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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13 토/ 거룩한 중심 이동/ 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12 조회수727 추천수6 반대(0) 신고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 토 마태 17,10-13(14.12.13)
 

“사람의 아들도 그들에게 고난을 받을 것이다.”(17,12)   

   

            

Elijah Taken Up in a Chariot of Fire 

 

 거룩한 중심 이동   

 

엘리야는 산 채로 승천해 있다가(2열왕 2,11) 메시아가 오시기 전에 이스라엘에 다시 와서 백성을 화해시키고 열두 부족을 다시 일으켜 세우리라는 믿음이 있었다(말라 3,1. 23 참조). 율법학자들은 이런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하였다(마태 17,10). 그토록 위대한 예언자로 칭송받았던 엘리야 예언자가 먼저 와야 한다고 믿은 것은 현실적인 자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엘리야가 와서 모든 것을 바로잡을 것이다. 엘리야는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17,11-12)고 하신다. 곧 두 번째 엘리야인 세례자 요한이 주님의 길을 준비하러 왔는데도 주님의 구원과 사랑을 알아채지 못한 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함부로 다루었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당신도 세례자 요한처럼 사람들에게 고난을 받으실 것이라고 예고하신다(17,12). 엘리야와 세례자 요한 그리고 예수님 모두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고 고난을 받았다. 엘리야는 횃불처럼 타오르는 불이 되어 주님의 영광과 말씀을 전했다(집회 48,1. 4). 세례자 요한은 주님의 길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와서 사람들에게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였다. 말씀이 사람이 되어오신 하느님,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사랑을 보여주시고 하느님 뜻을 전파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제대로 듣지 못하여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메시아가 오기를 기다렸고 하느님 말씀을 듣고 지키길 열망한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요한과 메시아를 배척하여 죽음으로 내몰아버렸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닌 명예와 권력과 재물을 이용하여 자신의 뜻대로 살면서 그것이 참 행복인양 착각에 빠져 있었다. 따라서 그와는 정반대로 자유와 행복을 위해 모든 것에서 떠나라고 가르치는 예수님의 그 말씀과 처신이 그들에게는 당연히 달가울 리 없었던 것이다.


예언자들이 전한 하느님 말씀은 이기심과 탐욕에 갇혀 있던 그들에게는 듣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선이 아니라 ‘자기가 정해놓은 자기식의 선’이었으며, 자신들이 기다리는 메시아는 모두의 행복과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채워주고 자기 문제를 해결해주는 분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하느님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을 하느님 위에 두고 하느님을 조정하여 자신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근원적인 착각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자! 우리는 가까이 와 계신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이미 들리는 주님의 음성을 알아듣지 못하며, 생의 시초부터 내 안에 생생하게 살아계시는 그분을 소외시킨 채 밖에서 찾곤 한다. 왜 그럴까? 아마도 주님께서 보여주시는 것을 보기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고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내가 듣고 싶은 것만을 들으려 하고, 내 밖의 것을 소유함으로써 행복해진다는 현세 의존적인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든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으려 하는 것은 눈앞의 메시아 예수님을 내치고 죽은 엘리야의 과거 영광에 애착하는 어리석은 태도인 것이다. 모든 것을 내 뜻과 자기중심적으로 보고 생각하는데서 주님께로 중심을 이동해야 하리라!


그런 삶에 젖어 있는 이들은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은 늘 취하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계륵(鷄肋)과 같을 것이 분명하다. 이 틀을 깨는 길은 말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말씀을 한귀로 흘려듣는 일이 없었고 들은 것은 부단한 정열로 묵상하였다. 우리도 예수님의 제자로서 그분과 더불어 진리와 사랑과 선을 거슬러 도전해오는 온갖 고난을 믿음 안에서 이겨내도록 하자. 거룩하신 하느님께로 내 온 존재의 중심을 옮겨 자기중심적인 틀과 행동을 버리고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기쁘게 살아가도록 하자! 대림시기는 중심이동의 시기이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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