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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26 수/ 영원 생명으로 건너가는 디딤돌/ 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1-25 조회수828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34주간 수요일 루카 21,12-19(14.11.26)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21,19)

    

 

 

영원 생명으로 건너가는 디딤돌 

 

흔적 없이 꼬리를 내리는 석양빛처럼, 구르는 낙엽에 영원을 담고 설레며 겨울을 부르는 해 끝! 임의 사랑에 목말라 생명의 봄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흐트러진 영혼 쓰러내리며 임을 바라본다. 가을이 겨울을 따라가고 겨울은 또 그렇게 봄을 그리워하듯 우리네 영성생활도 임 향한 그리움 안고 그렇게 영글어 가리라!



오늘 복음은 신앙 때문에 박해와 고통을 받게 될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희망의 말씀이다. 예루살렘의 멸망을 알려주는 징조가 나타나기 전에 제자들은 더 심한 박해를 받을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유다인과 이방인으로부터 박해를 받아 회당과 감옥에 넘겨지고 임금들과 총독들에게 끌려 갈 것이다(21,12)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살아가려고 애쓰면 애쓰는 그만큼 몸과 마음과 영혼, 지성과 감성과 의지 사이에 틈이 벌어진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주신 순수한 자신이 분열되어 상처와 어두움을 지니며 스스로 고통을 겪는다. 우리는 관계 속에 살아가면서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진 자신의 상처와 어두움을 다른 이들에게 투사함으로써 고통을 준다. 예수님을 믿는 우리는 하느님의 뜻과 진리와 사랑과 선에서 멀어져 살아가는 이들로부터 박해와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수님 때문에 미움과 오해를 받고 박해 받는 삶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실존이다. 예수님께서는 박해와 고통을 받게 될 제자들에게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21,130 하고 말씀하신다. 영원히 살아계신 하느님 때문에 그리스도교는 희망의 종교이다. 고통과 시련, 온갖 어려움과 극도의 슬픔, 병, 심지어 죽음마저도 절망과 포기의 계기가 아니요 끝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눈에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이는 것들 안에 숨어계신 의미이신 하느님을 드러내는 것이다. 아무 가치도 없어 보이는 계기들을 통하여 살아계신 하느님의 구원을 읽어내는 ‘영의 독서’이다. 인간의 눈에 절망적으로 보이는 삶의 단편들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다른 이들에게 확인시켜주는 증거의 계기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박해도 고통도 하느님 계획의 일부이며, 주님을 증언할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고통과 시련, 병고, 실패, 무의미 체험 등을 통하여 하느님을 증거하고 있는가?


예수님께서는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주고’(21,15), 미움을 받고 죽임을 당하게 되더라고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21,18-19) 하고 말씀하신다. 이 얼마나 큰 위로와 희망의 말씀인가! 인간의 미움이나 증오, 악의, 박해 등 그 어떤 것도 하느님께서 지으신 영혼을 어쩌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 어떤 순간에도 하느님께서는 함께 해주시는 분이시며, 우리가 주님의 사랑과 선 안에 머무는 한 그분은 늘 우리 편이 되어주시어 보호해주시기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세의 그 어떤 것을 잃는다 해도, 미움을 받고 육체적 고통을 받는다 해도 하느님의 뜻 안에 머무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사는 것이며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이다. 선은 선을 부르지만 악은 악에게로 돌아가 스스로 파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또 고통도 시련도 없고 미움이나 오해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야 누군들 못살겠는가!


세상 끝날에 대한 진정한 준비는 바로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거룩한 복음을 실행하며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복음을 실행하는 것은 사랑 안에 머무는 것이며, 다가오는 무의미 체험, 고통과 시련, 병고, 다른 이들로부터 받는 미움과 박해가 하느님의 계획의 일부임을 깨달아 ‘인내로이 견디어내며’ 감사하는 것이다. 고통은 사랑과 희망을 향해 가는 디딤돌인 것을!!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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