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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8 월/ 받아들임이 낳은 사랑의 절정/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08 조회수1,037 추천수4 반대(0) 신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루카1,26-38(14.12.8)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받아들임이 낳은 사랑의 절정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사실은, 구원의 신비 속에서 인류가 고대하던 구세주가 이 세상에 오시기에 앞서, 그분을 담으신 그릇을 준비하는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구세주가 이 세상에 오신다!” 하는 것이, 인류를 죄에서 해방하는 중대한 목적이라면, 죄에 물든 자가 죄를 구속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성부와 같으신 분을 죄 있다고 할 수 없고, 더구나 원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기에 교회는 이처럼 하느님과 같이 계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신 성자 예수를 몸에 배어 품으신 분을, 또한 죄에 물들었고 죄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다.


말씀의 육화, 태중에서 세례자 요한이 기뻐 뛰놀음, 마리아의 찬가와 목자들의 기쁨, 동방박사들의 빛, 시메온과 한나의 위로 등 이 모든 사건들은 결정적으로 새로운 구원의 시대를 열어준다. 이 모든 것은 ‘천지창조 이전부터’(에페 1,4) 준비된 것이다. 성모님께서는 온전한 자유 안에서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고 응답하셨다. 처녀의 몸으로 돌에 쳐죽임을 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됨에도 말이다. 또한 성모님은 예수님처럼 ‘순명’으로 인한 고난을 겪었다(히브 5,8; 필리 2,8 참조). “그녀는 순명으로써 온 인류를 위한 구원의 근원이 되었다.”(성 이레네오, Adversus haereses, III, 22,4) 그 결과 ‘우리 기쁨의 근원’이 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하느님의 죄 없음 곧, 선(善)을 모든 이에게 나르기 위한 예수님의 구원 여정에 늘 함께 하셨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는 감탄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삶의 본보기이다. “마리아는 성부의 뜻을 완전히 행하였다. 그러므로 그녀에게 가장 위대한 일은 그리스도의 모친이 된 것이 아니라, 그분의 제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성 아우구스티누스) 우리도 예수님의 제자로서 삶에서 나의 생각을 앞세우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온전한 자유 안에서 따르며, 어떤 고통이 뒤따른다 해도 그분의 뜻에 순종함으로써 기쁘게 살아가도록 하자!


성모 마리아께서는 새로운 하와로서 ‘이 세상의 유일하고 참된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낳음으로써 우리에게 생명을 주었다. 성모님은 주님의 뜻을 받아들인 뒤,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을 예측하면서도 자신의 인간적 나약성 안에서 하느님의 뜻에 협력함으로써 구원을 향한 엄청난 역설들을 철저히 받아들인다. 이 역설 가운데서 성모님께서 받아들인 극단적인 희생은 하느님의 헤아릴 수 없는 자비를 불러온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은총을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1,28) 하고 말한다. 바로 이 말에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베풀어주시는 사랑과 자비의 무상성(無償性)이 가장 철저하게 드러나고 있다. 성모님을 통해 무상으로 주어지는 자비의 절정이 바로 ‘하느님의 육화’(예수님의 성탄)이다.


‘은총이 가득한’이란 표현은 그리스어 현재완료 수동태 분사형의 번역이다. 이는 하느님께서 앞서 오직 마리아에게 이루어주신 그 사랑, 특별한 은혜, 아름다움, 거룩함 등의 상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 사실이 마리아가 처음 몹시 당황하였을 때 천사가 그녀에게 한 응답에 잘 나타난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1,30) 하느님의 창조적인 ‘무상성’에 인간의 응답과 협조가 더해짐으로써 하느님의 그 철저한 무상적 선물이 더욱 더 고양되고 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1,38) 마리아는 이렇게 천사에게 응답함으로써 ‘은총’을 이 세상에 들어오게 하였고 ‘인간성’이 새롭게 창조되게끔 하였으며, 그녀 자신이 그 ‘인간성’의 가장 아름다운 모범이 되었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주신 한없는 사랑에 나의 온 마음과 혼을 더해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며 사랑이신 분을 낳는 어머니들이 되도록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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