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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20 토/ 끼어듦의 허용과 수용/ 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19 조회수838 추천수3 반대(0) 신고
 

대림 3주 토 루카 1,26-38(14.12.20)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1,38)


 

Announcement of the birth of Jesus

 

 끼어듦의 허용과 수용   

 

이사야 예언자는 예루살렘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다윗 왕실을 향하여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이사 7,14)라고 예고하며 하느님을 신뢰하도록 촉구한다. 예언자의 외침은 오늘 우리를 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도 삶의 여정에서 건강문제, 가정문제, 사업관계, 대인관계, 영성생활에서 갖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하느님을 희망이요 의미이며 놓아버릴 수 없는 생의 보루로 여기는가?

오늘 복음에서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1,28)라는 인사말을 듣는다. 마리아는 이 말에 몹시 놀랐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곰곰이 생각하였다(1,28-29). 천사의 말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구원과 사랑의 '끼어듦'이다. 내 좁은 마음과 영혼과는 비할 수 없는 하느님의 무한한 크심과 깊이를 나의 작은 그릇으로 어찌 담을 수 있으며 헤아릴 수 있을까!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이성적으로 따지지 않고 경청하였고 받아들여 "곰곰이 생각하였다."(1,29) 그녀는 하느님의 끼어듦을 허용하였고 존중한 것이다. 곰곰이 생각함은 소통을 위한 준비이다. 이는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고 영적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한 자세이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든 대인관계에서든 사랑을 발생시키고 깊은 관계를 형성하려면 끼어듦을 기꺼이 허용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경청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주님은 우리 가운데서 탄생하시며 재창조가 일어난다.

천사가 다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고 놀라 두려워하고 있는 마리아에게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1,30-32. 37) 하고 일러준다. 마리아는 경청과 되새김을 헌 뒤 천사에게 자신이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대화를 이어간다. 마리아는 당혹스러움과 이해할 수 없음, 두려움 가운데서 그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주목할 것은 마리아가 무엇을 청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영적성장을 위해서는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빛과 어둠, 느낌과 생각, 처지를 그대로 보여드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이른바 '거룩한 폭로'이다. 마리아는 자신을 하느님께 폭로함으로써 우리에게 사랑이신 구세주를 낳아주시는 징검다리가 되신 것이다.

이어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1,38) 하고 말한다. 마리아는 경청과 되새김, 거룩한 폭로에 이어지는 전폭적인 수용과 내어드림을 보여주고 있다. 마리아가 보여준 이 자세야말로 말씀을 낳는 영혼의 모태가 되는 길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이 바람은 단순한 심리작용 그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의 뜻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순응의 자세요 자신을 하느님의 거처로 내어드리겠다는 뜻이며 전존재를 주님의 도구로 봉헌한다는 뜻이다. 하여 마리아의 전생애는 사랑이신 하느님과 일치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요 우리가 가야할 신앙의 길이다. 이 길은 가난한 말구유의 사랑으로 가는 은총과 축복의 길이리라!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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