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11-26 조회수878 추천수11 반대(0)

이제 우리는 곧 대림시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대림은 기다림입니다. 저는 오늘 기다림에 대해서 몇 가지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1988년 저는 군 제대를 하였고, 본당에서 학생들에게 예비자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아이들 중에 한명은 취직을 하였고, 첫 월급을 타서 제게 저녁을 사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약속을 한 날 저는 천마산엘 갔었습니다. 천마산엘 갔다 오는 길에 약속이 생각났습니다. 저녁 10시가 넘어서 약속 장소엘 갔는데 그 친구는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핸드폰도, 삐삐도 없던 때였습니다. 저를 믿고 기다려준 그 친구가 고마웠고, 오랜 시간 기다리게 했던 그 친구에게 무척 미안했습니다. 사제가 된 이후 저를 기다려 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분은 제가 외국에 나갈 때 공항에 데려다 주시기도 했습니다. 제가 한잔하고 싶으면 기꺼이 술친구가 되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전화를 드리면 언제가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해 주셨습니다. 그분들이 기다려 주시고, 함께 해 주신 것은 저를 아끼고,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격이 급하기 때문에 잘 기다리지 못하는 편입니다. 상대방이 5분만 늦으면 가슴에서 열불이 나고,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캐나다에 살 때입니다. 추운 겨울날 저는 이사를 가기로 했습니다. 아는 분이 제 짐을 옮겨 주시기로 했습니다. 그분은 사정이 생겨서 30분 늦었습니다. 저는 30분을 참지 못하고 짐을 옮겨 버렸습니다. 나중에 그분과 화해는 했지만 외국에서 한동안 외롭게 지내야 했습니다. 상대방이 늦게 된 이유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저 자신의 체면과 자존심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체면과 자존심을 생각하지 않으시고 52년 동안 저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가 넘어지면 일어나기를 기다려 주시고, 제가 그릇된 길을 걸어가면 회개하기를 기다려 주시고, 참된 신앙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십니다.

 

지난 814일에 교황님께서 한국을 방문하셨습니다. 저는 방한 준비위원회 영성신심분과를 맡아서 교황님을 기다렸습니다.

기다림은 먼가를 의식하는 것입니다. 교황님께서 오시지 않으면 저는 814일을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모든 기다림은 의식과 약속이 있기 마련입니다. 월급날을 기다리는 것도, 제대를 기다리는 것도,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것도 모두 의식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의식이 없다면 기다림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들판의 꽃도, 산의 바위도, 하늘의 새도 그냥 있는 것입니다. 의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림시기는 우리에게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기다림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입니다. 교황님의 방한을 준비하면서 많은 회의를 하였습니다. ‘방한 준비위원회, 서울 방한 준비위원회, 영성신심분과에서 회의를 하였습니다. 회의를 통해서 방향을 정하고, 예산을 짜고, 진행과정을 검토하고, 업무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방한 전에 해야 할 일들을 기획하였고, 방한 후에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였습니다. 상본, 자료집, 책자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기다리면서 성탄 판공을 준비합니다. 교무금도 정리합니다. 자선을 하고, 기도를 합니다.

 

기다림은 혼자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함께 기다리는 것입니다. 만일 저 혼자 교황님의 방한을 준비하였다면 무척 외롭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하였습니다. 타 교구에서도 함께 하였습니다. 저희 분과에서도 성직자, 수도자, 신자 분들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탄생도 함께 기다린 분들이 많았습니다. ‘마리아, 요셉, 즈가리야, 엘리사벳, 안나, 시메온이 있었습니다. ‘동방박사와 목동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혼자 인 것 같지만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기다림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꽃 한 송이 피는데도 많은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자료집들은 많은 수정작업이 있었습니다. 내용을 편집하기도 했고, 크기를 조절하기도 했고, 가격을 정하기도 했습니다. 성서는 인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씨 뿌리는 비유의 말씀에 대해 제자들의 물음에 설명하시는 예수님께서 좋은 땅에 있다는 것은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지키어 인내로 결실을 맺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루가 8:15) 세상의 끝 날의 징조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참고 견디면 생명을 얻을 것이다.”(루가 21:19)

 

사도 바오로는 말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고통을 당하면서도 기뻐합니다.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그러한 끈기는 희망을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을 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로마 5:3-4) 성서 말씀은 모두 우리에게 교훈을 주려고 기록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서에서 인내를 배우고 격려를 받아서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아무쪼록 인내와 격려를 주시는 하느님께서 여러분이 그리스도 예수의 뜻을 따라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다 같이 한 목소리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을 찬미하도록 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로마 15: 3 -5) 여러분의 믿음의 활동과 사랑의 수고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꾸준한 희망을 하느님 우리 아버지 앞에서 끊임없이 기억하고 있습니다.(데살 전 1:3) 주님께서 여러분의 마음을 인도하셔서 하느님을 사랑하게 해 주시고 그리스도의 인내를 본받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데살 후 3:5) 하느님의 일꾼인 그대는 이런 것들을 멀리하고 정의와 경건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시오. (디모 전 6:11) 여러분에게 인내가 필요함은 너희가 하느님의 뜻을 행한 후에 약속을 받기 위함입니다.(히브 10:36)

 

그러나 인내하는 사람은 감히 하느님의 약속이 있는 그 곳에 머물고자 합니다. 인내하는 삶이란 현재를 능동적으로 살면서 하느님의 약속이 있는 곳에서 기다리는 삶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기다림은 수동적인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가 태중에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기다림의 사람들은 항상 깨어 있어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샘에서 물을 마시는 목마른 사슴처럼 말씀을 경청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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