사에는 새벽 2시에 나와서 준비를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눈에 드러나는 아름답고, 장엄한 시복식 전례는 그렇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수고하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나라에나 국가를 위해서 헌신한 분들을 모시는 국립묘지가 있습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국립묘지의 중심에는 어느 나라든 예외 없이 무명용사를 기리는 탑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죽음이 있었기에 자유와 민주를 지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모든 나라는 무명용사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모든 성인의 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분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교회를 밝게 비추는 신앙의 별이 되신 분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분들이 피와 땀을 흘려서 신앙을 지켰기 때문에 오늘 우리들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신앙의 별이 되는 방법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옳은 일을 하다 박해를 받으면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낙엽 지는 가을 뒤엔 반드시 눈 내리는 겨울이 오듯이 우리의 삶도 반드시 어떤 종점이 있습니다. 우리들 또한 신앙의 별이 되어서 우리 후손들에게 신앙을 물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11월 첫날을 보내면서 최 민순 신부님의 두메 꽃이라는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별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님만 보신다면 평생 이대로

숨어 숨어서 피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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