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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머니의 향기 -어머니 예찬-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22 조회수2,086 추천수16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12.22. 대림 제4주간 월요일(뉴튼수도원 42일째), 사무 상1,24-28 루카1,46-56


                                                                                                             

어머니의 향기

-어머니 예찬-


어머니의 향기는 그리스도의 향기, 기도의 향기, 영혼의 향기, 찬미의 향기입니다. 

물론 믿음 좋은 어머니를 뜻합니다. 


며칠 전 성탄츄리나무 작업 후 방에 들어왔을 때의 순간적 체험을 잊지 못합니다.

"어, 이거 솔향기가 아닌가?“


옷과 몸에 밴 솔 향기가 너무 신선했습니다. 

정신을 맑고 깨끗하게 하는 솔향기였습니다. 

깨어 있는 영혼의 향기가 있다면 아마 이럴 것입니다. 


어제 성탄츄리나무 작업장 모닥불 곁에서 수도형제들과 나눈 덕담도 재미있습니다. 


한 번의 도끼질로 쩍 갈라진 나무 속 결이 너무 곱고 깨끗하고 향기로워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아, 수사님 마음 결처럼 곱고 깨끗하고 향기롭습니다.“


제 덕담에 곁에 있던 수사님은 웃음으로 화답했고 다른 수사님 역시 웃으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제 마음은 굴곡이 많습니다.“


나무만 아니라 사람 마음도 곱고 향기로울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요즘 읽은 사막수도자의 일화 중 한 대목도 나눕니다.


-복된 조시마는 늘 온 시간을 말씀들을 읽는 것을 사랑했다; 

말씀들은 거의 그가 숨쉬는 공기와도 같았다(they were almost like the air that he breathed).-


말씀대신 어머니의 향기를 넣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특히 1독서의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가 그랬을 것이며 

복음의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그랬을 것입니다. 


두 분 가정 똑같이 두 어머니의 기도의 향기, 찬미의 향기로 가득했을 것이며, 

두 아들들은 어머니의 이런 향기를 숨쉬며 성장했을 것입니다. 


아, 어머니의 향기보다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특별히 하느님이 점지해 준 아들들이기에 두 어머니의 아들 사랑은 참 각별했을 것입니다.


-그 무렵 사무엘이 젖을 떼자 한나는 그 아이를 데리고 올라갔다. 

삼년 된 황소 한 마리에 밀가루 한 에파와 포도주를 채운 가죽 부대 하나를 싣고, 

실로에 있는 주님의 집으로 아이를 데려갔다.-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가난한 처지에 이런 봉헌이라면 그 신심이나 아들 사랑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갑니다. 


이어 봉헌 후 계속되는 내용은 

한나의 하느님 찬미(1사무2,1-10)인데 

독서에는 나오지 않고 화답송(1사무1,4-5.6-7.8ㄱㄴㄷㄹ)에 일부 나옵니다. 

그대로 하느님 밖에 의지할 바 없는 가난한 이들, 아나뵘(anawim)의 하느님 찬미가입니다.


바로 1독서의 한나와 쌍벽을 이루는 루카복음의 마리아입니다. 

마리아의 하느님 찬미가 '성모의 노래'는 

가톨릭 교회가 매일 저녁기도 말미에 마음을 다해 바치는 찬미가이기도 합니다. 


이 또한 진정 가난한 아나뵘의 찬미가입니다. 

이런 찬미가가 우리 영혼을 맑고 깨끗하게 정화합니다. 

향기로운 영혼,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영혼으로 만들어 줍니다. 


분명 사무엘과 예수님은 이런 어머니들의 하느님 찬미를 숨쉬며 살았을 것이며 성장했을 것입니다. 

요즘 절실히 깨닫는 바도 대부분의 시편은 물론 '주님의 기도'도 가난한 아나뵘의 기도라는 확신입니다. 


이런 하느님 찬미를 숨쉬며 살아갈 때 비로소 영혼은 주님의 향기를 발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거룩한 어머니들인 한나와 마리아를 대하니 

제 주변의 많은 향기로운 얼머니들과 제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자식들은 아무리 나이 먹어도 영원히 어머니의 자식일 뿐입니다. 

아주 힘들면 생각나 찾는 곳이 고향의 어머니입니다. 


이젠 고향의 어머니는 떠나셨고, 교회가 고향이, 성모님이 어머니가 됐습니다만 

예전 어머니 생전에는 자주 찾았던 고향의 어머니였습니다. 


9년전 돌아가신 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약 4개월 전에 썼던 

'어머니를 그리며'란 시가 생각 나 나눕니다. 


제 어머니는 늦게야 세례를 받았지만 참 향기로운 분이셨습니다.


-남들은 내가 효자일거라 생각하는데

솔직히 말해 난 효자가 못된다.

어머니를 닮아 붙임성도 없고 무뚝뚝한 편이다

이건 어머니도 인정하신 거다

어머니는 전형적인 조선 여자 같은 분이셨다

애교나 아양은 거의 없었지만

강인한 의지에 아주 지혜로운 분이셨다

심한 밭일에 몸 많이 피곤하여 밤에 끙끙 앓으셔도

아프다는 내색 하나 않으셨다

아버지 원망하는 말 하나 들은 적 없고

큰 소리 내셔서 다투거나 화내신 적 한 번도 본 적 없다

매번 우등상을 타 와도 덤덤하실 뿐 칭찬 한 번 하신 적도 없다

돼지 키워 자식들 학비도 대셨고

장마다 계란 모아 팔아 꼭 찐빵도 사다 주셨다

사실 오십 년대 육십 년대는 모두가 가난했지

그러나 마음은 참 부자였고 행복했다

어려워도 내 전과서며 학용품은 꼭 꼭 잘도 사 주셨던 어머니

초등학교 시절 무척이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나

일 년에도 아마 열 번은 크레용을 샀을 거다

그 흔한 종교나 신앙 없이도 한결같이 사셨던 어머니

삶 자체가 기도였고 신앙이셨다

이리저리 감정에 연약하게 흔들렸던 분이셨다면

그 험한 세상 세월에 다섯 남매 어떻게 키웠을 것인가 

‘외롭다’거니 ‘그립다’ 거니 감정 표현 없이도

따사로운 남편 사랑 없이도 

흔들림 없이 꿋꿋이 가정을 지켜 오신 어머니

내 수도원 들어올 때도 극구 만류하셨다

‘왜 이제 살만하게 됐는데 또 고생길에 접어드느냐’고

그러다 하루 지나 내 방에 들어오셔서

‘얘, 수철아, 네가 좋아하면 수도원 들어가라’고

 허락해 주셨다

 사실 어머니는 은연 중 막내인 나와 살고 싶어 하셨다

 지금은 극도로 쇠약해 지셔서 온 종일 방에 누워계신 어머니

 정신은 여전히 맑으시고 마음도 고요하시다

 그냥 계시기만 해도 좋은 어머니 '신 마리아'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나이 들어 철이 났나 보다

  (2005.2.18.일 씀, 2005.6.14.일 90세 선종)-


비단 제 어머니만 아니라, 50-60년대 보편적 어머니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믿는 이들은 누구나 어머니를 통해 우리 모두의 영원한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만납니다. 


거룩한 어머니 마리아와 더불어 매일 저녁기도때마다 바치는 

오늘 복음의 성모찬가가 우리를 주님의 향기를 발하는 찬미의 사람들로 만들어 줍니다. 


우리 모두 주님의 향기를 숨쉬며 봉헌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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