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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29 토/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준비/ 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1-28 조회수1,039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34주간 토요일 루카 21,34-36(14.11.29)
“스스로 조심하고, 늘 깨어 기도 하여라!”(21,34. 36)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준비

 

오늘은 전례력으로 연중 주간의 마지막 날이다. 우리 인생은 시간의 끝, 만남의 끝, 일의 끝, 생의 끝, 기억의 끝 등 수많은 ‘끝’들로 가득하다. 끝은 그 자체로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에서 출발하여 시작을 향해가는 전환점이다. 그래서 시작을 품은 야누스의 얼굴을 지닌 ‘끝’은 영원을 향해가는 경유역이요 희망이다. 더구나 영원하신 하느님을 믿는 우리에게 ‘끝’은 늘 코끝 시린 겨울 한복판에서도 알파요 오메가이신 하느님의 선과 의미와 희망을 찾아가는 기도의 자리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21,35)라고 하시면서 세상 끝날을 위해 ‘모든 사람’이 준비해야 함을 상기시켜주신다. 그분은 제자들에게 종말의 날을 준비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말씀하신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21,34) 하고 말씀하신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끝날은 생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고 심판의 날이 될 수도 있다. 예수님께서는 이 끝날을 맞기 위해 ‘스스로 조심하라’고 하신다. 조심한다는 것은 자신의 말과 행동과 생각이 하느님 뜻 안에 머물고 거기서 벗어나지 않도록 살피는 것을 말한다. 곧 삶의 매순간 무엇을 하든 하느님 앞에 있다는 이른바 ‘하느님 현존의식’을 갖고 그분의 눈으로 스스로를 살피는 것이다.



하느님을 의식한 자신의 살핌을 이어갈 때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마음이 물러진다는 것은 하느님과의 관계의 끈이 약해져 자신 안으로 물러나는 대신 자기 뜻이 강해지는 것을 말한다. 또한 그것은 하느님에 대한 의식이 약해지는 것을 말한다. 결국 세상 끝날을 위한 평상시의 삶의 태도란 모든 것을 그분을 의식하여 하고 ‘거룩한 절제’를 살아가는 것이다. 거룩한 절제를 산다는 것은 현재를 즐겨 나쁜 행실에 빠지는 방탕이나 만취를 피하고, 과거를 하느님께 맡기고 미래를 하느님 섭리에 맡기며 근심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성 프란치스코는 권고한다. “여러분이 지고 있는 이 세상 근심과 걱정 때문에 주님을 잊지 않도록 하십시오.”(지도자 편지 3)



예수님께서는 이어 모든 이에게 닥칠 끝날에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라”(21,36)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깨어 있으라는 말씀은 각자가 종말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로서의 보속과 극기의 길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님을 향해 ‘오소서, 주 예수님!’ 이라고 부를 때 사랑을 부르는 것이고, 그래서 마음에 불타오르는 것은 무엇보다 사랑이다. 기도란 사랑이요 사랑의 들음이요 사랑의 깨어있음이다. 기도란 사랑 안에 머물고 사랑과 일치하며 사랑을 갈망하면서 멈추어 한없이 자기 시간과 자기 전부를 내어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기도는 영원한 기다림이요 기다림 가운데 이루어지는 사랑의 호흡이다.



사랑하면 모든 소리가 사랑하는 임의 발자국 소리가 되고 숨결이 될 것이다. 이 사랑이야말로 갑자기 들이닥칠 끝날에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힘임을 잊지 말아야 하리라! 사랑 안에 사랑을 품고 사랑을 행하며 깨어있는 삶이야말로 하느님 보시기에 가장 좋은 아름다움의 극치이지 않을까?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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