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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11 목/ 폭행을 당하고 있는 하늘나라/ 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11 조회수899 추천수8 반대(0) 신고
 

대림 2주 목 마태 11,11-15(14.12.11)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이사 41,14)  

   

      

    

폭행을 당하고 있는 하늘나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고 하신다. 그러나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크다.’(11,11) 이는 요한이 작음을 말하려 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하늘나라’ 자체로 오셨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와 계신 하늘나라이시다. 이렇듯 인간 세상에서 제아무리 탁월하고 위대하다 하여도 이미 와 계신 예수님과는 비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의 터가 바로 이미 와 계신 하늘나라이다. 따라서 일상의 삶에서 ‘하느님을 차지하는 것’이야말로 참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는 이 지름길을 바로 알아차리고 제대로 가고 있는가?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11,12)고 말씀하신다. 하늘나라가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에 대한 성서학자들의 해석은 다양하다. 그러나 하느님의 자비와 선을 선포하는 예수님의 적대자들이 백성들로 하여금 하늘나라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막고, 이미 체험한 하늘나라를 빼앗아가려 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을 수 있다. 하늘나라는 모두에게 거저 주어지는 사랑이요 선이며 생명이요 자유이다. 하느님의 본성이요 그분이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이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며 물질적 가치와 권력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걸림돌이 될 뿐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걸림돌은 자신이다. 자기 자신과의 소외, 자신에 대한 혐오 등은 마음의 어두움을 가져온다. 이 어두움은 삶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자아분열로 인한 영혼의 어둠 상태는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성전인 내 안의 하늘나라가 폭행당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나 자신이 탐욕에 사로잡혀 다른 이들에게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를 가로막고 빼앗지는 않는지 살펴볼 일이다. 다른 이들 안에 드러나는 은총과 선을 못마땅해 하고 시기하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누구든지 주님께서 자기 형제 안에서 말씀하시고 이루시는 선을 보고 그 형제를 시기하면, 모든 선을 말씀하시고 이루어 주시는 지극히 높으신 분 자신을 시기하는 것이기에 하느님을 모독하는 죄를 범하는 것입니다.”(권고 8,3). 대인관계에서 자신도 모르게 시기하고 못마땅해 하는 바로 이런 마음의 움직임과 그로 인한 행동이 바로 하늘나라를 폭행하는 것이 된다. 언제든 다른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다른 이들에게서 드러나는 ‘좋음’, ‘선행’, ‘봉사’, ‘지혜로운 태도’ 등을 보며 함께 기뻐하고 감사할 일이다.


공동체 또한 걸림돌이 되어 하늘나라를 폭행하는 터가 될 수 있다. 우리 각자가 공동체 안에 이미 와 계신 예수님을 삶의 기준으로 삼지 않고 뒷전으로 팽개쳐버릴 때, 하늘나라는 폭행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공동체가 성령 안에서 서로 일치하고 희생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우리 힘으로 추구하기보다는 공동체 안에 이미 현존하는 하늘나라를 보고, 예수님을 통해 주어지고 있는 하느님의 선과 지혜와 자비를 한마음으로 키워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가운데서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는 하늘나라에 대한 폭행의 움직임은 겨울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매섭게 도전해온다. 우리 모두 끈질기고 강렬한 도전 앞에서 투명한 시선으로 ‘하늘나라를 살기 위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 열고 듣고 곰곰히 되새기며, 온 마음과 정성과 혼을 다해 살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바라보는 만큼 그분을 닮게 되고 이미 와 있는 하늘나라의 신비가 꿈이 아닌 생생한 삶의 체험이요 선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이사 41,14) 하시는 주님께 의탁하며 불의와 무관심과 시기 질투, 탐욕의 끈을 내려놓음으로써 그 좋은 하늘나라를 기쁨 중에 받아들이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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