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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3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20 조회수725 추천수8 반대(1)

사제서품을 받기 전에 3가지 약속을 하게 됩니다. ‘독신서약, 순명서약, 신앙고백입니다. 독신서약을 하는 것은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주님을 섬기겠다는 다짐입니다. 독신으로 살면서 세상의 것들에 몸과 마음이 있다면 진정한 독신이 아닙니다. 재물, 명예, 권력을 쫓아다닌다면 이 또한 독신으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독신으로 산다는 것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로 오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가족들에게 주어야 할 사랑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순명서약을 하는 것은 마지못해서 수락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난과 역경이 있다할지라도 기쁜 마음으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따지고 계산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길이 가시밭길이라 할지라도 하고 응답하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남았어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일을 하고 싶을지라도 포기하는 것이 순명입니다. 아브라함은 정든 땅을 포기하고 하느님께서 명하시는 곳을 향해서 떠났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제물로 바치려 했습니다. 이것이 순명입니다. 오늘 성모님께서도 인간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하느님의 뜻으로 알고 순명합니다. 박해의 시대에 이 땅에 오셨던 선교사들도 순명의 삶을 사셨습니다. 작년 2월에 용문 청소년 수련장으로 갔습니다. 8월에 교구 성소국으로 왔습니다. ‘?’라고 묻는 것은 순명이 아닙니다.

 

신앙고백은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고,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깃발에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신학은 알지만 신앙심이 없으면 뿌리가 약한 나무와 같아서 쉽게 넘어지게 됩니다. 신학은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지만 신앙은 삶을 통해서 자라나는 것입니다. 신앙의 핵심은 겸손입니다. 교만한 사람은 중심으로 살기 때문에 하느님이 중심이 되는 신앙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한 자매님께서 이렇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나요?’ 이렇게 많은 고통이 있는데, 이렇게 많은 절망이 있는데, 이렇게 많은 불의와 폭력이 있는데, 하느님은 어디에 계신가요? 저는 잠시 생각을 한 다음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느님은 지금도 저 절망 중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저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저 불의와 폭력의 희생자들 가운데 있습니다.

 

우리에게 오셨던 예수님께서는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있었고, 죄인들과 함께 있었고, 병들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있었고, 그분 역시 조롱을 당하고, 십자가를 지셨으며 십자가 위에서 불의와 폭력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셨기 때문입니다. 자매님은 저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놀라셨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느님께서, 모든 이를 심판하시는 하느님께서 무력하게, 십자가를 지고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나 봅니다.

 

오늘 우리는 하느님께서 몸소 징조를 보여주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구약에 예언된 바로 그 말씀을 받아들였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은 모든 고통과 절망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갈등과 번민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제 가장 약한 아이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는 것입니다.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셨던 주님을 따라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며, 사랑하셨던 주님을 따라 살아가는 것입니다.

 

시들은 꽃처럼, 떨어지는 낙엽처럼 허망할 것 같은 우리의 삶은 바로 이런 예수님의 삶을 따라갈 때, 십자가를 넘어, 죽음을 넘어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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