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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가정 교회 하늘에 '수호천사 별'이 된 이들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12-28 조회수1,480 추천수9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김명준님의 사진.

김명준님의 사진.





2014.12.28. 주일(뉴튼수도원 48일째)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의 축일 없음-

                                                                                                                                                           

집회3,2-6.12-14 콜로3,12-21 루카2,22-40


                                                                                            

성가정 교회 하늘에 '수호천사 별'이 된 이들



이런저런 예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우선 생각나는 것이 사막교부의 두 일화입니다.


-압바 시소에스(Sisoes)는 말했다. 

"하느님을 찾아라. 하느님이 계시는 곳을 찾지 말고!"-


-압바 아르세니우스(Arsenius)는 말했다. 

"하느님을 찾으면 그분은 자신을 우리에게 보여주실 것이다. 

그분을 지키면 그분 역시 우리 가까이에 머물 것이다."-


모두 하느님을 늘 중심에 두고 기억해야 함을 일깨우는 말씀들입니다. 

저에겐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기에 머무는 곳 어디나 고향이요 수도원입니다. 

제 방은 사막이자 동시에 오아시스입니다. 


주님 안에 살 때 누구나 지니는 마음의 사막이자 오아시스에 내적 풍요의 삶입니다. 

주님을 떠나면 온통 사막일뿐 내면의 깊은 오아시스 샘물도 사라집니다. 

뉴튼수도원에 머무니 편하기가 그대로 제 고향이요 제 수도원입니다. 

새삼 수도공동체는 성가정 교회공동체의 원형임을 깨닫습니다.


어제 성당 안의 성탄츄리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 

나무에 반짝이는 장식물 사이에 달린 여럿의 노란 리본들에 감전된 듯 감동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노란 리본들마다 세월호 희생자들중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한 아홉 명의 이름이 씌어져 있었습니다. 


정성스럽게 만든 리본들이요 리본들 마다 이름이 씌어진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신심 깊고 의식있는, 평소 수도원을 헌신적으로 돕는 어느 자매가 리본을 만들어 달았다 합니다. 


순간 떠오른 생각이 하늘에 별들이었습니다. 

'아, 이들은 성가정 교회 하늘에 영원한 별들이 되었구나! 

이제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은 인류가정의 원형이자 상징이 되었구나. 

사실 모두가 하느님 안에 한 가정이지.'하는 깨달음이 온몸에 전율처럼 흘렀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성가정 축일이자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과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이들이 어쩌면 이리도 절묘하게 들어맞는지요. 

오래 전 애송했던 '별'이란 자작 애송시도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움이 깊어지면 병이 된다 하지만

 당신 향한 내 그리움은 기도가 되고 별이 됩니다.

 당신 영혼의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어 

 수호천사 별이 되어

 언제나 당신을 비출 것입니다."(1997.4월)

 

성가정 교회 하늘 안에 영원히 빛나는 '사랑의 별'이, 죄많은 세상에 '수호천사 별'이 된 아이들입니다. 

탄생하신 주님의 품에서 영원한 위로와 안식을 누릴 세월호의 무죄한 희생자들입니다. 


어제는 수도원 묘지를, 엊그제는 정에텔 자매가 묻힌 교회 묘지를 방문했습니다. 

푸른 잔디 배경의 수도원 묘지에 돌아가신 분들의 나란한 무덤들 역시

성가정 교회 하늘에 떠오른 별들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갈 때 마다 성가정 교회 하늘에 영원한 수호천사 별들이 된 수사님들께 

뉴튼수도원을 위해 전구를 청하곤 합니다. 


엊그제 한평생 주님을 위해 살다가 세상을 떠난 정에스텔 자매님이 묻힌 교회 묘지를 

자매님의 딸, 쥬리아와 함께 방문할 때도 똑같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 이제 주님의 집에서 매일 미사도 참석하며 영원한 안식을 누리겠구나.' 


교회 곁 넓은 잔디밭 묘지에 무수한 무덤들 역시 

성가정 교회 하늘에 영원한 별들이 된 이들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사람 눈에 산이들의 공동체, 죽은 이들의 공동체이지, 

하느님 안에서는 모두가 살아있는 성가정 교회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하느님은 이토록 넓고도 깊은 분입니다. 


무수한 별들이 빛나는 드넓은 푸른 밤하늘이 상징하는바 하느님이요, 

모든 인류를 품에 안은 성가정 교회공동체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성가정 교회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먼저 내 몸담고 있는 공동체부터 성가정 공동체임을 깨닫고 살아야 합니다. 


오늘은 성가정 교회공동체에 대한 묵상입니다.


첫째,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그러니 사랑받는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으십시오. 

누가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용서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용서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주는 끈입니다. 


노인 공경도 부부간의 순종도, 예물을 봉헌함도 모두 사랑의 표현입니다. 

아버지를 공경하는 이는 죄를 용서 받고 

어머니를 영광스럽게 하는 이는 이는 보물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얘야, 네 아버지가 나이 들었을 때 잘 보살피고, 그가 살아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마라. 

그가 지각을 잃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업신여기지 않도록 네 힘을 다하여라. 

아버지에 대한 효행은 잊히지 않으니, 네 죄를 상쇄할 여지를 마련해 주리라.“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 주는 적절한 집회서 말씀입니다. 

이 또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노인과 어린이, 부녀자들과 가난하고 약한 이들, 장애인들에 대한 사랑을 통해 

사랑의 진정성이 드러납니다. 


무사(無私)한 순수한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의 키워드도 사랑입니다. 


마리아 요셉 부부는 아기 예수님을 사랑하는 하느님께 봉헌했고, 

한평생 하느님을 사랑했던 시메온과 한나는 성전에서 탄생하신 구세주 아기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예수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했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복음의 마지막 묘사도 아름답습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부모의 사랑 속에 자라 난 예수님입니다. 

이렇게 자녀들을 사랑으로 키워야 함을 배웁니다. 


사랑은 모두입니다. 

사랑 밖엔 길이 없습니다. 

평생 '사랑의 학교' 성가정 교회 공동체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그리스도의 평화가 다스리는 공동체입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십시오. 

우리는 사랑의 한 몸 안에서 평화를 누리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입니다. 

하느님의 참 평화를 상징하는 그리스도이십니다. 


거짓 평화가 아닌 참 평화는 그리스도께로부터 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첫 선물도 주님의 평화였습니다. 


공동체의 건설에 우선적인 것이 평화입니다. 

진정 대죄는 공동체의 평화를 깨는 분열과 불화입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우리 마음을 다스릴 때 무한한 인내도 가능합니다. 

정의와 평화의 일치도 이루어 집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다스리는 공동체 자체가 최고의 복음 선포입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합니다. 


교회나 수도원을 찾는 이들의 궁극의 바람도 그리스도의 평화를 얻기 위함입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또 무장(武裝)으로 유지되는 불안한 평화가 아닌 참 평화가 주님이 주시는 평화입니다. 


탄생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요 거룩한 미사를 통한 평화의 은총입니다.


셋째, 그리스도의 말씀이 풍성히 머무르는 공동체입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에 풍성히 머무르게 하십시오. 

말씀은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같습니다. 


우리 영혼의 식(食)이자 약(藥)인 말씀입니다. 


그러니말씀을 바탕으로 마음을 다하여 서로 가르치고 타이르십시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를 불러 드리십시오.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면서,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줄줄이 말씀의 은총에서 샘솟는 찬미와 감사임을 깨닫습니다. 

성경만 렉시오 디비나가 아니라 찬미와 감사로 바치는 시편 기도 역시 살아있는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숨쉬며 살아갈 때 저절로 샘솟는 찬미와 감사의 삶이요 영육의 위로와 치유입니다. 

찬미와 감사는 성가정 하늘을 날며 영적 고공 비행을 가능케 하는 영혼의 양날개입니다. 

영육의 건강에 그리스도의 말씀을 바탕한 찬미와 감사의 기도와 삶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습니다. 


하여 제가 늘 고백성사 보속으로 써드리는 말씀의 처방전이요, 

온갖 정성을 다바쳐 행하는 것이 말씀을 소리내어 또 노래로 바치는 미사요 성무일도입니다.


공동체를 떠나 살 수 없는 우리들입니다. 

공동체의 원형이자 이상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교회공동체입니다. 

이런 성가정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 살라고 부름 받은 우리들입니다. 


지금 여기 내 몸담고 있는 공동체가 바로 성가정 교회공동체입니다. 

지금 여기서 사랑의 공동체, 평화의 공동체, 말씀의 공동체를 사는 것입니다. 

성가정 교회 공동체의 하늘에 사랑으로 빛나는, '사랑의 별'이, '수호천사 별'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이런 사랑과 평화, 말씀의 성가정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 줍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 그분의 길을 걷는 모든 사람!"(시편128,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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