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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23 화/ 사랑의 신비를 기다리는 침묵/ 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22 조회수926 추천수6 반대(0) 신고
 

대림 4주 화 루카 1,57-66(14.12.23)
 

주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피고 계셨던 것이다.”(루카 1,66)


 

 The Birth of John

 

 사랑의 신비를 기다리는 침묵   

 

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의 출생에 대해 전해준다. 팔레스티나에서 한 생명의 출생은 기쁜 일로 받아들여졌고 특히 남아(男兒)일 때 악사들의 연주까지 곁들여져 모두가 그 큰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나이 많은 엘리사벳은 임신할 수 없음에도 아이를 낳았고 그것도 남아를 낳았으니 그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이웃과 친척들은 주님께서 큰 자비를 베푸셨다는 것을 듣고, 그와 함께 기뻐하였다(1,58). 주님께서 주신 ‘큰 자비’란 석녀(石女)였던 그녀에게 생명을 주신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내가 사소하게 여기는 것들을 통해서도 경이로운 일을 계획하시고 이루신다. 사실 그것은 외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보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계기를 통해서 주어지고 있다. 우리는 왜 그것을 자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지나쳐버리는 것일까? 그것을 알아차린다면 세상이 주는 기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낄텐데....

엘리사벳은 해산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고 율법에 따라 여드레째 되는 날 할례를 베풀었다(창세 17,12; 레위 12,3). 하느님과 맺는 계약의 표시인 할례는 태어난 지 여드레 만에 남녀 불문하고 안식일에도 베풀 수 있었다. 구약에서는 아이가 출생하자마자 이름을 정해주었다(창세 4,1). 그러나 여기서는 헬레니즘과 당시 시작된 유다 관습에 따라 남아는 할례를 받는 날 이름을 지어 주었고, 여아는 생후 30일 이내에 언제든 이름을 줄 수 있었다(루카 1,59).

보통은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르는 경우가 더 흔했고 아버지 이름을 따르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이웃과 친척들은 이상하게도 아버지인 즈카르야의 이름을 붙여주려고 하였다. 이에 엘리사벳은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1,60). 그녀의 발언은 아버지의 권리를 침해하고 당시 작명 관습에도 어긋난다고 여겨졌기에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 엘리사벳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남편 즈카르야와 상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령의 인도로 요한이라 이름 지으려 했던 것이다(1,41-45 참조). 인간의 관습이나 생각을 앞세우고 거기에 의존하지 않은 엘리사벳의 태도는 참 자유를 살기 위해 신앙인이 지녀야 할 태도이다. 나는 무슨 일을 선택하고 결정할 때 나의 기준과 뜻보다 기도 안에서 성령께서 비추어주시는 길을 따라가는가?

즈카르야는 가브리엘 천사가 계시해준 대로 글 쓰는 판에 ‘아들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1,63). 그는 천사의 명령에 순종하면서(1,13) 자신의 믿음을 드러낸 것이다. 부부가 일치하여 아이의 이름을 요한이라 한 것은 하느님의 개입과 아기의 미래를 가리키는 표징이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놀라워하였다.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1,64) 하느님께서 주신 언어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을 아이의 부모가 붙여주는 것을 보고 이웃이 모두 두려움에 휩싸였고, 이 소문을 들은 이들은 모두 이것을 ‘마음’ 곧 모든 내적 삶이 결정되고 펼쳐지는 자리에 새기며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하고 말하였다(1,66). 주님의 손길이 그 아기를 보살피고 계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즈카르야를 벙어리로 만드신 분도 다시 입을 열어 주신 분도 주님이시다. 우리도 성탄을 맞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그분께 대한 굳건한 믿음을 지니고 모든 기회를 통하여 찬미드리자! 또한 소문을 들은 이들처럼 인간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를 깊이 마음에 새기며 열린 마음으로 주님께서 하시는 일을 사랑으로 기다리는 지혜를 갖도록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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