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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22 월/ 가난의 찬가/ 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21 조회수775 추천수5 반대(0) 신고
 

대림 4주 루카 1,46-56(14.12.22)
 

비천한 이들을 들어높이셨도다.”(루카 1,52)


   The Canticle of Mary

 

 가난의 찬가   

 

성모 찬가는 루카복음의 서론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루카 복음의 핵심 사상을 담고 있다. 루카는 이 노래를 통해 구원 약속과 이행, 이스라엘의 구원을 언급하고 있다. 구원 사건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계획 앞에서 자신을 낮추어 받아들이고 하느님께서 이를 돌보시어 높여주심으로 가능했다. 이 노래는 초대 유다 공동체에서 만들어져 불려졌고 역사를 통해 계속해서 그리스도 신자들의 입을 통해 노래 불려진 우리의 노래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노래를 통해 그 체험을 다시 현재화시키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린다. 성모님의 입을 통해 미약하고 보잘것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과 폭력주의자들의 전유물인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그 어떤 막강한 억압세력도 모조리 뒤엎게 된다는 기쁜소식이 선포되고 있다.

성모님께서 이 노래를 부르실 때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마 성모님께서는 자신에게 천사가 찾아와 전한 소식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약혼자인 요셉에게도 조상 대대로 전해오는 예언이 자신을 통해서 이루어졌음을 결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모님은 주님을 잉태한 사실을 세상에 알림에 있어서 자신이 생각하는 때가 아니라 주님께서 정하신 때를 묵묵히 기다렸을 것이다.

약혼자 요셉은 꿈에서 천사의 말을 듣고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실현되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성모님에게 천사의 말을 확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성모님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 세상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세상에서 동떨어진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친척 엘리사벳의 집에 도착하여 엘리사벳을 만난 그 순간 그녀의 말을 듣고 얼마나 기뻤을까? 마리아는 처녀 잉태 사실을 자기 혼자 지고 가야 할 무게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사촌 엘리사벳이 성령의 빛으로 그 일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이 성령을 받아 자신에게 하는 말을 듣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받아들여 구원에 참여하는 '영혼의 순례'를 사작해야 할 때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 순간 성모님께서는 자신의 가난한 처지를 보면서 하느님께 또 세상을 향하여 구원의 기쁨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성모님은 하느님께서 자신을 높여주셔서가 아니라 자신을 굽어보신 그 자비에 감사드리며,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의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뛴다”(1,46-47)라고 목소리 높여 노래한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은 가난하고 낮은 사람들을 높이시고 교만하고 부요한 억압자들을 끌어내리신 근원적이고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유다민족의 조상들에게 베푸신 자비하심이다. 이렇듯 메시아의 탄생은 하느님의 자비를 통해 역사 속에서 결정적인 사건이 된다. 성모의 노래는 줄곧 하느님의 약속이 성취되기 시작한 데 대한 기쁨의 표현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이 노래는 단순히 연약한 한 여인의 노래가 아니라 '모두의 영혼을 울리는 생명의 노래'인 것이다.

우리가 성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자비를 생각한다면, 날마다 가난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의탁하며 성모님과 함께 기쁨에 넘쳐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고…그 자비가 영원히 미치실 것”(1,54-55)이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구유에 하느님의 자비를 담은 나의 진실한 마음과 선의가 채워질 때 그 작은 구유는 모두를 살리는 우주가 되지 않을까?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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