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이루신 업적에 대한 예수님의 감사는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빠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님을 ‘아빠’라 부른 것은 친밀함과 신뢰와 존경의 태도를 드러내는 것으로서 이는 기도의 기본이다. 이 부르심은 곧 모든 것을 이루시는 주님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자신의 일이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아빠’라는 말에 ‘하늘과 땅의 주님’이란 존칭을 덧붙여 하느님은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만물은 그분에게 달려 있음을 알려준다. 신뢰와 존경은 기도의 두 기둥이라 할 수 있다. 믿음과 믿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는 모두 하느님의 주도권을 인정할 때 가능하다. 이 순간 나도 주님께 대한 깊은 신뢰와 존경심을 지니고 친근하게 ‘아빠’를 부르며 삶의 주도권을 그분께 기꺼이 맡겨 드리자!
예수님께서는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10,21) 하고 기도하신다. 여기서 상것들, 시골 촌뜨기들, 촌놈들이란 뜻을 지닌 “철부지들”이란 부족하고 무식하고 미약한 제자들을 일컫는다. 예수님께서는 미천하고 율법에 무식한 제자들을 통해서 하느님의 말씀이 전파되었음에 대해서 감사드리신다. 이어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10,21)라 하신다. 이 말씀은 '아빠'의 한없는 은총으로 제자들이 전한 복음을 사람들이 받아들여 선이 드러났기에 감사드린다는 뜻이다.
우리도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선에 대해 감사드려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세상적인 잣대로 효율과 성과를 가늠하고 좇곤 한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 대상이 누구이든 똑같은 사랑으로 전부를 내어주신다. 하느님께서는 미소하고 우리 눈에 하찮아 보이는 이들, 별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을 통해서도 선을 이루시고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신다. 세상살이에서 우리의 옹졸한 잣대를 내려놓아야 하리라!
감사기도의 마지막은 “그렇습니다, 아버지!”(10,21)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전적인 동의 아래 감사와 찬양의 정신으로 충만하여 기꺼이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셨다. 여기서 우리는 기도의 완성은 곧 하느님께 전적으로 내어맡기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10,22)고 하신다. 이 말씀은 예수님을 믿지 않고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고 행복을 누릴 수도 없다는 뜻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자신들의 부족함과 미약함을 잘 알면서도 예수님을 믿고 의탁하면서 자신들의 부족함을 통해서 복음을 선포하였다. 또한 자신들의 뜻이 아니라 주님께서 자신들에게 힘을 주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해주시리라는 것을 겸손되이 인정하면서 최선을 다해 복음을 선포하였다.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의 절정은 하느님께 전념하여 그분의 뜻을 실행하는 것이다. 우리도 온전히 자신을 하느님께 내맡기면서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을 통해서도 하느님을 드러내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렇게 처신할 때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10,23)라는 예수님의 축복을 받을 것이다. 우리의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주님께서는 오늘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 ‘나의 처지와 현실’을 통해 당신의 사랑을 선포하라고 우리를 초대하고 계신다. 보잘것없는 나를 사랑의 도구로 삼아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자! 이 대림절에 미소한 이들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선과 위대함을 알아보도록 눈을 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