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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막의 영성 -기쁨의 삶-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07 조회수1,257 추천수1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김명준님의 사진.
김명준님의 사진.
김명준님의 사진.
김명준님의 사진.









 











***

사진은 뉴튼 수도원에 입구에 있는 베네딕토 성인,
뉴튼 수도원의 성물방과 뜰, 식탁의 대림초입니다.

조금 길지만 집중해서 읽으시면 금방 다 읽고난 뒤에 다시 읽고 싶어지실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12.7. 대림 제2주일(뉴튼수도원 27일째), 이사40,1-5.9-11 2베드3,8-14 마르1,1-8

                                                                                                                                    

미국 뉴악교구 메이풀우드 성당 주일미사 11:30-


                                                                                                    

사막의 영성

-기쁨의 삶-



수도원만 사막이 아니라 세상 모두가 사막입니다. 

이젠 모두 사막의 영성을 살아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오아시스 하느님을 만나 생명수를 마시면 기쁨의 낙원에 성인(聖人)이지만 

오아시스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면 우울의 지옥에 폐인(廢人)입니다. 


성인과 폐인, 그 중간은 없습니다. 


오늘은 사막같은 세상에서 기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단순과 가난, 겸손이 사막의 영성입니다. 

끊임없는 회개와 기도, 사랑이 사막의 영성입니다. 

이런 사막의 영성을 살 때 샘솟는 기쁨입니다. 

사막의 영성은 바로 기쁨의 영성임을 깨닫습니다. 


예전 수도원을 방문했던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신부님, 이 수도원에서 무슨 기쁨으로 살아갑니까?“


늘 사막 같이 단조로운 수도생활에 무슨 기쁨으로 살아가는 지 궁금했었나 봅니다. 

과연 여러분은 무슨 기쁨, 무슨 맛, 무슨 재미로 이 사막같은 인생을 살아갑니까? 


큰 기쁨이 아니라 작은 기쁨이 중요합니다. 

눈만 열리면 곳곳에 널려있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작은 기쁨들입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지 살 줄 알면 행복입니다. 

이 작은 기쁨들이 강을 이루고 마침내 기쁨의 바다를 만듭니다. 


기쁨도 습관입니다. 

이런 작은 기쁨의 발견을 습관화할 때 기쁨의 삶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가장 특징적 삶이 기쁨입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쁨으로 삽니다.“


즉시 나온 답변입니다. 

수도자는 물론 믿는 모든 이들에게 근본적 기쁨은 '찬미의 기쁨', 이것 하나뿐입니다. 


하느님은 기쁨의 샘입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쁨으로, 맛으로, 재미로 살아가는 수도자들입니다. 


저는 뉴튼 수도원에서 거의 1개월 생활하면서 많은 기쁨을 체험했습니다.


"신부님, 털 신을 신으셨네요.“


여기 수도형제의 따뜻한 관심의 말 한마디가 저를 기쁘게 했습니다. 

두 형제가 같은 인사를 했습니다. 

어느 착한 분이 사다 준 털 신이였는 데 이를 예리하게 발견한 형제의 '사랑의 눈'이었습니다.


"신부님, 저 때문에 못들어 오셨습니까?“


저녁기도 전 성전 안에서 한참 정리를 하던 한 형제가 

성전에서 나오다 성전입구에 머물러 있는 저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한 말입니다.


"아, 좋아서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저녁기도 전 여기서 이렇게 잠시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이 참 좋습니다.“


요즘 대림시기를 맞아 '기다림의 기쁨'을 많이 깨닫습니다. 


미사든 기도든 항상 10분 이상 먼저 가 주님을 기다립니다.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가는 것 보다 백배 영적 유익이 있습니다. 


대림의 영성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기다림의 기쁨'일 것입니다. 

환히 빛나는 2개의 대림 촛불이 상징하는 바, 깨어 주님을 기다리는 영혼의 기쁨입니다. 


오늘 대림2주일 강론은 사막의 영성, 기쁨의 삶에 대한 묵상입니다. 



첫째, 주님의 길을 닦는 기쁨입니다.


주님은 이사야를 통해, 또 세례자 요한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사막에 길을 곧게내어라.“


삶의 광야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막막한 광야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제가 막막할 때 가장 많이 바라보는 것이 하늘인데 이 또한 길을 찾는 갈망의 반영입니다. 

훤히 난 길을 가는 게 아니라, 

우리를 향해 오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주님과 함께, 하루하루 길을 닦아 나가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의 길을 닦는 삶은 구체적으로 회개의 삶을 뜻합니다. 

세레자 요한도 광야에 나타나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통해 회개의 진정한 표지는 가난과 겸손임을 깨닫습니다.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으며, 매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다'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에서 그의 가난이, 

또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는 고백에서 그의 겸손이 잘 드러납니다. 


한 번뿐 아니라 평생 회개의 세례를 살아야 하는 우리들입니다.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주님의 길을 닦을 때 가난과 겸손입니다. 



다음 이사야의 말씀 역시 회개의 삶을 상징합니다.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거친 곳은 평지가 되고, 험한 곳은 평야가 되어라.“


끊임없는 회개의 수행을 통해 

열등감의 골짜기는 메워지고 교만의 산과 언덕은 낮아져야 온유와 겸손의 평탄한 길이요, 

배가되는 기쁨의 삶입니다. 


주님의 길을 닦아가면서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리니 바로 이게 기쁨의 원천입니다. 

주님 역시 당신의 길을 닦으며 우리를 향해 오십니다.


"보라, 주 하느님께서 큰 권능을 떨치며 오신다. 

그분께서는 목자처럼 당신의 가축들을 먹이시고, 

새끼 양들을 팔로 모아 품에 안으시며, 젖 먹이는 어미 양들을 조심스럽게 이끄신다.“


대림시기 주님의 길을 닦는 우리에게 이사야를 통해 주시는, 주님의 참 아름다운 비전입니다. 

이런 착한 목자 주님과의 상봉을 기대하며 기쁨에 넘쳐 주님의 길을 닦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회개를 통해 주님의 길을 닦는 우리 모두가 주님을 기쁘게 선포할 것을 촉구하십니다. 

바로 시온과 예루살렘은 주님의 길을 닦는 우리 모두를 상징합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시온아, 높은 산으로 올라가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예루살렘아. 

두려워 말고 소리를 높여라. 

'너희의 하느님께서 여기에 계시다.'하고 말하여라.“


아, 그렇습니다. 

님의 길을 닦는 오늘 바로 지금 여기 기쁨의 샘이신 우리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계십니다. 


주님과 함께 주님을 향해 주님의 길을 닦는 기쁨으로 충만한 대림시기의 우리들입니다.



둘째,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입니다.


어제 영어 화답송 후렴이 생각납니다. 

'Blessed are those who wait for the Lord(행복하여라, 주님을 기다리는 이들)!' 


주님을 기다림이 영원한 기쁨의 원천입니다. 

기다릴 주님이 없다면 무슨 기쁨, 무슨 맛으로 광야 인생을 살아갑니까? 


과연 여러분은 누구를, 무엇을 기다립니까? 

주님을 기다립니까?  


주님을 기다릴 때 기쁨도 열정도 솟아납니다. 


주님을 기다림이 사라지면 기쁨도 열정도 사라집니다. 

기다림이 없는 삶은 살아 있다 하나 실상 죽은 삶입니다. 


수도자들은 물론 믿는 이들은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으로 살아갑니다. 

대림시기는 우리 모두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시기입니다.


기다림은 기도입니다. 

깨어 기도하며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깨어 기도할 때,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자 기쁨의 연속임을 깨닫습니다. 


끝없이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을 닮아 갈수록 우리 역시 '기다림의 사람'이 됩니다. 

성인은 한결같이 기다림의 대가이자 기도의 대가입니다. 


살아갈수록 남는 얼굴은, 기도한 얼굴이냐 기도하지 않은 얼굴이냐 오직 두 얼굴뿐입니다. 

세상에 기다림의 인내 없이, 기도없이 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주님께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닮아 기다리는 이들에겐 하루하루가 전부이며 영원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회개를 위하여 참고 기다리십니다.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기를 바라시기에 우리 삶의 날이 연장되는 것입니다. 


회개가 없는 삶은 무가치한 삶, 무의미한 삶입니다.



주님의 날은 도둑처럼 옵니다. 

그러니 대림시기만 아니라 1년 12달이, 평생 깨어 기도하며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의 대림시기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언약에 따라 의로움이 깃든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거룩하고 신심 깊은 생활을 하면서 

티없고 흠 없는 사람으로 평화로이 그분 앞에 나설 수 있도록 기쁘게 기다리며 살도록 노력합시다.  



셋째, 주님께서 주시는 위로의 기쁨입니다.


위로는 기쁨의 원천입니다. 

이사야를 통한 다음 주님의 말씀이 우리에게 무한한 위로가 됩니다. 


마침 어제 토요일 영어미사 입당시 오늘 이사야서 서두 말씀,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너희의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로 시작된 성가(Warship:60)도 

메마른 가슴을 위로로 적셨습니다.


"Comfort, comfort ye my people, 

 Speak ye peace thus saith our God;

 Comfort those who sit in darkness, 

 mourning' neath their sorrow' load.“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내 백성을

 평화를 선포하라, 우리 하느님이 말씀하신다.

 위로하여라, 어둠 속에 앉아있는

 슬픔의 짐 아래 신음하는 이들을!



'위로의 샘'이신 하느님이십니다. 

하여 하느님의 위로와 평화를 찾아 끊임없이 많은 이들이 수도원을, 성당을 찾습니다. 


하느님의 위로를 받는 우리 또한 이웃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고난을 많이 받을수록 주님의 위로도 큽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충고나 질책보다는 공감하는 위로와 격려입니다. 


위로의 사랑입니다. 

위로하는 사랑이 우리을 치유합니다. 

하여 위로의 사람들은 결코 사람을 판단하거나 차별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가 어떤 형태로는 공동체를 이루어 도반이, 길벗이 되어 살아갑니다. 


이런 도반관계의 공동체에서 위로의 사랑보다 더 좋은 사랑은 없습니다. 

그대로 하느님을 닮은 위로하는 사랑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위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궁극의 위로는 하느님의 위로뿐입니다. 

세상에 하느님의 위로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여 우리는 위로자 성령 하느님이라 고백합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 친히 우리를 위로하시고 치유하십니다. 

정녕 하느님을 닮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위로의 사람들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우리를 위로하시기에 우리 또한 형제들을 위로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뉴튼수도원에서 확정한 생각은 단 하나입니다. 

남은 생애 사막의 영성을 공부하고 사막의 영성을 살자는 것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하느님에게서 샘솟는 기쁨의 생명수입니다. 

이 생명수를 끊임없이 마셔야 기쁨의 삶이요 황량한 사막을 살아낼 수 있습니다. 


살아있음의 빛나는 표지가 기쁨입니다. 

하여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책 제목도 '복음의 기쁨'입니다. 


우울하기로 하면 끝이 없고, 기쁘기로 하면 또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기쁨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으로부터 샘솟는 기쁨이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우울은 하느님께 대한 모독입니다. 

그러니 항상 기뻐해야 합니다. 

특히 대림시기는 더욱 그러합니다. 



주님은 대림 2주일 사막같은 세상에서 우리 모두 기쁨의 삶을 살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주님의 길을 닦을 때, 

끊임없이 깨어 기도하고 준비하며 주님을 기다릴 때, 

끊임없이 '위로의 사랑'을 실천할 때, 

샘솟는 기쁨의 삶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인생 사막에서 당신 길을 닦으며 깨어 기다린 우리 모두를 환대하시며 위로의 기쁨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와 구원을 베풀어 주소서."(시편85.8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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