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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개안(開眼)의 여정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05 조회수922 추천수16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김명준님의 사진.





2014.12.5. 대림 제1주간 금요일(뉴튼수도원 25일째), 이사29,17-24 마태9,27-31


                                                                                                    

개안(開眼)의 여정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불가(佛家)의 용어지만 제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개안(開眼)입니다. 

진정 살아간다는 것은 눈이 열려가는 개안의 여정입니다. 


바뀌어야 할 것은 밖의 사람이나 환경이 아니라 보는 눈입니다. 

육안을 통해 보지만 결국은 마음으로 보기에 믿음의 눈, 사랑의 눈, 희망의 눈이라 함이 옳습니다. 



어제는 종일 어둡고 흐린 날이라 수도원은 섬처럼 고요했습니다. 

4시 30분 이후에는 서서히 어둠이 스며들어 일을 끝내야 합니다. 

오후 늦게 일터에 잠시 들렸다가 솔 밭을 걷다가 돌아왔습니다.


"아, 사람이 희망이요 구원이구나!“


일터에 머물러 있는 세 분의 수사님들과 

두텁게 옷을 입고 트랙터로 작업을 하고 있는 수사님을 보는 순간 반가움에 떠오른 말입니다. 

판매가 부진해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일하는 수사님들이요 

마침 한 그루의 성탄 츄리 나무를 파는 중이었습니다. 


어제는 4그루를 팔았고 오늘은 8그루를 팔았다며 

밝게 웃으며 말하는 수사님의 천진(天眞)한 표정에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수사님들의 이런 삶의 자리에 충실한, 가난하고 겸손한 삶 자체가 이웃에게 주는 참 좋은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모습에서 수도원을 찾는 이들은 위로와 평화를 맛봅니다. 

우리 궁극의 희망이자 구원인 주님과 함께 할 때 비로소 눈이 열려 가난하고 겸손한 삶입니다. 



"그 날에는 귀먹은 이들도 책에 적힌 말을 듣고, 

눈먼 이들의 눈도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 보게 되리라. 

겸손한 이들은 주님 안에서 기쁨에 기쁨을 더하고, 

사람들 가운데 가난한 이들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안에서 즐거워하리라.“(이사29,18-19).


언젠가의 그날이 아니라 대림시기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마음의 귀가, 마음의 눈이 열리는 대림시기 주님의 은총입니다. 


정녕 겸손하고 가난한 이들이 내적 부요의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주님 안에서 기뻐하는 겸손한 이들이요 주님 안에서 즐거워 하는 가난한 이들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을 만나 눈 뜬 사람이 바로 그러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진정 가난하고 겸손한 자의 기도는 이것 하나뿐입니다. 

두 눈 먼이가 상징하는바 하느님을 찾는 우리 모두의 보편적 모습입니다. 


하여 미사 시작 전 간절한 마음으로 자비송의 기도를 바치는 우리들입니다. 

이들이 바라는 바는 다른 무엇도 아닌 보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참 사람 예수님을 통해서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의 실재를 보고자 하는 갈망이었습니다.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물음입니다. 

믿음이 없으면 주님도 어쩌지 못합니다. 

문제는 주님께 있는 게 아니라 내 믿음 부족에 있습니다. 

그러니 부족한 믿음을 도와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예, 주님!“

이들의 믿음이 놀랍습니다. 

이미 내적으로는 믿음의 눈이 열린 자들입니다. 



이들의 믿음에 즉각적인 주님의 응답입니다.

"너희가 믿는대로 되어라.“


예수님께서 그들의 눈에 손을 대시며 이르시자 그들의 눈이 열립니다. 

눈이 열려 주님을 뵙습니다. 

개안의 여정은 바로 믿음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믿음의 눈'이 열려 이웃에서 주님을 알아볼 때 비로소 사람은 희망이 되고 구원이 됩니다. 

주님을 증거하는 복음 선포자가 됩니다. 

아, 믿음이 없으면 하느님도 어쩌지 못합니다. 

진짜 눈뜬 맹인입니다.  



"아무도 이 일을 알지 못하게 하여라.“

많은 이들에게 드러나기를 원치 않는 예수님의 겸손한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결코 인기를 탐하는 슈퍼 맨, 예수님이 아닙니다. 


그러나 눈이 열려 주님을 만난 이들은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그 지방에 두루 퍼뜨리는 복음 선포자가 됩니다. 

믿음의 눈이 없어 주님을 보지 못하면 눈뜬 맹인입니다. 

주님을 보라고 있는 눈이요, 눈으로 본 주님을 보여주라고 있는 몸입니다. 

믿음의 눈이 없어 평생 주님을 보지 못하고 눈뜬 맹인으로 산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허무한 인생이겠는지요.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의 눈을 열어 당신과 '참 나'를 보게 하시고 복음 선포자로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시다."(시편27,1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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