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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빛이신 그리스도/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인영균끌레멘스신부님 성녀 오틸리아 대축일 (2014년 12월 13일 토요일)
작성자이진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13 조회수889 추천수5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제1독서

<엘리야가 다시 오리라.>
▥ 집회서의 말씀입니다. 48,1-4.9-11


복음

<엘리야가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7,10-13



성녀 오틸리아 대축일 (2014년 12월 13일 토요일) 빛이신 그리스도


지난 번 예레미아스 총재 아빠스님이 정기 시찰 차 우리 수도원을 방문하셨습니다. 그렇게 바쁜데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유기서원자, 수련자, 청지원자 등 수련원 소속 형제들 전체와 만나셨습니다. 이 자리에서 아빠스님은 우리 젊은 형제들에게 “우리 오틸리아 연합회의 모또를 아냐고?” 물으셨습니다. 대답을 못하고 있느니까, 우리 수도원 입구에 세워져 있는 수도원 안내판에 적혀 있는 문구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사도’(intus monachus, foris apostolus)라는 문구입니다. 이 문장이 우리 연합회의 모토, 정신으로 알고 있는데 잘못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모또는 베네딕도 성인이 하신 말씀도, 우리 오틸리아 연합회을 창설한 암라인 신부님도 하신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이 말을 북유럽의 사도, 혹은 스칸디나비아의 선교사로 존경을 받고 있는 ...베네딕도회원인 안스가리옷 성인이 하신 말씀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레미아스 아빠스님은 이 정보도 틀린 정보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안스가리옷 성인은 9세기에 사셨던 분입니다. 성인이 865년 선종하신 후 거의 몇 백년이 지난 후 후대의 익명의 저자가 안스가리옷 성인의 일대기를 쎴습니다. 이 책에서 익명의 저자가 쓴 문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사도’라는 이 문구는 ‘잊어버려라’, 이 말은 ‘버려라’는 말씀도 아주 강하게 하셨습니다. 우리 연합회의 정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오틸리아 연합회의 모또는 ‘Lumen Caecis’, 곧 ‘눈먼 이들에게 빛을!!!’입니다. 사실 수도자의 삶 따로, 사도의 삶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수도원 안에 있으면 수도자요, 수도원 밖에 있으면 사도도 아닙니다. 수도승과 사도(선교사)는 한 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두 가지 삶의 형태에서 갈등을 느낍니다. 또 서로 대립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둘은 오직 빛 안에만이 통합됩니다. 하나가 됩니다. 그리스도라는 유일한 빛 안에서 수도자는 곧 사도입니다. 그리스도의 빛이 없으면 수도승으로도 사도로서도 살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빛에서만이 우리는 참 베네딕도 회원으로 살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대림시기, 빛이신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빛이 진정 필요한 사람은 눈 먼이들입니다. 눈먼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무엇보다 먼저 우리 자신임을, 내 자신임을 겸손히 고백합니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 빛 자체이신 그리스도께서 오시길 또 오셔도 영원히 머무시길 간절히 염원해야 합니다. 또 우리가 모여 있는 이 공동체에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오시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살 때만 우리는 복음의 빛을 우리 삶과 활동을 통해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좁게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지역 사회에, 넓게는 교회와 이 세상 전체를 비출 수 있습니다. 수도원은 절대로 외로이 따로 떨어져 있는 섬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는 기도생활도 활동생활도 모두 다른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전적으로 남을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등불을 켜서 지하실에나 뒷박 밑에 놓지 않고 등경 위에 얹어 놓아 들어오는 사람들이 그 빛을 보게 합니다.”


복음의 빛 앞에는 어떠한 핑게도 있을 자리가 없습니다. 자원이 없다, 돈이 없다, 사람이 없다, 여력이 없다는 핑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리의 미약한 정성, 우리의 작은 노력, 우리의 가냘픈 기도만 있으면, 다른 모든 것은 빛이신 그분께서 마련해 주십니다. 사실 우리는 개인적으로나 또 공동체적으로 우리에게 참으로 필요한 것은 그분이 채워주신다는 진리를 매일 체험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인간적 한계를 넘어 끊임없이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 신뢰로 나아갑시다. 빛이신 그리스도께로 나아갑시다.

“빛이신 주 예수님, 어서 오소서. 당신 빛으로 저희와 세상을 밝게 비추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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