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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10 수/ 기쁨으로 지고 가는 멍에/ 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10 조회수776 추천수5 반대(0) 신고
 

대림 2주 수 마태 11,28-30(14.12.10)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11,30)     

     

    

기쁨으로 지고 가는 멍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11,28)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말하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은 613가지나 되는 율법을 가리킨다. 하느님의 사랑의 정신은 사라지고 형식과 인간을 구속하는 틀만 남고, 인간은 바로 그 틀에 종속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자체가 바로 ‘무거운 짐’이다.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율법의 세분화는 결국 인간을 저 뒷전으로 내몰아버리고 결국 인간다운 삶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자유를 억압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위해 주어진 율법(에제 20,13)이 오히려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버리는 일은 오늘날도 얼마든지 벌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물론 심지어 각자의 삶 안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이런 실존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 나에게로 오너라”(11,28) 하고 초대하신다. 예수님의 나를 향한 이 초대에 응답하려면 먼저 나의 처지가 바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있으며 그런 구속과 틀을 벗어버려야 한다는 깨달음과 인정이 있어야 한다.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정작 스스로의 틀 안에 갇혀 자신을 놓지 못하고 또 그런 상태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며 다른 이들을 만난다면 여전히 나는 자유로울 수 없는 노릇이다.예수님의 초대는 바로 자유와 해방, 구원의 벌판으로 나오라는 초대이다. “다 나에게로 오너라” 하는 이 초대의 결과는 다름 아닌 ‘안식’(11,28. 29) 곧 사랑의 초대이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말씀하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11,29) ‘멍에’는 구약성서에 이미 나오듯이 말로써 전해지는 ‘하느님의 법’을 가리킨다(예레 2,20; 호세 10,11). 집회서는 하느님의 법인 이 멍에를 지는 기쁨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너희 목에 멍에를 씌우고 너희 영혼이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게 하여라. 그것은 곁에 있어 찾기 쉽다. 나 자신이 얼마나 적은 노력을 기울여 큰 안식을 얻게 되었는지 너희 눈으로 보아라.”(집회 51,26-27) 바로 이런 기쁨을 주는 멍에가 ‘무거운 짐’으로 변질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변질된 멍에의 본래의 기쁨, 곧 하느님의 말씀이 주는 참 기쁨을 만나고 찾기 위해서는 ‘말씀이 사람이 되어 오신 예수님’께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대림시기에 필요한 회개이다.


‘멍에의 기쁨’을 되찾으려면 예수님의 온유함과 겸손을 배워야 한다(11,29). 예수님께서는“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마태 5,5) 하고 말씀하셨다. ‘온유함’은 부드러움이다. 유연한 사고, 열린 마음, 관대한 태도, 다양한 가능성을 헤아릴 줄 아는 눈,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보고 이해할 줄 아는 태도, 사랑으로 받아들임 등을 말한다. 굳어진 생각의 틀을 내려놓지 않을 때,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의 처지를 먼저 헤아리지 않고 문자화된 법이나 이성의 잣대로 판단하려 들 때, 복음도 ‘사랑의 약속’인 규범들도 ‘기쁨의 멍에’가 아니라 ‘고통스러운 짐’이 되고야 말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말한다. "주 하느님께 말과 모범으로 돌려드리는 사람들은 거룩한 문자의 영으로부터 생명을 얻은 사람들입니다."(권고 7)


나 자신도 온유함과 겸손함을 잃어버릴 때 기쁨의 멍에를 고통으로 변질시켜 떠넘기고 인간 위에 율법을 두었던 오늘의 바리사이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에게 온유함과 겸손함이 있다면 사랑이요 자유이신 예수님의 멍에는 편하고 그분의 짐은 가볍다. 이것이 우리가 걸어야 할 자유와 행복의 길이요, 사랑으로 오시는 그분을 맞는 온유한 태도임을 잊지 않도록 하자! 나아가 나 스스로 자신을 얽어매고 판단함으로써 ‘지금 여기’에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주님의 은총을 놓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도록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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