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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자(隱者)의 영성 -배경의 사람-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18 조회수1,247 추천수16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김명준님의 사진.
김명준님의 사진.

김명준님의 사진.





2014.12.18. 대림 제3주간 목요일(뉴튼수도원 38일째), 예레23,5-8 마태1,18-24


                                                                                        

은자(隱者)의 영성

 -배경의 사람-


어제 뉴욕에 있는 평화신문 지국을 방문했을 때의 덕담입니다. 

지사장 신부님은 친히 환대해 주시며 2층 숙소도 보여줬습니다.


"하루에도 하늘을 여러번 오르락내리락 하겠습니다.“


'은수처(hermitage)'를 닮은 이층 숙소로 연결되는 계단을 오르면서 

흡사 야곱이 꿈에서 본 천사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다리가 연상되어 저절로 나온 덕담입니다. 


"아, 신부님 표현이 좋습니다."


지사장 신부님은 들릴락 말락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아, 집안 구조도 신부님의 넉넉하고 풍요로운 내면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밖에서 볼 때는 나무만으로 지어진 평범한 단층의 가정집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니 

1층은 다섯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2층은 신부님의 숙소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집이었고 

사무실 벽에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平和'라는 한자 글씨가 씌어 진 액자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대로 요셉 성인의 고요하고 넉넉한 내면을 닮은 듯 소박하고 평범한 집이었습니다.


점차 성탄이 가까워지는 대림3주 목요일 복음의 주인공은 요셉입니다. 


성경 어디를 봐도 요셉에 관한 언급은 극히 소수요 철저히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예레미야가 예언하는 그날의 비전은 

이런 은자의 영성을 사는 배경의 사람 요셉을 통해 앞당겨 집니다.


"보라, 그날이 온다! 주님의 말씀이다. 

내가 다윗을 위하여 의로운 싹을 돋아나게 하리라. 

그 싹은 임금이 되어 다스리고 슬기롭게 일을 처리하여, 세상에 공정과 정의를 이루리라.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주님의 정의'라 부르리라.“


바로 주님 성탄에 실현될 영적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요셉처럼 배경의 사람이 되어 은자의 영성을 사는 이에게는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공정과 정의를 살면서 주님의 정의를 드러냅니다. 


오늘은 은자의 영성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들어나지는 않지만 예수님과 성모님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 준 분이 겸손한 은자 요셉입니다. 


첫째, 가난과 비전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이는 행복합니다. 

하늘나라의 비전이 그들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난과 하늘나라의 비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비상한 비전이 아니라 하느님이, 하늘나라가 바로 비전입니다. 

하느님만으로, 하늘나라의 비전만으로 부요하고 행복했던 하느님의 사람들입니다. 


오늘 이사야의 비전 역시 요셉 같은 가난과 비전의 사람을 통해 실현됩니다. 


오늘 복음의 요셉을 통해 그가 얼마나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지 알게 됩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주님의 천사를 통해 계속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서 

요셉에 대한 하느님의 신뢰가 얼마나 깊은지 깨닫습니다. 



둘째, 공감과 배려입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입니다.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으며 동시에 드러난 삶을 사는 정중동(靜中動)의 사람들이 진정 은자입니다. 


장소가 아니라 언제나 하느님을 배경으로, 또 하느님 앞에서 깨어 지금 여기를 사는 은자들입니다. 

하여 이웃의 현실에 극히 민감합니다. 


말그대로 공감과 배려의 사람이요 요셉이 그 모범입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이 한 대목이 요셉의 깊고 고결한 인품을 요약합니다. 

이런 마리아의 처지를 깊이 공감하여 배려에 최선을 다한 요셉을 가리켜 

마태오 복음 사가는 의로운 사람이라 말합니다. 


하느님이 사람을 보는 안목이 놀랍습니다. 



셋째, 침묵과 고독입니다.


오늘날 영성생활에 침묵과 고독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입니다. 


날로 안팎이 사막이 되어 가는 영적현실입니다. 

사막의 침묵과 고독은 그대로 하느님을 만나는 토양입니다. 


오늘 요셉의 내적 현실은 그대로 고립무원의 사막입니다. 

이런 내적 사막의 침묵과 고독은 그대로 기도가 되고 요셉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침묵과 고독으로 활짝 열린 가난한 마음의 귀에 들려 온 주님의 말씀입니다.

"보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임마누엘을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란 임마누엘 탄생 예고에 요셉의 마음은 기쁨에 넘쳤을 것입니다. 

침묵과 고독의 깊이에서 이미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넷째, 순종과 믿음입니다.


참된 침묵과 고독의 열매가 순종과 믿음입니다. 

순종과 믿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침묵-들을-겸손도 순종의 믿음에서 완성됩니다. 


진정 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순종의 사람들입니다. 

사랑의 순종입니다. 

영성의 진위를 식별하는 잣대 역시 순종의 믿음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부창부수(夫唱婦隨), 마리아처럼 요셉 역시 '순종과 믿음의 사람'임이 드러납니다. 


사막같은 세상에서 배경의 사람이 되어 은자의 영성을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겸손한 은자의 영성을 살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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