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인가를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 무엇을 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신앙인에게 '어떻게'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방식이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는 인도, 스리랑카, 몰러카스 제도와 일본에서 온갖 고난을 겪어내며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였다. 그는 가는 곳마다 가장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았으며 병자들과 가난한 이들, 특히 나환우들에게 봉사하였다. 늘 하느님의 현존과 기쁨으로 가득찼던 그는1552년 12월 46세의 젊은 나이에 중국 땅이 바라보이는 산첸 섬에서 죽음을 맞기까지 자신의 모두를 쏟으며 하늘나라의 기쁜소식을 전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하고 명하셨다. 복음을 선포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이다. 사도 바오로는 복음선포는 자랑거리가 될 수 없으며 ‘어찌할 수 없는 의무이며,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불행하다’(1코린 9,16)고 말한다. 우리를 지으시고 인생길에 사랑으로 동반해주시는 우리를 향한 ‘사랑의 순례’를 하시는 주님의 기쁜소식을 전하는 것은 나를 위한 선전이 아니다. 오직 드러나야 할 주인공은 주님뿐!


우리 삶에서 어느 것 하나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는 것이 없을진대 마치 자신이 이룬 업적인양 하느님의 선과 사랑과 해방을 전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곧 불행이다. 그렇다! 우리는 무엇을 하든 하느님의 도구요 일꾼으로서 하며, 그분이 원하시는 것이면 무엇이든 기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는 바로 그런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주님, 원하시는 곳이면 어디에나 저를 보내주십시오.”(성 이냐시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라고 말하며 주님의 복음을 전했다.


복음을 선포하는 것과 세상적인 일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도 바오로는 자신이 받는 삯은 “복음을 거저 전하는 것”(1코린 9,18)이라고 한다. 세상적인 일은 자신을 위해 현세의 이득을 취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물질적인 대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하느님을 위하여, 그리고 다른 이들을 위하여 하는 것이다. 참 그리스도인의 영적 태도는 무엇을 이루기 위한 것도, 무엇인가를 하고 그 대가를 챙기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주님께서 사랑받는 자녀로 삼아주시고, 사랑을 행하고 복음을 전하도록 불러주셨음에 감사드려야 한다.


복음선포는 온전히 타자(他者) 중심적인 사랑의 행위이기에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자비와 생명과 자유 안에 머물 수 있도록 그들의 종이 되고, 약한 이들에게는 약한 사람이 되며,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어야 한다(1코린9,19. 22). 약해지는 것도 가난해지는 것도, 종이 되는 것도 모두 복음을 위한 것이다. 시간과 나의 몸짓과 생각, 지닌 모든 재화도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계기요 도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가장 힘있고 확실한 방법은 곧 ‘가난과 보다 더 작아지는 자세’이다. 오직 하느님의 말씀과 그분의 사랑 외에 다른 그 무엇에 의지하지 말고, 모든 이들의 눈높이에 자신을 맞추어 하느님을 건네줄 때 비로소 복음은 선포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처럼 낮추어 가난하고 병든 이들과 함께하며 사랑을 다해 이 세상에 주님의 기쁜소식을 전하는 도구가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