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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22 조회수860 추천수10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4년 12월 22일 대림 제4주간 월요일
 
My soul proclaims the greatness of the Lord;
my spirit rejoices in God my savior.
for he has looked upon his lowly servant.
(Lk.1,46-47)
 
 
제1독서 1사무 1,24-28
복음 루카 1,46-56
 

며칠 전에 신학생들이 제 방을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신학생이 책꽂이에 세워있는 무엇인가를 보고는 “신부님, 정말로 부러워요.”라고 말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고 그 신학생이 바라본 것을 보니 2001년부터 써 온 ‘새벽 묵상 글’을 제본한 것입니다. 한 해가 지나면 1년 치를 묶어서 제본을 했는데, 2001년부터 2013년까지(2014년 것은 이제 곧 제본되어서 이 책꽂이에 세워지겠지요?) 총 13권이 나란히 세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묵상 글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일까요? 아닙니다. 2001년부터 차곡차곡 채워지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그 신학생에게 저는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너도 지금부터 글을 써봐. 그렇게 14년 동안 글을 쓰고 해가 끝날 때마다 제본을 뜨면, 너도 14년 뒤에 후배 신학생에게 부럽다는 말을 들을 거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첫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첫 마음이 없다면 그 어떤 결과도 가져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첫 마음들이 모아져서 본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결과도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첫 마음을 쉽게 포기합니다. 전혀 실천하지 않으면서 그냥 부러워만 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다고 포기하고, 지금의 삶으로 충분히 만족한다면서 포기하고, 도저히 할 수 없다면서 포기하고, 바빠서 포기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포기하고.... 포기의 이유만 계속해서 만들고 있는 우리는 아니었을까요? 그러나 포기함에 앞서 한 번이라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계속해서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삶 안에서 중요한 희망과 기쁨을 체험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성모님께서 엘리사벳 성녀를 찾아뵙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실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예수님 잉태 소식을 듣고서는 집에서 두문분출(杜門不出)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남 앞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느님의 잉태하셨음에 충분히 교만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자리에 그냥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움직이셔서 엘리사벳을 만나십니다. 그 결과 하느님의 커다란 은총을 더 깊이 체험하셨고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의 노래를 부르십니다.

지금의 자리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를 생각하기에 앞서, 이 자리를 떠나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도 떠올려 보십시오. 그 이유도 만만치 않게 많을 것입니다. 결국 내 마음만을 바꾼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모님께서 부르신 찬미의 노래를 우리도 부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세르반테스).


 

실패해서 다행입니다(구로다 다쓰히코, ‘멋지다 다나카’ 중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노벨상을 받아 화제가 된 다나카 고이치가 강연 등에서 자신의 과거 실패담을 말할 때 하도 여러 차례 이야기해서 이제는 그만의 독특한 개인기라 할 수 있을 정도가 된 말투가 있다. 입사 당시 맡았던 연구 내용이 순조롭게 진척되지 않아 수상의 계기가 된 연구 방향으로 전환하게 되었을 때의 에피소드가 그것이다.

“먼저 표면 분석을 하려고 했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말이지요. 그것이 만일 성공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날은 오지 않았을 테지요. 팀에서 실험 도구를 활용해서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생체 물질과 같이 아주 분석하기 쉬운 덩치 큰 것을 뭉그러뜨리지 않고 분석할 방법이 없을까를 연구했습니다.”

보통 사람이 하기 힘든 것이 바로 이 ‘다행히도’라는 사고방식이다. 연구에 늘 따르게 마련인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 그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는데, 이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해볼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다나카는 예전부터 강연에서 이렇게 말해왔다.

“실패는 다음 일의 실마리라는 말을 항상 스스로에게 되뇌어 왔습니다.”

다나카에게 소니의 입사 시험에서 떨어진 일에 대해 물었을 때도, 다나카는 이렇게 대답했다.

“학생 시절에 전기를 배웠다고는 하지만 전공 과정은 고작 2년이었습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잘하지도 못했습니다. 만약 소니에 입사했더라면 지극히 뻔한 전기 개발자가 되어 아주 상식적인 일을 했을 것이고, 이번 수상 대상이 된 것과 같은 엄청난 발견을 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됩니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소니의 입사시험에 떨어져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해서 자신이 만든 틀 안에서 스스로를 가두곤 하지요.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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