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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24 수/ 비우고 낮추어 만나는 말구유/ 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23 조회수873 추천수6 반대(0) 신고
 

대림 4주 수 루카 1,67-79(14.12.24)
 

높은 곳에서 별이 우리를 찾아오셨다.”(루카1,78)


 

   Zechariah and Elizabeth

 

 비우고 낮추어 만나는 말구유   

 

오늘 제1독서는 다윗 가문의 영원한 왕위를 보장해 주시리라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예언자 나탄을 통해 알려준다. 나탄은 다윗에게 다음과 같이 주님의 뜻을 전한다. “네 몸에서 나와 네 뒤를 이을 후손을 내가 일으켜 세우고,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2사무 7,12.14.16) 이는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다.

복음의 즈카르야의 노래는 본디 유다계 가난한 이들(아나윔) 가운데서 메시아 예수님의 구원을 체험한 예루살렘의 그리스도인들이 부른 감사가였을 것이다. 즈카르야는 성령으로 가득 차 다윗 집안에서 탄생할 구원자에게 감사의 노래를 부른다. 구원을 위해 태어나실 아기는 우리를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서 빼내어 우리의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1,79).

아기 예수님은 ‘원수들 손에서 구원된 우리가 거룩하고 의롭게 하느님을 섬기도록 해주시며, 죄를 용서받아 구원됨을 주님의 백성에게 깨우쳐 주시려고’(1,75. 77) 우리에게 오셨다. ‘거룩함’과 ‘의로움’은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인간이 지켜야 하는 두 가지 덕목이다. 거룩함과 의로움을 지니지 못한다면 평화 안에 머물 수 없을 것이다. 그분이 이끌어주실 평화란 하느님 앞에 우리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아 그분과 올바른 관계에 놓이게 될 때에 주어지는 선물이다.

얼핏 보면 다윗이 하느님께 보인 헌신은 참으로 대단한 듯 보인다. 하지만 더 깊이 살펴보면 그는 하느님과 자녀로서의 올바른 관계를 맺지 않았다. 다윗은 그저 양치기일 뿐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임을 망각하고 있었다. 이와는 달리 즈카르야는 성령으로 가득 차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1,68)라고 하며, “그분께서는 당신 백성을 찾아와 속량해 주셨다”(1,68)고 고백한다. 이처럼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태도야말로 하느님의 은혜를 입고 사는 그분의 종임을 고백하는 겸손한 이의 자세이다.

하느님께는 인간의 찬미나 도움이 결코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누구나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무엇인가를 이웃과 나눌 때 참으로 겸손의 바탕 위에서 행하는 것인지 살펴보아야겠다. 재물, 재능, 선행, 기도 등 그 무엇이든 그분 앞에 그분의 이름으로 마땅히 되돌려드려야 할 그분의 것일 뿐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성탄은 바로 이런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자신을 비우며 사랑의 혼을 지니고 자신을 내놓는 작고 낮은 말구유를 향한 순례이다. 이 순례길에서 우리는 즈카르야와 더불어 메시아를 통하여 주어진 구원에 대해 감사드리자!

성 프란치스코는 하느님의 주도권을 철저히 인식하였고, 모든 움직임이 그분을 향하고 있었으며, 모든 선을 그분께 되돌리는 겸손을 항구히 사셨다. 성인은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육은 항상 모든 선을 거스르기에, 주님께서 그 사람을 통하여 어떤 선을 행하실 때, 그의 육이 그 때문에 자신을 높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더 비천한 자로 여기며 다른 모든 사람보다도 자신을 더 작은 자로 평가할 때 알 수 있습니다.”(권고 12) 자신을 낮추고 비워 모든 것을 주 하느님께, 그리고 하느님의 이름으로 되돌리는 것이야말로 말구유의 아기 예수님께 드리는 가장 합당한 선물이리라! 이런 이들에게 높은 곳에서 별, 곧 메시아가 찾아오시어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어주실 것이다(1,78-79).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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