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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11 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의 의무/기경호 신부님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1-11 조회수1,042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루카 17,7-10(14.11.11)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의 의무  

 
사도들은 예수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17,5)라고 요청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사도라는 걸 내세워 하느님의 관대함을 요구할 수는 없음을 상기시켜

주신다. 종은 주인을 위하여 무상으로 일하는 법이다. 종이 일을 했다고 해서 보수나 사례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당시 율법 교사들의 가르침을 받은 바리사이들과 이스라엘 백성은

율법을 잘 지켜 공덕을 쌓아 하느님께 보상을 받겠다는 인과응보 사상에 젖어 있었다.

그들은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로 오해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이를 종과 주인의 관계에 비추어 가르치신다.

오늘 복음에서 주인은 밭을 갈거나 양을 치고 들에서 돌아온 종에게 같이 식사하자고

하지 않는다(17,7). 오히려 주인은 자신의 저녁을 준비하고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고 나서 음식을 먹으라고 한다(17,8). 예수님의 제자들은 하늘나라를 위한 봉사를 먼저

하고 나서야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다. 품꾼은 삯을 받고 일하며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종은 남의 집에서 무상으로 일하기에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이처럼 종(servus)의 정체성은 섬기는(inservio) 자이다.

사도들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랑을 전하도록 부름받은 하늘나라의 ‘종’이요 ‘공무원’이다.

사랑으로 우리를 지으시고 사랑을 위해 서로를 섬기도록 부르신 하느님의 그 부르심은

‘아무리 해도 갚을 수 없는 사랑의 선물’이다. 따라서 종은 모든 일을 다 하고 나서는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17,10)하고 말하여야 할

것이다. 이처럼 사도들이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의 지혜와 사랑을 전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사랑의 의무를 수행한 것일 뿐 자랑거리가 아니며 그 어떤 대가도 요구할 수

있는 결과도 아니다.

복음을 선포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이 의무는 다름 아닌 ‘사랑의 의무’이다. 그것은

이해타산적인 사고로는 이해 불가능하며, 죽기까지 온힘을 다하여도 채우지 못하는

의무이다. 신앙공동체에서 말하는 권리는 바로 이 의무를 더 잘 실행하기 위한 방편일

사랑의 의무에 앞서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믿는 이들에게는 실은 그 무엇도 요구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8)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했던

분이다. 그는 자신을 ‘보잘것없는 종'(유언 41), '하찮은 종'(지도자편지 1), '가장 작은 종’

(2보호자편지 1)으로 인식하였으며, 장상직을 수행하는 형제들을 ‘형제들의 봉사자요 종’

(인준칙10,1)이라 했다. 이처럼 그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형제들이 하느님의 종이며

형제들을 섬기는 서로의 종임을 깊이 인식하였고 그것을 온 존재를 다해 실행하였다.

우리는 불림받은 사도로서 하느님의 품꾼이 아니라 종임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하느님의 종인 우리는 사랑으로 섬기며 살도록 불러주심에 감사하지 않고, 하느님의

일에 대해서조차 계산하고 대가를 따지며 품꾼처럼 살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 보아야

하겠다. 이제 더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주고 고맙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고, 봉사한

다음 칭찬 받으려 하며, 사랑의 의무 실천보다는 남을 지배하려는 욕심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안달하고, 자신을 위한 권리 주장에 더 마음을 쓰는 ‘영적 천박함’을

내려놓도록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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