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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2.28 주일/ 하느님의 혼이 숨쉬는 가정/ 기경호(프란치스코)신부님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28 조회수863 추천수4 반대(0) 신고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루카 2,22-40(14.12.28)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주는 끈입니다.”(콜로 3,14)

  

 

 하느님의 혼이 숨쉬는 가정   

 

오늘 교회는 나자렛의 성가정의 모범을 본받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가정은 하느님의 섭리와 뜻이 구체화되고 예수님의 강생이 실현되는 장(場)이다. 가정은 하느님의 모습과 사랑을 드러내는 가장 훌륭한 장소요 사회의 세포로서 우리 모두가 인간다워질 수 있는 터이다. 가정은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사랑의 학교’이며, 법과 정의, 양심과 진리를 배우는‘진리의 학교’이다. 그런데 대화가 없고 늘 불평불만과 미움이 가득하고, 나아가 서로가 원수처럼 지내는 ‘지옥 같은 가정’들도 있다. 오늘의 말씀을 통해 우리 가정에 하느님의 혼을 불어넣어 보자.


나자렛 성가정을 보면 말구유에 나신 아기 예수, 처녀의 몸으로 잉태한 마리아, 본의 아니게 양부가 되어버린 요셉 등 구성부터가 남다르다. 더구나 예수님은 복음을 선포하다가 배척을 받아 비참하게 십자가에서 생을 마쳐야 했다. 시메온의 예언처럼 이 아기는 일생을 통하여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으며(루카 2,35) 가정을 파탄으로 내몬 장본인이다. 이 사형수의 집안을 교회는 그리스도인 가정이 본받을 모범으로 삼는다.


마리아는 처녀의 몸으로 잉태하여 얼굴을 들지도 못할 처지였으나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하느님 뜻에 자신을 온전히 맡긴 겸손의 여인이다. 성모님은 어려움 중에도 구원으로 오신 이 생명이 모든 이에게 전해지도록 모든 것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어머니는 ‘품어 안기 위해 존재한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침묵 중에 기도하셨다.


하느님의 어머니로 존경받는 마리아에 비하면 요셉의 일생은 마리아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였고, 기껏해야 예수의 양부로 기록되고 있다. 그는 약혼녀가 동정으로 잉태하여 낳은 아들을 입양하여 그 모자를 부양하기 위해 땀흘려 목수 일을 해야 했다. 그는 하느님 말씀에 순명하고 어려움 가운데서도 늘 함께 하면서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돌보았고, 의로운 사람이었다(마태1,19). 그는 성령의 힘에 완전히 자신을 맡기고 남자로서의 힘을 굴복시킨 새로운 인간이었다. 이 성령의 부모에게서 아기 예수가 태어났다. 하느님이신 분이 전존재를 부모인 인간의 손에 맡기셨다.


마리아와 요셉은 모세가 정한 법대로 첫아들을 봉헌하면서 정결례의 제물을 바치는 날이 되자 성전으로 올라갔다. 새 가정은 하느님께 그들의 모든 것을 봉헌한다. 그들은 가난하여 어린양 대신 산비둘기 한 쌍이나 집비둘기 새끼 두 마리를 바쳤다. 이는 예수께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셨을 뿐 아니라, 가난한 이를 위하여 가난한 이로 오셨음을 암시한다(루카 4,18-22 참조).


집회서의 저자는 참된 지혜의 원천이 하느님을 알고 공경하는 것임을 역설한 다음, 인륜의 기초인 부모의 공경을 강조하고 있다. 곧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므로 축복과 은혜가 되며, 반대로 부모를 업신여기는 것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므로 불행과 저주가 된다는 것이다(3,2-6). 부모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생명을 건네주신 하느님의 창조와 사랑의 통로이며, 하느님의 분신이다. 따라서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하는 것이 사람 된 기본 도리이다. 부모님의 시신 앞에서 뒤늦게 불효를 뉘우치며 슬퍼해봐야 소용없다.


부모의 자녀들에 대한 태도는 어떤가? 자녀들은 부모들이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 위한 실험실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요 소중한 인격체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들볶아 기를 꺾지 말고’(콜로 3,21) 그들의 인격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가정에서 존중을 받아본 사람만이 사회에 나아가 다른 이들을 존중할 줄 안다. 부모는 자녀들의 귀가 되어주고, 그들에게 생명과 기쁨, 사는 보람을 느끼도록 ‘뜨거운 밥’을 먹이며, 그 어떤 잘못이나 실수 앞에서도 하느님의 마음으로 품어주어야 한다. 한편 아내 된 사람들은 자기 남편에게 순종하고, 남편은 자기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 말고 제 몸처럼 사랑해야 한다(콜로 3,18-19). 남편 된 사람은 아내를 존중하면서 그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경청하면서 헌신적으로 사랑해야 한다.


우리 가정은 어떤가? 나는 하숙생인가, 사랑을 지닌 가족의 일원인가? 행복한 가정이 되도록 나는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부모로서, 자녀로서 사랑의 도리를 다하고 있는가? 서로가 영의 존재가 되어 하느님을 낳는 어머니들이 되어주는가? 나자렛 성가정의 사랑의 침묵과 품어줌, 기다림, 함께함이 우리 가정의 혼이 되고 있는가? 우리 가정 밖의 가정들 특히 결손가정들과 어려움 중에 살아가는 가정들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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