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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참회 예식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인영균끌레멘스신부님 (2014년 12월 19일 금요일)
작성자이진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19 조회수806 추천수4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제1독서

<천사가 삼손의 탄생을 알리다.>
▥ 판관기의 말씀입니다. 13,2-7.24-25


복음

<가브리엘 천사가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알리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5-25



대림 참회 예식


(2014년 12월 19일 금요일)

“오, 지혜, 지극히 높으신 이의 말씀이시여, 끝에서 끝까지 미치시며, 권능과 자애로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이시여, 오시어 우리에게 현명의 길을 가르쳐 주소서”

(O Sapientia, quae ex ore Altissimi prodiisti, attingens a fine usque ad finem, fortiter suaviter disponens que omnia: veni ad docendum nos viam prudentiae).


우리는 12월 17일부터 저녁기도 성모의 노래 후렴 때 ‘오’라는 감탄사로 시작하는 ‘오 후렴’(O Antiphona)을 부르면서 대림시기 제2부에 들어갔습니다. 임박한 주님의 성탄을 향해 우리의 마음을 들어높이는 때입니다.

12월 17일 저녁기도 ‘오 후렴’에서 노래한 대로, 우리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시는 참 ‘지혜’이신 예수님의 탄생을 간청합니다. 예수님만이 우리의 ‘지혜’이십니다. 우리의 삶을 맑은 눈으로 볼 수 있고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지혜이십니다. 이 지혜가 우리에게 오시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 삶을 바라볼 수도 또 올바로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야고보서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지혜와 이 땅의 지혜를 비교 대조하면서 이렇게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누가 지혜롭고 총명합니까? 그러한 사람은 지혜에서 오는 온유한 마음을 가지고 착하게 살아, 자기의 실천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마음속에 모진 시기와 이기심을 품고 있거든, 자만하거나 진리를 거슬러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 그러한 지혜는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이고 현세적(동물적)이며 악마적인 것입니다(sapientia terrena animalis diabolica). 시기와 이기심이 있는 곳에는 혼란과 온갖 악행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오는 지혜는 먼저 순수하고, 그 다음으로 평화롭고 관대하고 유순하며, 자비와 좋은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위선이 없습니다. 의로움의 열매는 평화를 이루는 이들을 위하여 평화 속에서 심어집니다”(3,13-18).


야고보 사도는 우리 안에 시기와 이기심과 야망이 있다면 그것은 위에서 오는 지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지극히 세속적이고 현세적이며 악마적인 지혜인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야고보 사도가 ‘악마적 지혜’(sapientia diabolica)라고 한 표현을 주의깊게 들어야 하겠습니다.

“악마"는 그리스어 diabolos, 라틴말 diabolus에서 나온 말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악마는 “중상모략하는 자, 이간질 하는 자, 분열시키는 자, 일치를 파괴하는 자, 고발자”란 뜻입니다. 악마는 우선 하느님에게서 나를 우리를 분리시키고, 동시에 우리 사이의 일치를 파괴하고 이간질하는 자입니다. 그래서 분열과 파괴의 영이 바로 악마, 마귀입니다.

 

수많은 사막 수도 교부들처럼 베네딕도 성인도 일치가 깨어지는 곳에는 악마가 있음을 직시합니다.

규칙서 머리말 28에서, 하느님의 장막에 사는 사람은, 유인하는 사악한 악마를 그 유혹과 함께 마음에서 쫓아내고 악마의 사소한 유혹까지도 그리스도께 메어 쳐 바수는 사람이라고 가르칩니다.

베네딕도는 바로 앞 절에서 악마적 유혹의 구체적인 예를 시편을 인용하면서 열거하고 있다.

“허물없이 걸어가며 의를 하는 사람, 진리를 마음속에 품은 사람, 혀로 모함하지 않는 사람,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이웃을 모욕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머리말 25-27). 이렇게 악마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을 베네딕도는 “반석 위에 자기 집을 지은 지혜의 사람(vir sapientiae)”라 칭송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는 좋은 예를 베네딕도 전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수사가 자꾸 수도원 밖으로 나가는 습관에 빠지자, 주위 장상들이 아무리 설득하고 벌을 줘도 자꾸 빠져 나갔습니다. 그래서 베네딕도 성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니 베네딕도 성인은 그 형제 옆에 새까만 악마 새끼가 그 형제를 자꾸 나가자고 부추긴다는 사실을 영의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악마를 쫓아내니 그 형제는 다시금 온전히 형제들과 함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전기 4장).


인간적인 판단과 사고로 보면 도무지 이해가 안될 때가 많습니다. 우리 수도자 개인한테, 그리고 수도 공동체 내부에 악마는 우리의 인간적 약점을 공격합니다. 내 안에 이유없는 공격성이나 분노나 불안감이 엄습할 때, 그리고 공동체 안에 서로에 대한 불신과 의심, 시기와 질투가 늘어날 때,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나 다른 사람의 말을 강하게 거부하고자 하는 불만이 있을 때, 우리는 우리 안에서 악마의 영향력과 공격을 봐야 합니다. 단순히 감정의 대립 혹은 사람과 사람의 갈등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영적 싸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안에서 알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오시는 참 지혜이신 주님의 눈으로 보면 이러한 영적 차원의 것이 보입니다. 드러나는 현상들만 보면 참 인간적인 것들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내려오는 지혜 안에서는 이러한 것들은, 우리 각 개인과 우리 공동체 전체를 영적으로 성숙시키는 영적 성장의 도구들입니다. 여기서 회개와 감사가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 개인과 공동체 전체가 오시는 주님께 우리의 나약함과 허물을 고백하며 겸손되이 무릎을 꿇을 때, 천상 지혜의 사람으로 살게 됩니다.


사랑의 전도자 사도 요한은 편지에서 지혜의 빛을 간절히 기다리는 우리에게 이렇게 권고합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새 계명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도 또 여러분에게도 참된 사실입니다. 어둠이 지나가고 이미 참빛이 비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자입니다.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어둠 속에 있습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면서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어둠이 그의 눈을 멀게 하였기 때문입니다.”(2요한 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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