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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탄의 신비 -말씀이 사람이 되시다-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25 조회수797 추천수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김명준님의 사진.
김명준님의 사진.

김명준님의 사진.



2014.12.25. 목요일(뉴튼수도원 45일째-2) 예수 성탄 대축일 낮 미사

이사52,7-10 히브1,1-6 요한1,1-18


                                                                                                        

성탄의 신비

-말씀이 사람이 되시다-


모두가 신비이지만 인간은 정말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인간의 신비는 그리스도의 신비, 하느님의 신비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리스도의 신비, 하느님의 신비가 풀리지 않고는 결코 해명되지 않습니다. 


바로 이 세 신비를 일거에 해결해 주신 하느님의 쾌거가 예수 성탄입니다.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심으로 마침내 인간의 신비, 하느님의 신비는 해명되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빛이자 희망이요 생명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 삶의 중심이자 목표요, 의미이자 방향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모두입니다. 


그리스도를 잃으면 바로 모두를 잃는 것이요 

기다리는 것은 끝없는 허무와 무의미의 블랙홀, 심연입니다.


마침내 고대하던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탄생은 온 인류 가족의 영원한 축제가 되었습니다. 


어제는 대림 2부(12.17-23)의 끝날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저녁성무일도 성모의 찬가 시 ‘오 후렴’(O Antiphona)'을 노래했습니다. 

매일 부를 때 마다 감동이었습니다.


"오! 임마누엘이여, 

우리의 임금이시오 입법자시며 만민이 갈망하는 이요 구속자시니, 오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 

우리 주 천주여.“(12.23일 마지막 오 후렴). 


마침내 하느님은 

우리의 간절한 기다림에 당신 아드님을 탄생 시킴으로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셨습니다. 


어제의 기다림에 대한 깨달음도 새삼스러웠습니다. 

온종일 오락가락 흐렸다 비왔다 하는 어둔 날씨였습니다. 

수도원 넓은 들판, 성탄츄리나무들의 모습이 기다림 그 자체로 보였습니다. 


인내와 침묵 중 

늘 그 자리에서 밤낮 하늘 향해 깨어 있기에 늘 향기로운 푸른 몸의 나무들이었습니다. 

이렇게 10년쯤 자라야 비로소 성탄츄리나무로 봉헌됩니다. 


참 거룩한 기다림, 거룩한 삶의 상징입니다. 


오래 수도생활하다 보면 몸 성한 수도자들이 드뭅니다.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몸으로 항구히 정주의 삶을 사는 수도자들을 보면 그 삶 자체가 가난이요, 

그대로 성인(聖人)이라는 확신과 더불어 무한한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아, 기다림은 가난이구나!‘


아무도 오지 않는 성탄츄리가게를 지키는 수사님을 보며 깨달음처럼 되뇐 말입니다. 

그래도 만면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가난이지만 주님을 기다리는 충만한 기쁨의 가난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런 주님께서 오늘 탄생하셨습니다. 


이사야서의 다음 말씀이 우리의 기쁨을 대변합니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발.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구나. 

다함께 기뻐하며 환성을 올려라.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구원하셨다. 

땅끝들이 모두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이사52,7-10참조)


이사야의 꿈, 우리의 꿈이, 하느님의 꿈이 마침내 예수님 성탄을 통해 실현되었습니다. 

이런 주님을 꿈꾸며 기다렸던 자들이, 모신 자들이 진정 행복한 부자들입니다. 


평화를 선포하며 기쁜 소식을 전하는 아름다운 발을 지닌 사람들이요, 복음 선포의 일꾼들입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의 신비를 통한 인간 신비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첫째,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말씀의 신비' 안에 하느님의 신비, 그리스도의 신비, 인간의 신비가 들어있습니다. 

말씀이 온갖 신비를 푸는 열쇠입니다. 


'말씀께서는 한 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습니다.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요한1,2-3). 


'하느님께서는 아드님 그리스도를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뿐만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드셨습니다.'(히브1,2ㄴ). 


그러니 모든 것들의 존재이유는 하느님의 말씀인 그리스도임을 깨닫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요한1,14ㄱ).


예수님 성탄의 핵심 진리입니다. 

바로 영예로운 품위의 인간의 신비가 환히 드러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바로 이게 인간의 정의입니다. 

풍요롭고 존엄한 품위의 참 인간이 되기 위해 말씀 탐구는 평생과제임을 깨닫습니다.



둘째, 그리스도는 생명과 빛입니다.


하느님은 생명과 빛입니다. 

말씀은 생명과 빛입니다. 

이 두 진리를 확연히 깨닫게 해 주는 분이 그리스도입니다. 


그리스도 없는 세상은 죽음과 어둠입니다. 

그리스도가 탄생하심으로 세상 죽음과 어둠은 흔적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 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요한1,4.9-10).


바로 생명이자 빛이신, 생명의 빛이신 그리스도를 깨달아 아는 것이 구원입니다. 

모든 생명과 빛의 근원인 참 생명과 참 빛은 그리스도 한분 뿐입니다. 


이런 그리스도와 일치될수록 '생명과 빛의 사람'으로 살 수 있습니다. 

생명과 빛으로 충만한 삶을 살 때 비로소 참 인간의 실현입니다.



셋째, 그리스도는 은총과 진리의 원입니다.


그리스도는 은총의 샘, 진리의 샘입니다. 

삶은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 숙제입니다. 


저절로 인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은총의 샘에서, 진리의 샘에서 은총과 진리를 마셔야 살 수 있습니다. 

하여 매일의 주님의 성체성사가 있습니다. 


사도 요한의 감격에 벅찬 고백이 그대로 성탄 선물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요한1,14ㄴ.16-17).


인간은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저절로 인간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일치될수록 은총과 진리가 충만한 영광의 참 인간이요, 우리의 평생숙제입니다. 


월해 계시면서 온누리에 내재하신 하느님을 볼 수 있는 길은 그리스도를 통해서뿐 입니다. 



넷째,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그리스도의 신비의 깊이는 측량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이시고, 또 하느님의 거울이자 하느님의 직통로입니다. 

그리스도가 아니곤 하느님을 알 길이 없습니다. 


히브리서의 고무적인 고백이 이를 분명히 합니다.


'아드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십니다. 

그분께서 죄를 깨끗이 없애신 다음, 

하늘 높은 곳에 계신 존엄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히브1,3).


은혜로운 고백입니다. 


'세상 아무도 하느님을 본적이 없습니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 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습니다.'(요한1,18). 


초월(超越)해 계시면서 온 누리에 내재(內在)하신 하느님을 알 수 있는 길은 그리스도를 통해서입니다. 

그리스도와 일치될수록 우리 역시 '하느님의 성사(聖事)'로, 초월과 내재의 영원을 살 수 있습니다. 



다섯째, 그리스도는 시작이며 마침입니다.


그리스도로 시작하여 그리스도로 끝나는 우주만물의 역사요 우리 인생입니다. 

그러니 그리스도를 모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입니다. 

우주든 개인의 삶이든 우연한 역사가 아니라 그리스도로 시작하여 그리스도로 수렴되는 역사입니다. 


이런 거시적 영적 안목을 잃어버려 우물안 개구리의 삶이요 인간 품위를 훼손하는 삶입니다. 

묵시록의 마지막 장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보라, 내가 곧 간다. 

나의 상도 가져가서 각 사람에게 자기 행실대로 갚아 주겠다. 

나는 알파요 오메가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묵시22,12-13).


바로 약속하신 대로 성탄을 통해 우리를 찾아 오신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의 행실에 따라 상도 가득 안겨 주십니다. 


그러니 이런 그리스도와 일치될수록 하루하루 시작이며 마침의 종말론적 삶을 살게 됩니다. 

시작이며 마침인 그리스도가 우리에겐 평화와 위로의 원천이 됩니다.


성탄의 신비가 하느님의 신비, 인간의 신비를 해명해 줍니다. 

그리스도 없이는 참 인간의 실현은 불가능합니다. 

그리스도를 알 때 나를 압니다. 

그리스도는 내 영혼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가장 위대한 로맨스이다.' 

'하느님을 추구하는 것은 가장 위대한 모험이다.' 

'하느님을 만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성취이다.' 


어느 수도승의 고백(공지영의 수도원 기행2권 80-81쪽)인데 

하느님 대신 그리스도를 넣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그리스도를 사랑하여 일치될수록 참 인간의 실현이요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입니다. 

그러니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울 수는 없습니다. 


오늘 주님 성탄의 축복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히 내리시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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