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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느 사제의 고백
작성자유웅열 쪽지 캡슐 작성일2014-11-19 조회수1,188 추천수4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어느 사제의 고백

 

깊다 못해 쓸쓸함이 느껴지는 늦가을 밤에

본당 신부로서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어느 하루를

떠올립니다.

 

그날 아침 일찍, 저는 한 교우의 장례 미사를

집전하였습니다.

 

마음이 안타깝고 착잡하지만 오열하는

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말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날 정오에는 한 부부가 탄생되는 젊은 남녀의 혼인

미사를 거행하였습니다. 미사 중에 그들은 조금 긴장한

모습이나 행복한 미소가 흘렀습니다.

 

떠나는 이를 애도하고 그 가족을 안타까워하던

장례미사의 그늘이 여전히 제 마음에 남아 있지만,

젊은이들의 구김살 없는 행복에 함께 물들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님, 부르짖는 제 소리 들어 주소서,

저를 도와주소서. 제 구원의 하느님, 저를 내쫓지 마소서,

버리지 마소서."(시편27,7,9참조)

 

하느님, 하느님께 바라는 모든 이에게 힘을 주시니,

자비로이 저희 기도를 들으시어, 하느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희가 거룩한 은총의 도움으로 계명을 지키며,

마음과 행동으로 하느님을 충실히 따르게 하소서.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요한15,16참조)

 

그날 오후에는 아기들에 대한 유아 세례가 있었습니다.

아기들은 생명이, 탄생이 무엇인지를 존재로 보여 주었습니다.

 

세례수를 부으며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니 저도 모르게

순수한 기쁨이 번졌습니다. 그 순간 아이의 얼굴은 영적 생명력과

육신의 생명력이 모순 없이 일치하는 기적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이로운 순간에도 그날 아침 제 마음을 해집은,

죽음과 이별이라는 인간 조건의 그림자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 하루는 참으로 슬픔과 기쁨, 경이로움과 허무감이 그 경계를

알 수 없이 제 가슴속을 드나들면서 보람과 함께 버거움도 느끼게

하였습니다.

 

사제로 사는 가장 큰 매력은 탄생에서 죽음까지 삶의 모든 과정을

만나고 도울 수 있는 것이라고 한 선배 사제의 말이 기억납니다.

 

저 또한 그러한 일에 깊이 감사해야 한다고 느끼며 늘 기도해야

함을 새롭게 깨닫습니다.

 

"이끄소서, 온유한 빛이여, 사방은 어두움에 잠기오니,

그대 나를 인도하소서, 밤은 깊고 집까지는 길이 멉니다.

 

나를 인도하소서, 내 발을 지켜 주소서,

먼 경치를 보려고 구하는 것이 아니오니, 한 발치만 밝혀 주시면

족하나이다.

 

                이 글은 매일 미사책에서 참조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이 기억해야 하는 말씀.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져 빼앗길 것이다."(루카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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