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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30 주일/ 사랑을 기다리는 사랑/ 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1-29 조회수842 추천수4 반대(0) 신고

  

대림 1주일(나) 마르 13,33-37(14.11.30)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마르 13,33)

 

               

 

 

 사랑을 기다리는 사랑

 

대림시기는 현재를 살아가면서 ‘삶 안에서’, ‘삶을 통하여’, 종말에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때이다. 대림절은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기억하고 묵상하며 기다리는 시기이다. 대림은 기쁨과 희망의 때요, 자비와 구원, 평화와 화해의 때이며, 따라서 경건한 마음으로 찬미와 감사를 드려야 하는 때이다.



우리는 수많은 기다림 속에 살아간다. 기다림은 가슴 설레게 하는가 하면 두려움과 고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오늘 복음은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기 위해 깨어 지키라(13,33)고 가르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든 채 태어나고 잠든 채 살며, 잠 속에서 혼인하고 잠 속에서 자녀를 낳으며, 깨어나 본 적이라곤 없이 잠 속에서 죽는다. 잠든다는 것은 사고방식, 생활방식, 생활 습관이 어둠이 싸여 있다는 것, 헛된 세속적인 것에만 매달려 있음을 말한다. 이런 상태에서 주님이 오실 때 우리는 복음서가 말하는 심판에서 사람의 아들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세속적인 것에 눈이 멀었기에 주님이 오시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손과 발, 입과 귀가 묶여 있기 때문에 주님의 배려를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좋다.’(Ens est bonum) 그러나 슬프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들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좋다는 것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고 자기에게 유익한 것만 좋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좋음의 총체가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구원이다. 이 구원의 선물을 알아차리려면 우리는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깨어 있음은 곧,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 있으며, 지금은 어느 때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죄악과 실패, 상처와 고통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려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나는 잠든 채 비참하고 연약하고 죄인인 나, 하느님을 추방해버린 나임을 겸손되이 인정하고 그분 없이는 살 수 없음을 자각하고 그분을 갈망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은총과 사랑의 순간임을 알아차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어둠의 행실을 버리고 빛의 무기를 갖추어야 한다.



깨어 있는 사람이란 자기 책임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이다. 늘 하느님 앞에 있음을 깨달아 마치 마지막 순간을 살듯이 최선을 다하고 하느님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오시는 주님을 기다린다는 것은 실생활과는 동떨어져 미래를 응시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처한 지금 이 시각은 실생활에서 책임을 지고 이용하라고 주어져 있다. 더 나아가 깨어 있다는 것은 주님의 진실에, 그분의 요청과 부르심에 그리고 매 순간 살아야 할 그분의 말씀에 완전히 열려 있음을 뜻한다. 이렇게 우리가 자신을 온전히 개방할 때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삶 깊이 찾아오시어 함께 하시게 된다.



다른 한편 우리는 오시는 주님이 누구이신가를 분명히 알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오시는 분은 사랑이시기에 우리는 그 사랑을 기다린다. 그러나 우리의 하느님에 대한 사랑보다 더한 목마름으로 그분은 우리를 기다리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리라! 그분은 우리의 사랑을, 우리의 다시 태어남을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간절히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을 맞아들이기 위해 그분의 말씀을 경청하고 침묵 가운데 그분의 사랑을 호흡하는 기도에 잠기도록 하자.

 

뿐만 아니라 기다림을 잘 준비하려면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회개가 불가피하다. 시선과 마음을 하느님께 돌려 예수님의 온유하고 연민에 찬 마음으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때 우리가 해야 할 준비이다. 주님을 만나기 위하여 우리 모두 떠나자. 지금의 삶의 자리에서 떠나며, 나를 비우자. 그리고 침묵 중에 듣자. 겨울 대지의 침묵 아니 새 창조의 소리, 하느님의 음성이 담긴 대지의 함성에 귀 기울이자. 오시는 주님을 맞이할 수 있도록 미치도록 사랑하며 깨어 준비하자!



우리 믿는 이들은 시작도 끝도 주님 손에 달린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아간다. 새로운 전례주년을 시작하며 서로를 축복하고 깨어 자신을 살피며 더욱 더 사랑으로 뜨거워져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한해가 되도록 마음을 모으도록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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