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제40장 사람에게는 선도 없고, 영광으로 삼을 것이 없음

1. 제자의 말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시편 8,5 참조) 저한테 어떤 공이 있다고 은총을 주십니까? 주님, 당신께서 저를 버리신다 해도 어찌 제가 당신을 원망할 수 있겠으며, 제가 청하는 것을 안 들어 주신다 해도 어찌 감히 제가 당신께 반항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진실로 생각하고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주님,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제게 있는 좋은 것들은 제가 스스로 취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모든 면에서 부족하며, 허무한 그곳 죽음에로 끊임없이 가고 있을 뿐입니다."라는 말씀뿐입니다. 당신께서 저를 도와주지 않으시고, 또 저에게 내적인 힘을 주지 않으시면, 저는 완전히 냉담해지고 쇠약해지고 말 것입니다.

2. 주님, 당신께서는 항상 계시고, 영원히 변함없이 선하시고, 의로우시고, 거룩하시고, 모든 것을 정의롭게 또 거룩하게 행하시며, 지혜롭게 안배하십니다. 그러나 저는 진보하기보다도 자주 잘못을 반복하여 항상 같은 상태에 있지 못하니, '그 마음이 하루에 일곱 번씩 변합니다.'(다니 4,13 참조) 그렇지만 주님께서 원하시고 손을 펴 저를 도우시면 즉시 나아질 것입니다. 사람의 도움은 필요 없고 당신만이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 당신만이 다시는 제 마음이 이리저리 기웃거리지 않고 항상 당신만을 향하고, 당신 안에 안정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실 수 있습니다.

3. 그러므로 제가 신심을 얻기 위해, 혹은 저를 위로해 줄 분이 당신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찾을 필요가 있어서, 또는 모든 인간적 위로를 끊어 버릴 줄 알게 되는 경우, 그때에는 당연히 당신의 은총을 바라고, 당신께서 주시는 새로운 위로에 대하여 즐거워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제게 이루어지는 모든 성공은 다 당신께로부터 오는 것이니, 감사드립니다. 저는 헛것에 불과하니, "당신 앞에서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시편 39,6) 저는 항구한 마음이 없고, 나약한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제가 세상 무엇으로 영광을 삼고, 남 앞에 명예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들은 허무할 뿐입니다. 그 허무한 것을 영광으로 삼겠습니까? 그것은 가장 헛된 일입니다. 헛된 영광은 끔찍한 흑사병과 같고 너무나 허무한 것이니, 저를 참된 영광에서 멀어지게 하고 천상의 은총을 빼앗습니다. 사람이 스스로 만족하면 당신 마음에 들지 못하며, 인간의 칭찬을 즐겨 들으려 하면 참다운 덕행을 잃고 말 것입니다.

5. 참다운 영광과 거룩한 기쁨과 즐거움은 자신이 아니라 당신을 자랑하는 일에 있으며, 자기 덕행이 아니라 당신 이름으로 즐거워하는 데 있으며, 당신을 위해서만 어떤 피조물을 두고 기뻐하는 데 있습니다. 찬미를 받아야 할 것은 저의 이름이 아니라 당신 이름이며, 사람들이 드러내는 찬미는 조금도 제게 돌리지 말게 하소서. 당신께서는 저의 영광이시며, 저의 즐거움이십니다. 저는 당신 안에서 항상 자랑하고 즐겁고 기뻐하오니, '저 자신에 대해서는 제 약점밖에 자랑하지 않으렵니다.'(2코린 12,5)

6. 유다인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영광을 구하지만, 저는 하느님께만 있는 영광을 구하겠습니다. 당신의 영원한 영광에 비하면 인간의 모든 영화와 명예와 지위는 헛된 것이요 어리석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 저의 진리, 저의 인자로우신 사랑, 저의 하느님! 복되신 성삼이시여! 당신 홀로 찬미와 영예, 권능과 영광을 영원히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