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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5 금/ 빛을 갈망하는 어둠/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04 조회수722 추천수8 반대(0) 신고

  

대림 1주 금 마태 9,27-31(14.12.5)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 보게 되리라.”(이사 29,17)


                           

    

 

 빛을 갈망하는 어둠

 

전례시기의 시작점에서 끝을 바라보며 영원을 호흡하고 빛이신 그분을 그리워한다. 대림시기는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시기이다. 빛이신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은 오시는 분을 믿고 그분이 얼마나 귀한 분이시며 어떤 마음으로 오시는지 알아야 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회당장의 집을 떠나 길을 가신다. 예수님의 움직임을 보면 집 안과 길 사이, 회당과 회당 밖, 사람들 사이와 한적한 곳을 오고 가신다. 예수님께는 머무시는 것도, 걸으시는 것도, 사람들과 함께 있음도 홀로 있음도 모두 하느님의 사랑 때문이었다. 빛을 갈망하는 이 시기에 나는 무엇을 찾아 어디로 분주하게 움직이는가? 나는 주님의 빛을 반사하고 있는가? 녹록치 않은 생의 벌판에서 빛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가?



오늘 복음의 소경처럼 나 자신도 눈 먼 채 살아가는 소경일 수 있다. 우리는 세 가지 눈, 곧 육안(肉眼), 심안(心眼), 영안(靈眼)을 지니고 살아간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에 살아가는 동안 눈길을 정화시켜야 한다. 탐욕과 애착과 이기심 가득한 눈길은 삶을 물질화 해버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심안(心眼)은 다른 이의 마음을 사랑으로 헤아리는 눈이고, 이해하고 참아내며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의 눈이다. 이런 눈길은 나를 평화롭게 하고 주변 사람들을 풍요롭게 해준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로 향하는 따뜻한 배려와 위로의 눈길, 품어주는 마음은 살아있음의 의미를 긍정하도록 이끌어준다. 그러나 육신의 눈이 맑고 바르며, 마음의 눈으로 다른 이를 잘 헤아린다 해도 하느님 뜻에 어긋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늘 복음을 보자.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는데 눈먼 사람 둘이 따라오면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예수님께서 집 안으로 들어가시자 그 눈먼 이들이 그분께 다가왔다.”(9,27-28) 여기서 눈먼 이들의 빛을 향한 절박함을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대상을 ‘따라가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들은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이라 부르며 굳건히 믿었을 뿐 아니라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외치는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혹 나는 굳건한 신앙도 주님을 향한 열정도 없이 때에 따라 달라지고 장소에 따라 뒤바뀌는 변덕을 부리며 살아가지는 않는지 돌아보았으면 한다.



소경들은 눈을 고쳐달라고 하지 않고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청했다. 눈이 먼 상태는 무엇인가에 묶여 있는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안의 묶여 있는 매듭을 푸는 가장 강한 힘은 바로 하느님의 자비이다. 눈먼 이들은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 곧 메시아라고 불렀다. 눈이 멀었지만 육안, 심안, 영안을 똑바로 뜨고 있었기에 와 계시는 메시아를 알아본 것이다. 그 메시아는 바로 미천한 이들 안에 계시며, 그들을 통하여 우리를 해방시켜 주신다. 이런 해방은 이사야 예언자가 말하듯 ‘귀먹은 이들도 말을 듣고, 눈먼 이들의 눈도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 보게 되며, 겸손한 이들은 주님 안에서 기쁨에 기쁨을 더하고, 사람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안에서 즐거워하게 되는 것이다.’(이사29,18-19) 이런 참 해방과 반전에서 오는 기쁨은 나 자신이 ‘빛을 그리워하는 어둠’임을 인정할 때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는 오시는 빛을 기다리며 자신이 그 빛을 바라보기에 합당치 않은 어둠 속에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빛 가운데 있을 때 빛의 소중함도 빛에 대한 절박함도 없어질 것이다. 눈먼 이들은 자신들의 어두움을 보고 인정하며 그 누구보다 빛이 절실하여 빛을 갈망하는 이들이다. “주 하느님, 제 마음의 어두움을 비추소서.”

(성 프란치스코, 십자가 기도)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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