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11-12 조회수916 추천수8 반대(0)

어머니와 함께 선산엘 다녀왔습니다. 선산에는 지난 70년 동안 고향을 지키고 계신 형님이 계십니다. 고향에서 농사를 하시면서, 조상들께서 잠들어 계신 곳을 지키고 계십니다. 어쩌다 선산을 찾아가면 형님께서는 저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고, 형수님께서는 정성껏 음식을 마련해 주십니다. 큰 바위 얼굴처럼 언제나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형님께 늘 죄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저는 52년 전에 선산 아래 고향 집에서 태어났고, 어려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 뒤로 6번 정도 고향 집을 찾아갔습니다. 중학생 때 부모님과 함께 갔었고, 고등학생 때는 혼자서 갔었습니다. 사제서품을 받은 후에는 교우촌인 고향 선산에 가서 첫 미사를 하였습니다. 그 뒤로 부모님을 모시고 2번 갔었고,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에 어머님과 함께 어제 다녀왔습니다. 무엇이 바쁜지, 어머님께서 늘 가고 싶어 하시는 선산엘 몇 년에 한번 꼴로 가곤 합니다. 앞으로는 1년에 한번은 어머님을 모시고 다녀 오려합니다.

 

오늘 길에 천호성지엘 들렸습니다. 성지를 관리하시는 신부님께서 고향 친척이시기 때문입니다. 신부님께서는 일가라는 이유로 잠자리를 마련해 주셨고, 성지 안내도 직접 해 주셨습니다. 신부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문뜩 생각하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맺은 혈연으로 이렇게 좋은 환대를 받았으니, 언젠가 하느님의 품으로 가면 신앙인이었다는 이유로, 사제직을 수행했다는 이유를 참 많은 환대를 받을 것 같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시고, 사랑이 넘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반갑게 맞이하시는 큰 집 형님처럼, 일가라는 이유로 따뜻하게 성지 안내를 해 주셨던 신부님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돌아가기만 하면 우리를 그렇게 사랑해 주시고, 용서해 주시고, 영원한 생명을 주실 것입니다. ‘나 이제 돌아갈래!’ 언젠가 보았던 영화에서 주인공이 했던 대사입니다. 세상의 명예, 권력, 재물에서 벗어나 겸손, 감사, 사랑으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하느님께서는 그런 우리를 넉넉하게 품어 주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병이 치유된 환자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들이 다시 주님께 돌아오기를 바라셨습니다. 주님께 돌아온 나병이 치유된 사람은 이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곧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올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보다는 꼭 해야 할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용서를 청할 일이 있다면 그렇게 해 보십시오. 저처럼 고향엘 가려 했다면 한번 가보십시오. 나눌 것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나누어 보십시오.

 

성지에 계신 신부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느 교우분이 성지 순례를 왔습니다. 그 교우분은 여행을 하면서 많은 성물을 모았다고 합니다. 신부님께서는 그 성물을 봉헌 해 주시면 성지 안에 성물 박물관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였습니다. 교우분은 평생 마련했던 성물을 기꺼이 봉헌해 주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시장님과 상의를 하였고, 시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성물 박물관을 건축할 수 있었습니다. 강생, 환희, 수난, 부활, 미사의 테마로 구성된 성물 박물관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것은 바로 나눔에서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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