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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22 토/ 영원한 삶의 찬가/ 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1-22 조회수990 추천수2 반대(0) 신고

  
성녀 체칠리아 기념일 루카 20,27-40(14.11.22)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영원한 삶의 찬가
 

 
   겨울 문턱 나무그루터기를 돌아 옷깃에 스치는 바람 타고 영원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과 사두가이 사이에 있었던 부활에 관한 논쟁이다.

   예수님 당시 사두가이들은 유다의 유력한 세 종파 가운데 하나로서 정치적, 종교적

   귀족계급이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순수 종교와 동떨어지게 살았으며 외적 신심에는

   충실했지만 조상들의 전통은 무시하였다. 그들은 약 2세기 전에야 등장한(다니 12,2-3)

   부활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과 마찬가지로

   부활 신앙을 받아들이셨다.

   사두가이들은 예수님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모세 율법을 근거로(신명 25,5-10),

   어떤 사람이 아내를 남기고 죽어 그의 형제들이 차례로 형수를 맞아 대를 이으려다가

   모두 죽으면, 부활 때에 그녀는 누구의 아내가 되어야 하는지 묻는다. 그러나

   사두가이들은 모세의 이 법이 두 형제가 같은 집에 살고 있을 때에만 적용이 된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은 율법에 근거해서 주장했기에 예수님께서도 반대할 수

   없으시리라고 생각하였다.

   사두가이들의 예상과 달리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성경으로 인정하지 않는

   다니엘서가 아니라 그들도 받아들이는 율법을 근거로 부활에 대한 그들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반박하신다(20,35-36). “저세상에 참여하고 또 죽은 이들의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 받는 이들은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다. 그들은 또한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20,35-38)

   예수님께서는 부활이란 육신이 되살아나고 영혼이 어떤 상태로 변하는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그분의 생명과 영원성을 살게 되는 것임을 가르치신 것이다. 우리가

   살아계신 하느님과 온전히 일치하여 산다면, 죽음 이후에도 하느님과 관계를

   회복하고 영원히 함께 있게 된다. 이렇게 부활은 육체적인 차원, 가시적이고

   물질적인 차원에 묶이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도 늘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자신의 의지나 욕망을 포기하고 고통을

   견디어내는 일상의 죽음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살 때 주님은 삶과 죽음을

   넘어 우리의 ‘살아계신 하느님’이 되시며, 우리 또한 그분 안에서 영원히 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부활은 신비스런 환상이 아니라 ‘사랑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삶을 통해 영원성을 띠며 구체화되는 것이다. 하느님과 일치하여 그분의 뜻을

   실행하며 살아갈 때 현세에서든 죽어서든 영원히 살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두가이처럼 사후 부활과 영원불멸을 거부하는가, 아니면 부활을 믿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 삶의 방향을 완전히 갈라놓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인간이 부활

   곧 하느님의 영원성을 부인한다면 지상생활에서 모든 만족을 찾으려 하고 물질

   소유와 건강, 쾌락, 세속 명예에 집착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활을

   믿는 이들은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영원하신 하느님 안에서의 전망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눈에 보이는 것과 감각적인 것에서 만족을 찾지 않는다. 그들은

   영원하신 하느님을 바라보면서 기도와 선행을 행하고 감사하며 회개하는

   마음으로 삶을 대하게 된다. 또한 부활 곧 관계회복과 다시 시작할 수 있음에 대한

   희망 속에 어떠한 시련이나 고통도 기쁜 마음으로 견디어 내고 참아 받게 된다.

   우리도 이런 믿음 속에 오로지 하느님 아버지께 의탁하며 기쁘게 살아야 하겠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체칠리아 성녀도 삶과 죽음을 뛰어넘어 우리 가운데

   살아계시며 영원한 사랑의 선물을 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앙을 지녔다.

   그래서 성녀는 배교하라는 강요에 끝까지 맞서 순교함으로써 영원하신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을 온몸으로 노래하였다. 성녀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언제나 가슴에

   품고, 밤낮으로 기도하며 하느님과 끝임없이 대화했기에’ 삶 전체가 아름다운

   찬가가 되었다. 오늘 내가 불러야 할 삶의 영원한 노래는 무엇일까?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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