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08 조회수786 추천수11 반대(0)

끊임없이 남의 탓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글씨가 잘 써지지 않으면 펜이 나빠서라고 합니다. 내가 공부를 못하는 것은 부모님을 닮아서라고 합니다. 수능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너무 쉽게 나와서 변별력이 없어서라고 합니다. 취직이 안 되는 것은 회사가 나의 능력을 알아 보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것은 대화가 되지 않아서라고 합니다. 길을 가다가 넘어진 것은 재수가 없어서라고 합니다. 투자를 잘못해서 손해를 본 것은 시기가 안 좋아서라고 합니다.’ 남의 탓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허물과 잘못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 속담은 그래서 잘 되면 내 탓이고, 안 되면 조상 탓이라고 말을 합니다.

 

작년에 신학교 지원자 중에 11명만이 합격을 했습니다. 적은 인원을 뽑은 신학교 측이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학교는 선발 기준이 있었고, 선발 기준에 해당되는 학생들만 뽑았다고 하였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신학교의 선발 기준을 통과하는 학생들이 작년보다 많았습니다. 신학교를 탓하고, 원망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것입니다.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신학교의 선발기준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을 하였고, 매 주 한 번씩 학생들과 함께 지내면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신학교의 선발 기준이 바뀌기를 바라지 않고,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하였기에 작년보다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실패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고, 넘어질 수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비에 젖지 않고 피는 꽃도 없듯이 삶이란 그런 것입니다. 다만 나에게 주어진 시련, 고통, 아픔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아담과 하와는 자신들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여겼습니다. 남의 탓으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것은 나의 잘못과 허물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회개의 과정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나의 허물과 잘못은 없었는지를 살피는 사람이 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당당하게 즐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시적인 측면과 거시적인 측면을 함께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집에는 대들보가 있어야 하고, 창문도 있어야 하고, 지붕과 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떠한 위치이든지 모두가 아름다운 집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하늘의 구름도, 부는 바람도, 차가운 겨울도, 떨어지는 나뭇잎도 소중하고 아름답게 바라봅니다.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성모님이 그러셨습니다. 성모님께 아픔이 없으신 것은 아닙니다. 성모님께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일들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성모님은 남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십시오.’ 그러기에 성모님은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성격은 어머니를 닮았습니다. 하지만 체질은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혈압이 높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고, 치아가 약한 것입니다. 제가 원하지 않았어도, 저는 부모님께로부터 이런 모습들을 물려받았습니다. 이것은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지는 것들입니다. 제가 성장하면서 바꾸기 힘든 것들도 있지만, 저는 공부하고 노력하여 저만의 것들을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부모님과는 다른 모습을 살기도 합니다. 특히 제가 사제로 살아가는 것은 부모님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입니다.

 

우리는 성모송을 통해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천주의 성모님 이제와 우리 죽을 때,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오늘 성모님의 축일을 지내면서, 성모님의 도우심을 청하며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함을 가져야하겠습니다. 또한 주어진 현실에서 충실하게 삶을 살아, 하느님께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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