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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11-10 조회수701 추천수8 반대(0)

신학교 교정에는 평신도가 바라는 사제상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산보를 하면서 자주 읽었습니다. 신자들이 원하는 것은 사제들이 목숨을 바쳐서 순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24시간 기도를 하는 사제를 원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사제로서 최소한의 것들을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글이 신학교 교정에 있는 것은 그런 정도의 최소한의 사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사제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야 한다고 합니다. 장미꽃을 포장한 종이에서는 장미향이 나듯이, 사제는 그리스도의 순명, 가난, 정결의 향기가 나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사제의 말과 행동에서 교만, 허위, 욕심의 냄새가 난다면 세제복은 입었지만 세상의 것들에 물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강론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합니다. 복음을 전파하는 것은 모든 신자들이 지녀야 할 사명입니다. 특히 사제는 말씀을 잘 묵상하고, 신자들에게 선포할 사명과 책임이 있습니다. 신변잡기를 늘어놓아서는 안 됩니다. 성급한 판단으로 편을 갈라서도 안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신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기도하고, 신자들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시대의 징표를 잘 읽어야 합니다.

사제는 고백성사를 비롯한 성사를 성실하고, 경건하게 집전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가족들을 위해서 아침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일을 합니다. 거친 말을 들을 때도 있고, 속이 상할 때도 있지만 꾹 참고 견디면서 오늘 하루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적어도 미사 시작 30분 전에는 고백소에 불을 켜고 신자들을 기다렸으면 좋겠습니다. 장례가 나면 제일 먼저 가서 유족들을 위로하고, 연도를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봉성체를 가면 대화를 많이 나누고, 외롭고 아프신 어르신들에게 주님을 모셔드리면 좋겠습니다. 이 정도는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노력일 뿐입니다.

사제는 먼저 성직자이기전에 인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합니다. ‘仁義禮智는 먼 옛날 어르신들만이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 아닙니다. 전통과 관습은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목욕물을 버리다가 아이를 버리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지켜온 소중한 전통들을 사제들이 먼저 지키고 보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진하게 나는 신자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제게 감동을 주셨습니다. 방앗간을 하시는 형제님께서는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소년 가장들에게 떡을 나누어 드렸습니다. 추석이나, 설날에는 어김없이 떡을 나누어 드렸습니다. 형제님은 말씀하시지 않았는데, 동네 분들이 저를 찾아와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셨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성당으로 오셔서 비가 세지 않도록 창문을 닫고, 물이 넘치지 않도록 하수구를 치우고,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하시고 가는 형제님도 보았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본당을 사랑하는 형제님의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사제가 피정을 가면 늘 성당에 나와서 마당도 쓰시고, 사무실도 돌보고, 수녀님들 도와 드리는 형제님도 있었습니다. 그런 분이 계시기 때문에 피정도, 휴가도 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용서가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용서는 영어로 ‘Forgiveness’입니다. 용서는 누군가를 위해서 주는 것입니다. 단순히 나에게 잘못한 사람에게 주는 것만이 용서는 아닙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의 재능을 나누어 주는 것,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주는 것, 소중한 목숨까지 내어 주는 것이 용서입니다.

 

용서는 사랑과 믿음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용서합니다. 그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용서에 대해서 아름답게 이야기해 주는 성서 말씀은 루가복음 15장입니다. 아버지는 재산을 탕진하고 거지가 되어서 돌아온 둘째 아들을 받아들이고 잔치를 베풀어 줍니다. 아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큰 아들은 동생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사랑과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실 때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도 바로 용서였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신앙인에게 가장 큰 덕목인 용서를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기도에서도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 죄를 용서해 주소서.’ 용서는 베푸는 것이 아니라, 용서는 나를 구원에로 이끄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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